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좀요]
근사한 분위기의 공간을 방문할 때마다 참을 수 없이 궁금해지는 그 안의 물건들.
‘와, 이건 어디서 산 거지?, ‘어떤 디자이너한테 맡겨서 제작한 걸까?’
고가의 장비부터 작고 귀여운 소품까지, 멋진 공간을 채우는 매력적인 물건들을 대신 물어봐 드립니다.
안녕. 물건 정보 대신 물어봐 주는 ‘Mr. 정보 좀요’ 객원 에디터 김정현이다. 오늘 소개하는 훔치고 싶은 물건으로 가득한 다섯 번째 공간. 사진 스튜디오 텍스처 온 텍스처(texture on texture)의 작업실이다.
텍스처 온 텍스처는 올해로 10년 차를 맞은 사진 스튜디오다. 건축을 전공한 신해수, 인테리어 디자인을 전공한 정멜멜, 시각 디자인을 전공한 정수호 세 명의 구성원이 서울을 기반으로 인물과 공간 중심의 이미지를 만드는 작업을 수행하며 자체 프로젝트도 운영 중이다.
주제와 분야에 구애받지 않고 왕성하게 활동해 나가는 이들의 포트폴리오는 다채롭다. 순수 예술부터 상업 콘텐츠까지, 국립현대미술관과 서울국제도서전부터 조선 호텔과 이솝까지, 소설가 한강과 배구 선수 김연경의 초상부터 양송이버섯과 아르텍 스툴의 정물 사진까지.
ⓒ 텍스처 온 텍스처 공식 홈페이지
ⓒ 텍스처 온 텍스처 공식 홈페이지
경계 없이 뻗어나가는 텍스처 온 텍스처 작업의 미덕은 자연스러움에 있다. 과도한 설정과 연출은 지양한 채 피사체가 품은 형태와 구조, 표정과 분위기에 집중해 본연의 매력을 최대한 끌어내는 것. 현장의 빛과 색이 차분하게 내려앉은 인물과 사물의 모습에서 전해지는 건 억지스럽지 않은 우아함과 단정함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스튜디오의 결과물을 들여다보며 ‘맑다’, ‘깨끗하다’ 같은 수식어를 늘어놓는 이유일 테다.
지난해 7월, 텍스처 온 텍스처는 종로구 연건동에서 서대문구 홍은동으로 작업실을 옮겼다. 오래된 오피스 빌딩에 밝고 환한 실내가 특징이었던 이전 작업실과는 달리 지금은 매끈한 신축 건물에 차분한 무채색의 노출 콘크리트가 돋보인다. 데스크 업무에 적합한 데다 장비 운반과 보관에 용이하고, 특히나 기존의 공간이 소장 중인 철제 가구와 잘 어우러진 덕분에 벽을 터는 것을 제외하고는 별도의 인테리어 공사를 진행하지 않고 들어왔다.
공간은 심플하지만 곳곳에 자리한 물건들은 은은하게 저마다의 개성을 드러낸다. 스튜디오를 시작할 당시에 구매했던 빈티지 조명과 여행 갈 때마다 들고 다닌 필름 카메라, 동료 창작자들이 손수 만들어 선물해 준 스툴과 틈틈이 모아온 아트북 같은 것들이. 다종다양한 물건으로 채워 넣었지만 요란하지 않고 일관된 톤을 사용했으나 단조롭지 않은 환경. 본인들의 사진을 닮은 담박한 공간에 오후 볕이 부드럽게 새어 들어오고, 눈앞의 평온한 풍경이 썩 마음에 드는 제4의 멤버 시바견 택수가 이리저리 어슬렁거린다.
클라이언트를 처음 대면하는 미팅과 촬영을 준비하는 회의, 장시간의 고단한 리터칭 작업과 느긋하게 즐기는 티타임으로 채워지는 텍스처 온 텍스처의 작업실. 이곳에서 물욕 많은 에디터의 시선을 단번에 빼앗은 물건들은 어떤 걸까?
