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한 천무 3.0 공개, "이 기술로 세계 시장 정조준"

그동안 국방 업계에서 은밀하게 회자되던 한화에어로의 '천무 3.0' 프로젝트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지난 6월 11일 제주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국군사과학기술학회에서 한화에어로가 공개한 'L-PGW'는 단순한 신무기가 아닙니다.

이는 천무 다연장로켓 시스템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꿀 혁신적인 개념이 담긴 자폭 드론입니다.

천무가 처음 세상에 나온 건 80km 사거리를 가진 GPS 유도로켓 CGR-80을 탑재한 다연장로켓시스템(MLRS)으로서였습니다.

하지만 한화에어로는 지난 10여 년간 끊임없이 천무를 진화시켜 왔고, 이제 그 결실이 드론과 결합한 미래형 무기로 결실을 맺게 된 것입니다.

천무 1.0에서 3.0까지, 끊임없는 진화의 여정


천무의 진화 과정을 살펴보면 한화에어로의 치밀한 전략을 엿볼 수 있습니다.

천무 다연장로켓

천무 1.0은 수출형 지대지 미사일 CTM-290을 탑재하면서 본격적인 글로벌 시장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이 미사일은 KTSSM-1과 유사한 구조를 가지면서도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를 준수하는 수출형으로 설계되어, 가격 대비 성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죠.

그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현재 폴란드와 사우디아라비아가 천무 시스템을 대량 도입하고 있으며, 한국 육군 역시 개량형인 KTSSM-2를 천무 발사대에 운용할 예정입니다.

이는 천무가 단순한 국산 무기를 넘어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플랫폼으로 자리잡았음을 의미합니다.

천무 2.0 단계에서는 더욱 정교한 무기들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280mm급 신형 미사일인 CTM-MR은 수출국의 요청에 따라 사거리 160km를 갖춘 중형 미사일이며, CTM-ASBM은 노르웨이 등에서 요구한 해상 표적 타격용 적외선 유도 대함 탄도미사일입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기존 CTM-290이 천무 1대에 2발만 장착 가능했던 반면, 새로운 미사일들은 8발까지 탑재할 수 있어 동시 타격 능력이 크게 향상되었다는 것이죠.

진짜 혁신은 바로 여기, 로켓에서 드론으로


하지만 천무 3.0의 진정한 혁신은 전혀 다른 곳에 있습니다.

바로 L-PGW(Loitering Precision Guided Weapon)라는 자폭 드론이죠.

이는 단순히 새로운 무기를 추가한 것이 아니라, 천무 시스템 전체의 운용 개념을 바꾸는 게임 체인저입니다.

L-PGW의 작동 원리는 흥미롭습니다.

천무 로켓의 탄두 대신 드론을 탑재해 적진에 빠르게 침투한 후, 로켓에서 분리되어 드론 모드로 전환되는 복합형 무기입니다.

CGR-80 로켓에는 1발(L-PGW 100), CTM-290 미사일에는 3발(L-PGW 300)이 탑재되죠.

이 시스템의 핵심은 로켓의 고속 침투력과 드론의 정밀 타격 능력을 결합했다는 점입니다.

로켓 추진 구간에서는 고속으로 적진 상공에 진입한 뒤, 드론이 분리되어 배회 모드로 전환됩니다.

마치 총알처럼 빠르게 날아가다가 갑자기 새처럼 변신하는 셈이죠.

AI가 스스로 판단하는 똑똑한 무기


L-PGW가 정말 혁신적인 이유는 인공지능 기술이 접목되었기 때문입니다.

폴란드 WB일렉트로닉스의 워메이트 자폭드론

드론에는 표적을 자동으로 식별하는 AI 기능과 초소형 위성통신 장치가 탑재되어 있어, 먼 거리에서도 실시간 조종과 타격이 가능합니다.

특히 AI 기반 자동표적식별(ATR) 기능은 게임 체인저입니다.

이동식 탄도미사일 발사대(TEL) 같은 고가치 이동 표적을 우선적으로 식별하고 타격하며, 여러 표적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목표를 스스로 선택합니다.

인간 조종사가 하나하나 지시할 필요 없이 드론이 알아서 판단하는 것이죠.

이런 자율 판단 능력은 현대전의 핵심 요구사항을 충족합니다.

전쟁터에서는 몇 초의 차이가 승패를 가르는 경우가 많은데, 드론이 스스로 판단해 즉시 타격할 수 있다면 그만큼 전술적 우위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독특한 설계로 최적의 성능 구현


L-PGW의 기술적 완성도는 설계 디테일에서도 드러납니다.

드론은 고기동성과 장시간 체공 능력을 동시에 요구하는데, 이를 위해 독특한 접이식 날개 설계를 채택했습니다.

일반적인 배회형 탄약이 두 개의 직선형 날개를 사용하는 반면, L-PGW는 접이식으로 수납되는 두 쌍의 날개를 적용했습니다.

이를 통해 높은 양력과 빠른 돌입 속도를 동시에 구현할 수 있죠.

추진 방식으로는 조용하고 효율적인 전기 모터와 리튬이온 배터리를 채택했습니다.

또한 L-PGW만의 독특한 기능이 있습니다. 바로 '폭격 피해 평가(BDA)' 기능입니다.

일부 L-PGW는 탄두 대신 위성통신 중계장비를 탑재해 다른 L-PGW의 타격 결과를 실시간으로 지휘소에 전달합니다.

이를 통해 표적이 완전히 파괴되었는지 확인하고, 필요에 따라 후속 미사일 발사를 조정할 수 있죠.

2028년, 세계 시장을 향한 대장정


한화에어로는 L-PGW의 개발을 이미 진행 중이며, 2028년쯤 실물 공개가 가능할 전망이라고 밝혔습니다.

천무 다연장 로켓

현재는 해외 수출용으로 개발되고 있지만, 한국군이 이를 도입할 경우 북한의 기갑부대나 이동식 탄도미사일 같은 고가치 시한성 표적에 대한 타격 능력이 획기적으로 향상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해외 경쟁사들도 유사한 방향으로 개발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독일 라인메탈의 GMARS, 이스라엘 KMW의 PULS 등이 그 예죠. 하지만 천무 3.0은 로켓-드론 하이브리드 개념을 처음으로 실제 시스템화했다는 점에서 차별화됩니다.

천무 3.0과 L-PGW는 2028년까지 개발을 완료한 후 한화에어로의 차세대 핵심 수출 상품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입니다.

이미 폴란드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검증받은 천무 브랜드에 최첨단 드론 기술까지 더해진다면,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 한국의 입지는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