한강, 노벨상 후 ‘첫 글’ 공개… 외할머니와의 추억 다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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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후 첫 글이 공개됐다.
외할머니와의 추억을 돌아본 짧은 글이다.
한강의 새 글은 15일 밤 발행된 이메일 구독 형식의 무크지(책과 잡지의 성격을 지닌 비정기간행물) '보풀' 3호에 실렸다.
이에 한강은 이번 호에서 돌아가신 외할머니의 흰머리를 깃털에 비유해 '깃털'이라는 글을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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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후 첫 글이 공개됐다. 외할머니와의 추억을 돌아본 짧은 글이다.
한강의 새 글은 15일 밤 발행된 이메일 구독 형식의 무크지(책과 잡지의 성격을 지닌 비정기간행물) ‘보풀’ 3호에 실렸다. 한강은 보풀에서 동인으로 활동하며 ‘보풀 사전’ 코너를 연재하고 있다. 보풀은 올 8월 한강을 비롯해 음악가 이햇빛, 사진작가 전명은, 전시기획자 최희승 등 4명이 함께 만든 무크지다.
이번 보풀 3호의 주제는 ‘새’다. 이에 한강은 이번 호에서 돌아가신 외할머니의 흰머리를 깃털에 비유해 ‘깃털’이라는 글을 적었다.
아래는 ‘깃털’의 전문.
깃털
문득 외할머니를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나를 바라보는 얼굴이다. 사랑이 담긴 눈으로 지그시 내 얼굴을 들여다보다가 손을 뻗어 등을 토닥이는 순간. 그 사랑이 사실은 당신의 외동딸을 향한 것이란 걸 나는 알고 있었다. 그렇게 등을 토닥인 다음엔 언제나 반복해 말씀하셨으니까. 엄마를 정말 닮았구나. 눈이 영락없이 똑같다.
외갓집의 부엌 안쪽에는 널찍하고 어둑한 창고 방이 있었는데, 어린 내가 방학 때 내려가면 외할머니는 내 손을 붙잡고 제일 먼저 그 방으로 가셨다. 찬장 서랍을 열고 유과나 약과를 꺼내 쥐어주며 말씀하셨다. 어서 먹어라. 내가 한입 베어무는 즉시 할머니의 얼굴이 환해졌다. 내 기쁨과 할머니의 웃음 사이에 무슨 전선이 연결돼 불이 켜지는 것처럼.
외할머니에게는 자식이 둘뿐이었다. 큰아들이 태어난 뒤 막내딸을 얻기까지 십이 년에 걸쳐 세 아이를 낳았지만 모두 다섯 살이 되기 전에 병을 얻어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늦게 얻은 막내딸의 둘째 아이인 나에게, 외할머니는 처음부터 흰 새의 깃털 같은 머리칼을 가진 분이었다.
그 깃털 같은 머리칼을 동그랗게 틀어올려 은비녀를 꽂은 사람. 반들반들한 주목 지팡이를 짚고 굽은 허리로 천천히 걷는 사람. 대학 1학년 여름방학에 혼자 외가로 내려가 며칠 머물다 올라오던 아침, 발톱을 깎아드리자 할머니는 ‘하나도 안 아프게 깎는다…(네 엄마가) 잘 키웠다’고 중얼거리며 내 머리를 쓸었다. 헤어질 때면 언제나 했던 인삿말을 그날도 하셨다. 아프지 마라. 엄마 말 잘 듣고. 그해 10월 부고를 듣고 외가에 내려간 밤, 먼저 내려와 있던 엄마는 나에게 물었다. 마지막으로 할머니 얼굴 볼래?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손을 잡고 병풍 뒤로 가 고요한 얼굴을 보여주었다.
유난히 흰 깃털을 가진 새를 볼 때, 스위치를 켠 것 같이 심장 속 어둑한 방에 불이 들어올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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