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에서 불과 차로 한 시간이면 도착하는 곳에,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숲이 있다. 경기도 남양주시 수동면에 자리한 축령산자연휴양림.
수십 년을 자란 잣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선 숲과 흙길로 이어진 산책로, 그리고 철쭉이 만개하는 정상까지 여기는 단순한 산이 아닌, 사계절 내내 살아 숨 쉬는 자연의 집이다.
도심의 소음을 뒤로하고 걷기 시작하면, 그동안 잊고 있던 고요함과 마주하게 된다. 그저 걷는 것만으로도 피로가 사라지는 이곳에서, 숲과 계절이 선물하는 특별한 하루를 만나보자.
남양주 축령산자연휴양림

축령산자연휴양림의 핵심은 단연 잣나무 숲이다. 고요하게 쏟아지는 햇살과 솔향은 마치 자연이 준비한 천연 아로마 테라피처럼 온몸을 감싼다.
이 울창한 숲을 품은 휴양림에는 ‘숲속의 집’ 7동, 산림휴양관 18실, 단체 이용객을 위한 축령관까지 다양한 숙박시설이 마련되어 있어 1박 2일의 힐링 여행을 떠나기에 안성맞춤이다.
야영을 선호하는 여행자들을 위한 30개 데크의 야영장도 갖춰져 있어, 자연 속에서의 하룻밤을 오롯이 즐길 수 있다. 단순히 머무는 공간을 넘어, 숲과 어우러진 삶을 체험할 수 있도록 조성된 이곳은 가족 단위는 물론 혼자만의 고요한 휴식을 원하는 이들에게도 제격이다.

잣나무 숲길을 따라 걸음을 옮기면, 어느새 축령산의 또 다른 명소인 서리산 정상과 마주하게 된다. 이곳에는 무려 13,000㎡ 규모의 철쭉군락지가 펼쳐져 있어, 특히 봄이면 연분홍빛 꽃길이 장관을 이룬다. 바람에 흩날리는 꽃잎 속을 걷다 보면 마치 동화 속 한 장면에 들어선 듯한 기분이 든다.
서리산의 매력은 계절마다 변주되는 풍경에 있다. 봄에는 철쭉, 여름에는 초록의 숲, 가을에는 붉게 물든 단풍, 겨울에는 하얀 눈꽃으로 완전히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오를 때마다 새로운 감동을 주는 이 풍경은 축령산이 단순한 등산 코스 이상의 가치를 지닌 이유다.
‘축령산’의 유래

‘축령산(祝靈山)’이라는 이름에는 단순한 산의 이름을 넘어선 흥미로운 전설이 담겨 있다. 고려 말, 조선을 세운 이성계가 이곳에서 사냥을 했지만 아무것도 잡지 못하자, 한 몰이꾼이 “이 산은 신령스러운 곳이니 제를 지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실제로 산 정상에서 산신제를 지낸 뒤 멧돼지를 잡았다는 이 이야기는 전해 내려오며, 지금의 ‘신령을 축하한다’는 뜻의 축령산이라는 이름이 탄생했다.
이 전설은 오늘날까지도 숲 곳곳에 스며 있는 듯한 신비로운 분위기를 더해주며, 방문객들에게 단순한 자연 이상의 경험을 선사한다. 고요하지만 강한 존재감을 지닌 숲, 축령산은 그래서 더 특별하다.
이용 팁과 요금 정보

축령산자연휴양림은 사계절 내내 운영되지만, 계절에 따라 운영 시간이 다르다. 하절기(4~10월)에는 오전 6시부터 오후 7시까지, 동절기(11~3월)에는 오전 7시부터 오후 5시까지 개방된다. 숙박시설 입실은 오후 3시, 퇴실은 다음날 오전 11시이며, 야영 데크는 정오부터 다음날 정오까지 사용할 수 있다.
입장료는 합리적이다. 성인 개인 기준 1,000원, 청소년은 600원, 어린이는 300원이며, 30명 이상의 단체는 할인 적용이 가능하다.
다만, 성수기에는 예약 경쟁이 치열하므로 최소 한 달 전 예약은 필수다. 산림휴양관과 야영장 등 모든 시설은 남양주시청 공식 홈페이지 또는 유선 문의를 통해 사전 예약제로 운영되며, 취소나 변경 시 수수료 정책도 확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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