01
대형 포스터
작업실 벽면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대형 포스터는 텍스처 온 텍스처의 작품이다. 2020년 12월부터 2021년 4월까지 MMCA 과천에서 열린 전시 <올림픽 이펙트: 한국 건축과 디자인 8090>에 출품한 작업을 그대로 가져왔다. 88서울올림픽의 여파 속에서 디자이너와 건축가들의 계획 및 설계 과정을 조명하는 전시였는데, 텍스처 온 텍스처는 80년대 건축가들이 실제로 사용하던 설계 도구를 사진으로 기록한 작품을 선보였다. 샤프심 ・ 제도자 ・ 지우개 같은 작은 도구들이 거대한 건축물의 출발점이 된다는 점에서 착안해 건축 구조를 떠올릴 만한 형태의 시각 작업물을 만들었다. 여기가 사진 스튜디오의 작업실임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물건이다.
- 아티스트: 텍스처 온 텍스처
- 작품명: ‘계획하는 도구’, 2020, 아카이벌 잉크젯 프린트, 199.8×101.6cm
02
촬영 장비 케이스
촬영 나갈 때면 항상 들고 나간다는 Pelican의 캐리어. ‘미군이 사용하는 케이스’로도 불리며 탁월한 내구성을 자랑하는 하드 케이스다. 로케이션 촬영 비중이 높은 탓에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장비를 경량화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와중에 구매했다고 한다. 카메라 ・ 렌즈 ・ 배터리 ・ 충전기 ・ 스트로브 등 촬영에 필요한 최소한의 구성품이 모두 들어가며, 텍스처 온 텍스처 멤버들은 여기에 별도의 커스텀 작업까지 더해 수납공간을 확장해 사용 중이다.
- 브랜드: Pelican
- 제품명: 1535 Air Carry-On Case
- 구매 링크 (https://www.pelican.com/us/en/product/cases/carry-on-case/air/1535/)
03
스피커
작업실 배경음악을 책임지는 스피커는 Inkel의 DM-2500. 신해수 실장이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각별한 스피커로, 50여 년 전 사우디아라비아에 일하러 갔던 아버지가 집에 돌아오며 유일하게 구매한 물건이라고 한다. 당시 세트로 구매한 AKAI 앰프에 연결해 사용하며 중간에 을지로에서 수리를 한 차례 받아 현재까지도 문제없이 쓰고 있다. 공간에 퍼지는 소리의 질감이 묵직하고 풍부하다.
- 브랜드: Inkel
- 제품명: DM-2500
04
사진집
철제 선반 한쪽을 사진집 컬렉션이 가득 채우고 있다. 그중 정멜멜 실장이 꺼내 소개해 준 책은 . 미국의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낸 골딘의 사진집으로 관계 ・ 우정 ・ 정체성 등에 관한 개인적인 이야기와 시대상을 기록한 작가의 대표작 중 하나다. 평소 낸 골딘의 작업을 좋아했지만 학생 시절에는 가격이 부담돼 구매하지 못하다가, 사진가로 활동한 이후 한참 뒤에야 서울의 사진 전문 서점 이라선에서 구매할 수 있었다고. 현재는 절판돼 중고 책으로만 구할 수 있다.
- 출판사: PHAIDON
- 책 제목: by Nan Goldin
- 구매 링크 (https://www.amazon.com/Devils-Playground-Nan-Goldin/dp/0714842230)
05
스툴
작업실에 놀러 온 많은 이들이 궁금해했다는 영롱한 블랙 스툴. 공간 기록 촬영 업무로 꾸준히 협업 중인 공간 디자인 스튜디오 COM(씨오엠)이 선물해 준 ‘재즈 스툴’이다. 시크한 블랙 톤 위로 드러나는 목재의 자연스러운 질감이 돋보이며, 보이는 것에 비해 앉았을 때 안정감이 느껴지는 것도 장점이다. 이동이 용이하고 어디에 놓아두어도 작업실 분위기와 잘 어우러져서 상황에 따라 여러 방면으로 활용 중이라고.
- 브랜드: COM(씨오엠)
- 제품명:재즈 스툴
- 웹사이트 (https://c-o-m.kr/)(현재 판매하는 제품은 아니므로 스튜디오 COM의 웹사이트 링크로 대체한다.)
