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9. 테슬라와 BYD의 전략은 분명히 다르다.

테슬라와 BYD는 이 시대 대표적인 전기차회사다. 테슬라는 배터리 전기차만, BYD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도 생산한다. 미디어들은 전기차라는 표현으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를 포함해 판매 대수 위주로 비교한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는 내연기관 베이스의 전동화차다. 그 정도의 고민조차 하지 않는다. 두 회사는 전략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다. BYD는 내연기관 엔진도 개발하며 유사시(?)에 대응하고 있다. 두 회사는 미국과 중국 간의 패권전쟁 속에서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유튜브의 등장으로 정보의 자유화는 인터넷 시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진전을 이루고 있지만 모든 분야를 아우르지는 못한다. 오늘날 미디어 대부분은 수익성을 우선으로 하는 뉴스만 생산 유통한다. 클릭 유발 뉴스 위주다. 기후 재앙을 비롯해 인류의 미래를 다루는 컨텐츠를 찾는 것은 쉽지 않다. 날마다 세계 곳곳에서 참혹한 사태가 계속돼도 그냥 단편적인 뉴스 취급에 그친다. 테슬라 관련 뉴스는 주가가 기준이다. BYD 관련 뉴스는 테슬라와의 경쟁 관계만 따진다. 들여다보면 다른 것이 보인다. 그렇게 된 배경을 찾고 우리가 취해야 할 자세를 연구해야 한다. 테슬라와 BYD의 전략 차이를 짚어 본다.

 

글 / 채영석(글로벌오토뉴스 국장)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리스크로 여러 가지 문제가 이슈화되고 있다. 2023년 여름 고금리로 2024년에는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예고했던 그는 올해 10% 인원 감축을 선언했다. 더 문제는 주요 임원 대부분이 회사를 떠났다는 것이다. 슈퍼차저팀과 광고팀 전체를 해고한 것도 도마 위에 올랐다. 반면 BYD는 2022년 3월부터 내연기관차 생산을 중단하고 배터리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만 판매하고 있다. 올해 말 태국 공장 가동을 시작하고 헝가리에도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 시장에서의 성장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에 나서고 있다.

 

테슬라는 일론 머스크가 인수한 이후부터 줄기차게 에너지 회사로의 진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에너지 대전환이 있어야 탄소중립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일론 머스크의 방향성은 많은 주목을 끌었다. 회사 창립 20년이 되지 않아 주식시장에서 애플과 경쟁을 선언하고 있다. 그에 비해 BYD는 자동차산업에서 입지 구축을 우선으로 하고 있다. 전기제품의 배터리회사로 1995년 설립된 회사가 자동차산업에서 이 짧은 시간에 테슬라와 경쟁할 정도로 성장해 있다.

 


 

공교롭게도 2003년 자동차산업을 시작한 두 회사는 공통점이 있다. 기존 레거시 자동차회사들의 수평 분업이 아닌 수직 통합 방식의 비즈니스 구축을 추구하고 있다. 간단하게 말하면 타이어와 유리를 제외하고는 배터리와 반도체까지 모두 내재화한다는 것이다. 배터리가 자동차 판매가의 40%에 달하고 앞으로 SDV와 ADAS가 발전하면 반도체도 그에 버금가는 수준에 달하게 된다. 그렇다면 자동차회사는 20~30% 사이에서 수익성을 창출해야 한다는 말이 된다.

 

그렇게 되면 기존의 방식을 통한 비즈니스는 존재 가치가 없어질 수 있다. 그래서 테슬라와 BYD 등 신참자들을 외부의 파괴적 경쟁자라고 칭한다. 그 파괴적 경쟁자의 힘은 배터리와 반도체에 나온다는 얘기가 된다. 자동차에만 국한하면 현재로써는 배터리에서는 BYD가 우위에 있고 테슬라는 반도체에 강점을 보인다.

 

두 회사 모두 중국이 최대 시장이다. 2023년부터 전기차의 성장세가 둔화하면서 이 부문의 대표적인 업체인 두 회사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국에서는 가격 경쟁이 심화하고 전기차 재고가 쌓이고 있고, 독일을 비롯한 유럽 국가에서는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지급 중단 문제가 뜨거워지고 있다.

 

전기차 부문 선두 주자인 이들이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야 전기차 시장 전체가 달라질 수 있다는 의견이 강하게 대두되고 있다. 그렇다면 현시점에서 테슬라와 BYD는 어떤 방향성을 갖고 있을까?

