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돼 돌아온 심은경 “일본서 상 받을 땐 경련까지‥자세 변했다”(종합)[EN:인터뷰]

배효주 2024. 10. 21.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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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스튜디오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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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배효주 기자]

일본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주연상을 받으며 해외에서도 진가를 인정받은 심은경. 그가 '더 킬러스'로 6년 만에 한국영화에 출연한 소감을 밝혔다.

10월 23일 개봉하는 영화 '더 킬러스'는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단편 '살인자들(The Killers)'을 모티브로 제작한 작품이다. 김종관 감독의 스타일리시함을 엿볼 수 있는 ‘변신’, 노덕 감독의 재기발랄함이 돋보이는 ‘업자들’, 1979년을 배경으로 한 장항준 감독의 서스펜스 시대극 ‘모두가 그를 기다린다’, 독보적인 비주얼리스트 이명세 감독의 누아르 ‘무성영화’ 등으로 구성됐으며, 심은경이 이들의 페르소나로 각 작품에서 활약한다.

2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모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심은경은 "처음에는 이명세 감독님이 연출하는 '무성영화' 출연만 제안만 받았는데, 어쩌다 보니 네 작품 모두에 출연하게 됐다"며 "평소 작업을 같이 해보고 싶던 감독님들이 다 모인 만큼, 놓치지 않고 싶어서 출연하게 됐다. 특히 이명세 감독님을 정말 존경하기 때문에, 감히 '내가 이명세 감독님 작품을?' 싶었다"고 운을 뗐다.

그러나 다소 난해한 이명세 감독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 데는 노력이 필요했다. "사실 지금도 잘 모르겠다"고 말한 그는 "촬영 전 이명세 감독님께 물어보니, 먼 산을 바라보면서 '이해를 다 할 필요는 없다. 언젠가는 알게 돼' 하시더라. 촬영을 조만간 해야 하는데, '지금은 알아야 할 거 같다'고 했더니 '은경이 평소 하던 대로 하면 된다'고 하시더라"고 전했다.

김종관 감독이 연출한 '변신'에서는 뱀파이어 바텐더로 분했다. 심은경은 "칵테일을 만드는 스냅이 너무 어색한 거 같아서 감독님께 '대역이 필요할 거 같다' 했었는데 다행히 잘 넘어갔다"고 비하인드를 밝혔다.

'변신'에서 함께 뱀파이어로 분한 연우진과는 영화 '궁합' 이후 6년 만의 재회인데, "오랜만에 만나 서로 안부를 물었다"면서 "상대방을 편안하게 해주는, 굉장히 훌륭한 기술을 갖고 있는 배우라 생각한다. 나도 저런 기술을 갖고 싶다 싶어서 배우님에게 '연기의 톤 앤 매너가 너무 좋다'고 말씀을 드렸는데, 너무 부끄러워서 말해놓고 '실례했습니다' 했었다. 서로 부끄러워서 급하게 대화를 마무리했던 일화가 있다"고 귀띔했다.

뱀파이어 역할인 만큼, 색소와 물엿으로 만든 가짜 피를 마시기도 했다. "감독님이 테이크를 많이 가셔서, 먹다가 사레가 들리기도 했다"고 말한 심은경은 "평소 퇴폐적이고 위험한 역할을 한 번쯤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더 욕심을 냈던 것 같다. 며칠 더 찍었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들었다"고 연기 열정을 드러냈다.

최근 몇 년간 '신문기자'와 '블루 아워', '동백정원' 등 일본 영화계에서 활동했던 심은경. 일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받기도 했다.

일본에 진출한 이유를 묻자, "어릴 때부터 해외 진출을 생각해 왔다. 한국뿐 아니라 다양한 나라에서 다양한 언어, 다양한 작품을 하고 싶었다. 국적이 어디든 작품만 좋으면 활동을 하고 싶단 생각이 있었다. 그중 한 곳이 일본이었는데, 때마침 2018년 일본 소속사와 계약을 맺게 돼 진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일본에 진출한다고 해서 잘되리란 보장이 어딨겠나"라 말한 그는 "일본에서의 성과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회사분들도 못했다. 좀 더 다양한 필모그래피를 쌓으면서 천천히 가자는 생각이었는데, 생각보다 빨랐다. 일본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주연상 수상도 전혀 예상 못했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배우들 구경하러 가자 싶었고, 그렇게 즐기고 있는 와중에 일본 대배우가 제 이름을 호명했다. 어안이 벙벙했다. 수상 하러 나가는데 너무 놀라 경련이 일어날 정도였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 다짐하는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일본 활동하며 느낀 어려움이 있냐는 질문에는 "없을 수가 없다. 환경도 다르고, 현지 촬영장에 맞춰 적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언어가 빨리 느는 것이 숙제였다"면서 "한국과 가장 다른 점은 촬영 기간 같다. 한국은 영화 한 편에 최대 3~4개월을 촬영 기간으로 둔다면, 제가 경험한 일본의 촬영은 기간이 짧았다. '블루 아워'는 2주, '신문기자'는 20일 동안 찍었다. 좀 벅차기도 했지만, 번역본과 원본 대본을 같이 들고 다니면서 소리 내서 읽으며 일본어를 연습했다. 그러면서 '언젠가부터 이런 자세들을 놓치고 있던 건 아닐까?' 생각했다. 과거 촬영했던 '황진이' 대본이 아직 집에 있는데, 대본이 다 해져있다. '이런 순간을 잊고 있었던 건 아닐까'하는 걸 일본 활동을 통해 느끼게 됐다. 연기를 대하는 자세가 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계속 연기를 해나가도 되는 배우일까?' 의심과 갈등 사이에 있었다"고 고백한 심은경. 이번 '더 킬러스'를 작업하며 그런 걱정을 덜어내게 됐다고 말한 그는 "그렇다고 자존감, 자신감이 없다는 말은 아니다. 연기를 쉽게 할 수 없다는 걸 뼈저리게 느끼기 때문이다. 이런 표현은 부끄럽지만, 연기는 애증"이라고 말했다.

어느덧 30대에 접어든 그는 "어릴 때는 30대가 되면 여유도 많아지고, 말도 술술 잘할 줄 알았다. 제가 어릴 때 봤던 감독님처럼 나도 그럴 줄 알았는데, 전혀 달라진 거 없다. 오히려 어릴 때 더 어른스럽고 재치 있었던 것 같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더 조심스러워진다. 어릴 때는 이런저런 말도 했던 것 같은데 요즘은 무언가를 말하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해 보게 되고, 말의 중요성을 많이 느끼고 있다. 내 안의 두려움, 겁을 어떻게 잘 컨트롤하면서 나아가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뉴스엔 배효주 h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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