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찾아가 어머니 폭행해도 영장 기각..스토킹 처벌법, 무엇이 문제인가

이가영 기자 입력 2022. 9. 24.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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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재현의 형사판] 형사법 전문가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박사와 함께하는 사건 되짚어 보기. 이번 주 독자들의 관심을 끈 사건에 관해 전문가의 날카로운 시선으로 한 단계 더 들어가 분석합니다.

김상범 서울교통공사 사장이 24일 서울 중구 신당역에 마련된 '신당역 스토킹 살해 사건' 희생자 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뉴시스

스토킹 혐의로 수사를 받는 중에도 지속적으로 피해자에게 전화하거나 찾아가는 등 범행을 저지른 20대 남성 A씨가 세 번째 영장 청구 만에 구속됐습니다. A씨는 접근금지 잠정조치가 내려졌던 지난 5월에도 피해자 B씨 집에 찾아가 B씨 모친을 폭행했고, 신고하려는 B씨도 때려 상해를 입혔습니다. A씨는 경찰 수사 단계에서 두 차례 구속영장이 청구됐지만 법원에서 모두 기각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스토킹 처벌법은 1999년 처음 발의됐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다가 22년 만인 지난해에야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어렵게 시행된 스토킹 처벌법, 이대로 괜찮은 걸까요?

◇스토킹의 정의 자체를 다시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요?

네. 지금 스토킹 처벌법에 의하면 스토킹의 범주가 너무 넓어 입법 취지가 무의미해지고 있습니다. 아파트 층간소음을 해결하기 위해 우퍼 스피커를 설치해 소리를 내는 행위, 기자들이 취재원을 기다리는 행위도 스토킹이 됩니다. 스토킹에 대한 정의를 명확히 하면서 ‘피해자의 개인정보를 알아내 무차별적으로 인터넷에 올려 괴롭히는 행위’를 새롭게 포함할 필요가 있습니다.

위층 집 층간소음에 우퍼스피커 설치한 나, ‘스토커’라고요? [형사판]

◇스토킹 범죄자에 대한 긴급응급조치와 잠정조치에도 문제가 있다고요?

그렇습니다. 스토킹 처벌법에는 스토킹 행위의 상대방이나 주거지 등으로부터 100m 이내의 접근을 금지하거나 전기통신을 이용해 접근하는 것을 금지하는 긴급응급조치와 잠정조치가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101m 떨어진 곳에 접근하는 건 괜찮다는 소리고, 휴대전화로 연락하는 것이 아니라 통장에 1원씩 송금하면서 메시지에 “보고싶다”고 하는 건 법 위반이 아니란 말이 됩니다. 이러한 조치가 무슨 소용이 있다는 말입니까? 반드시 가해자와 피해자를 온전히 공간적으로 분리할 수 있는 ‘가해자 위치 정보’를 알 수 있는 조치가 도입되어야 합니다.

◇현 스토킹 처벌법의 처벌 규정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하셨는데요?

현재 긴급응급조치를 위반하면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잠정조치 위반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생각해보세요. 긴급응급조치 및 잠정조치 위반 행위 자체가 또 다른 스토킹 범죄입니다. 그런데 긴급응급조치 위반에 대해 단순히 과태료 부과에 그치고 있습니다. 구청에서 하는 주차금지 위반 행위와 동일하게 보는 겁니다. 과태료가 아니라 별개의 스토킹 범죄로 입건해 바로 법원에 구속영장 청구해야 합니다.

형사소송법은 구속 여부를 판단할 때 ‘재범의 위험성’과 ‘피해자에 대한 위해 우려’를 고려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피의자를 불구속 상태로 내버려두니 지속적인 스토킹을 통해 피해자를 괴롭히는 겁니다. 법원도 이럴 땐 구속영장 발부해야 합니다. ‘우려’가 아니라 피의자 스스로 현실에서 범행을 ‘실천’하고 있으니까요.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피의자 전주환이 21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경철서에서 서울중앙지검으로 송치되면서 취재진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다. /뉴스1

◇구속영장 발부가 어려운 이유가 있을까요?

스토킹 처벌법은 스토킹 행위에 대해 3년 이하의 징역형을 내릴 수 있도록 합니다. 형법상 협박죄와 같습니다. 또 스토킹과 함께 과실치상, 폭행, 협박 등이 ‘반의사 불벌죄’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피해자가 고소하지 않거나 처벌을 원치 않으면 처벌할 수 없습니다. 주로 사안이 중대하지 않다고 여겨지는 범죄들이 이에 해당합니다.

결국, 스토킹 처벌법은 “스토킹은 중한 범죄가 아니다”라고 소리높여 주장하고 있는 꼴입니다. 그러니 ‘범죄의 중대성’ 측면에서 구속영장이 기각되는 경우가 많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반의사 불벌죄는 폐지되어야 하고, 형량을 높여야 합니다.

◇스토킹 처벌법 개정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반드시 도입돼야 하는 제도가 있을까요?

현재는 스토킹 범죄자에 대한 치료 처우가 도입되어 있지 않습니다. 제가 많은 정신과 전문의들에게 스토킹을 ‘인격장애’로 볼 것인지 ‘정신질환’으로 볼 것인지 질의했지만 모두 의견은 달랐습니다. 인격장애라면 격리가 우선이고, 정신질환이라면 치료해 재범 위험성을 낮춰야겠죠. 법무부는 대한정신의학회에 치료 가능성이 있는지 자문을 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치료할 수 있다면 스토킹 피의자를 구치소에 최대 1개월 동안 가두는 잠정조치 4호를 결정할 때와 출소 시 치료명령대상자에 포함되도록 해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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