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급식실 안전망 기획 1편] [단독] 학교 급식 노동자 5천 명, 폐결절…"안전하게 일하고 싶어요"
[EBS 뉴스12]
오늘 EBS뉴스는 학교 급식실 노동자 관련 단독보도로 시작합니다.
지난해 급식 노동자가 최초로 산업재해를 인정받은 뒤, 지금까지 산재를 인정받은 노동자는 50명, 그 가운데 5명은 이미 세상을 떠났습니다.
올해 처음으로 전국 교육청들은 급식 노동자를 대상으로 폐암 건강검진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지금까지 14개 교육청에서 중간 집계가 나왔는데, 상황이 심각합니다.
5천3백 명, 그러니까 급식 노동자 10명 가운데 3명은 결절이나 폐암 의심 등 이상소견을 보였습니다.
서진석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15년간 경기도의 학교 급식실에서 근무하다 지난 8월 퇴직한 서금애 씨.
매일 1,300명 넘는 아이들의 급식을 책임졌습니다.
인터뷰: 서금애 59세 / 전 조리실무사
"저희가 음식을 해서 아이들이 먹을 때는 진짜 진짜 뿌듯하죠. 내가 하는 음식을 저렇게 아이들이 맛있게 먹는구나 하는 생각에…."
예순이 가깝도록 평소 잔병치레도 없던 금애 씨는, 갑작스레 폐암 4기를 진단받았습니다.
원인은 고온의 조리 과정에서 나오는 조리흄과 같은 발암물질과 식기세척용 화학약품.
정부는 열악한 노동 환경과 폐암 사이의 인과성을 받아들여 산업재해를 인정했습니다.
금애 씨는 호흡기뿐 아니라 소화기, 내분비, 정형외과 등 모두 8개 과에서 진료를 받고 있습니다.
인터뷰: 서금애 전 조리실무사 / 폐암 4기
"'선생님 폐암 4기면 어렵지 않아요?' 물어봤어요. 그랬더니 '어렵죠.' 그러더라고요. '어려운데 그래도 요즘에 좋은 약이 많으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그래도 교수님을 잘 만나서 지금까지 이렇게 치료 잘하고 있어요."
지금까지 폐암으로 산재를 인정받은 급식실 노동자는 모두 50명.
올해 최초로 폐암 건강 검진을 진행한 결과, 지금까지 전국 14개 교육청에서 폐 결절과 폐암 의심 등 이상소견을 보인 노동자는 5천 3백 여 명으로, 전체 10명 가운데 3명꼴입니다.
이상 소견을 보인 비율은 인천시교육청이 48%로 가장 높고, 서울시교육청 44%, 대구시교육청 37% 순이었습니다.
인터뷰: 김미경 노동안전위원장 / 전국교육공무직본부
"폐암 건강검진이 이번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해마다 정기 검진으로 자리 잡아야 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산재를 예방하기 위해서 조리 인력을 대거 채용하고 충원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CT 검사 결과 폐암이 의심되는 노동자의 비율은 1.09%였습니다.
광주시교육청이 2.12%로 가장 높고, 서울시교육청이 1.77%, 인천시교육청이 1.73%로 조사됐습니다.
사상 처음으로 급식실 산재가 인정되고 노동자가 가장 많은 경기도교육청은 이번 달에야 조사를 시작해 결과에서 제외됐습니다.
인터뷰: 이진우 /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단일 직종에서 이렇게 많은 폐암(산재)이 단시간 내에 승인되는 경우는 유례를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한파 경보가 발효된 오늘, 급식실 노동자들은 이곳 국회를 기어가는, 오체투지 시위를 진행합니다. 그저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하게 해달라는 요구입니다."
인터뷰:
"나도 얼른 다시 건강해져서 아이들 주는 밥도 다시 한번 해보고 싶고, 저한테 기회가 올지 안 올지 모르지만 하고 싶어요. 제 마음은 다시 일하고 싶어요."
EBS뉴스 서진석입니다.
----------
용경빈 아나운서
EBS뉴스는 앞으로 급식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일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이를 위해 교육청들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추가 취재해 집중보도할 예정입니다.
Copyright © EB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