06
볼캡
이 볼캡은 ‘우리가 쓰려고 만든 제품’의 표본이다. 촬영 작업 시 대체로 검은색 옷과 검은색 모자를 착용하는 텍스처 온 텍스처 구성원들이 누구보다 요긴하게 사용하는 물건이니까. 텍스처 온 텍스처의 사이드 프로젝트이자 비인간동물과 반려인을 기록하는 프로젝트 ‘올루 올루’의 이름으로 제작하는 아이템이 대체로 그렇다. 앞면에 ‘강아지 시간이니 방해 ㄴㄴ’, 뒷면에는 ‘나는야 광기 어린 강아지빠’라고 적힌 위트와 도발 가득한 문구가 수많은 도그 러버들의 구매욕을 자극한다.
- 브랜드: 올루 올루
- 제품명: Do not disturb, Dog time
- 구매 링크 (https://tinyurl.com/mpeuyjyy)
07
블랭킷
블라인드를 쳐둔 창문 앞, 기다란 소파 베드를 덮고 있는 건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t.t.a에서 구매한 블랭킷이다. 변칙적인 블랙 & 화이트 체크 패턴과 끝단에 달린 테슬 장식이 멋스러운 제품. 전반적으로 심플하고 차분한 작업실 인테리어에 과하지 않은 포인트를 더한다. 반대 면의 샌드 컬러가 보이도록 뒤집어 사용할 수 있는 리버시블 디자인이라는 점 또한 구매를 앞당긴 요소다.
- 브랜드: t.t.a
- 제품명: cotton blanket – check
- 구매 링크 (https://thetribalaciiid.com/shop/item.php?it_id=1611814858)
08
펜던트 조명
사진집을 쌓아 놓은 철제 선반 위로 매끈한 은색 조명이 하나 달려 있다. 2015년 텍스처 온 텍스처를 시작할 즈음 신해수와 정멜멜이 함께 떠난 베를린에서 구매한 이케아 빈티지 행잉 램프다. 이케아에 이런 조명도 있었나 싶을 정도로 레어한 이 제품은 1980년대 초 벤트 간첼 보이슨이 디자인한 모델. 루이스 폴센 디자인 팀 책임자 출신이기도 한 보이슨은 독립 후 8년간 이케아 조명을 디자인했는데, ‘Galax 60’ 역시 그 시절에 생산됐다. 작업실을 찾는 손님 중에서도 유독 건축 업계 종사자들이 이 조명을 궁금해한다고.
- 브랜드: IKEA
- 제품명: ‘Galax 60’ hanging lamp designed by Bent Gantzel-Boysen
- 구매 링크 (https://tinyurl.com/3cy35ftk)
그 외 훔치고 싶은 물건들
필름 카메라
라이언 맥긴리의 카메라로 유명한 야시카의 대표 필름카메라
- 브랜드: YASHIKA
- 제품명: T4 Zoom
스텐 바구니
교토의 장인들이 한 땀 한 땀 손으로 엮어 만든 바구니
- 브랜드: netsujou
- 제품명: 교토 손뜨개 철망 바구니
- 구매 링크 (https://tinyurl.com/2xk69fa6)
빈티지 체어
심플하고 편안한, 군더더기 없는 빈티지 체어 (TMI. 택수가 참 좋아하는…)
- 브랜드: Vitra
- 제품명: 03 Non Stackable (Midnight Blue)
- 구매 링크 (https://tinyurl.com/22wcrxfm)
오일 버너
호주 디자이너 헨리 윌슨과 협업해 제작한 아름다운 홈 프래그런스 제품
- 브랜드: Aesop
- 제품명: 브라스 오일 버너
- 구매 링크 (https://tinyurl.com/4aps5rwy)
텍스처 온 텍스처
서울을 기반으로 인물과 공간 중심의 다양한 촬영 작업을 이어가는 사진 스튜디오. 신해수, 정멜멜, 정수호로 구성돼 있다. 자체 프로젝트로 비인간동물과 그들의 반려인, 보호자, 활동가와 후원자를 사진과 대화로 기록하는 아카이빙 프로젝트 ‘올루 올루’를 전개한다.
텍스처 온 텍스처 https://textureontexture.kr/
올루 올루(OLU OLU) https://oluolu.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