 


 

두 회사의 공통된 도전 과제는 지정학적 문제와 자국 내 경제 상황이다. 2023년 생산 절반이 중국에서 이루어진 테슬라는 중국 시설을 더 확대할 방침이지만 바이든과 트럼프가 걸림돌이다. BYD는 유럽과 동남아를 중심으로 일대일로를 따라 해외 시장을 개척하고 있지만 미국 시장 진출이 관건이다. 니오가 중국에 소량을 들여가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는 단계이지만 미국은 BYD의 멕시코 공장 건설에도 제동을 걸고 있다.

 

미국은 유럽과 함께 중국 견제를 멈추지 않고 있다. 일론 머스크는 그런 정치적인 움직임을 무시하고 독자 행보를 하고 있다. 그러니까 테슬라는 미국에서 발생한 문제가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주주 자본주의 국가인 미국에서 신뢰성도 많이 하락해 자본 조달에 문제가 생겼다. 미국의 경제는 거시경제 지표와는 달리 하락세를 보인다. 여기에 일론 머스크 리스크도 상수로 작용하고 있다.

 

BYD도 안팎으로 문제가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중국업체들의 해외 시장 확대에 제동을 걸고 있다. 부동산 자본주의 국가인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부동산 소유권 판매로 인한 것이 크다. 중국은 지방 정부가 토지의 소유권을 70년 단위로 판매한다. 그 대부분은 부동산회사가 매입해 일반인에게 다시 판매하는 구조다. 그런데 부동산 1위 헝다와 2위인 비구이위안의 파산으로 소비가 크게 침체되어 있다. 우선은 비어있는 아파트가 큰 사회 문제로 부상해 있다. 소비 위축으로 자동차 판매 증가 둔화 조짐을 예상하고 중국 자동차회사들은 해외시장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는 투자은행들의 신뢰를 얻어야 하고 중국 시장에서는 부동산이 활성화되어야 소비가 살아난다. 그래서 더 새로운 비즈니스를 추구하는 테슬라와 BYD가 시선을 끌고 있다. 역사적으로 변화를 주도했을 때 주도권을 잡았고 시장을 장악했다.

 

테슬라는 생산기술 혁신 통한 에너지 회사 전환 추구


 

2003년 자동차 사업을 시작한 테슬라와 BYD는 방향성이 다르다.

 

두 회사 모두 외견상 내연기관을 멀리한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테슬라와 달리 BYD는 전통적인 자동차회사들과 비슷한 비즈니스 구조를 택하고 있다. 세계 1위인 토요타는 2007년을 정점으로 내연기관 엔진의 특허가 꾸준히 줄고 있다고 IPC(International Patent Classification)는 밝히고 있다. 반면 ECU 등 전기·전자, E/E 아키텍처 부문은 증가하고 있다. 이는 소프트웨어 정의 자동차로 이어진다. 소프트웨어 정의 자동차라는 화두는 테슬라가 주도하고 있고 중국의 BYD와 니오 등이 뒤를 잇고 있다.

 

테슬라는 배터리 관련 특허를 많이 출원하고 있다. 더불어 태양광 모듈의 지지 구조를 비롯해 태양광 모듈에 결합한 부품 또는 액세서리, 방사선 감응 반도체 장치 등 태양광 발전과 관련된 것들이 증가하고 있다. 이를 위해 2016년에 미국 태양광 서비스 제공업체인 솔라시티를 인수하기도 했다.이런 움직임은 테슬라가 자동차제조업체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테슬라는 2016년 ‘지속 가능한 운송으로의 세계 전환 가속화’에서 ‘지속 가능한 에너지로의 세계 전환 가속화’로 슬로건을 바꾸었다. 2017년에는 회사명을 테슬라 모터스에서 테슬라로 변경했다.

 

그런 테슬라의 변화 중 최근 가장 시선을 끄는 것은 생산 기술의 혁신이다. 자동차산업의 역사는 비용 저감의 역사다. 테슬라는 그를 위해 기가 캐스팅을 바탕으로 한 차세대 플랫폼인 언박스드 프로세스를 개발하고 있다. 조립공정 99% 자동차를 목표로 하며 로봇도입도 추진하고 있다. 48볼트 시스템을 바탕으로 한 배선 장치 기술에서도 혁신적인 진전을 이루었다. 48V 시스템의 도입과 동시에 ECU 간의 네트워크에 이더넷을 채택한 것이 핵심이다. 이에 따라 E/E 아키텍처의 배선량을 70%까지 줄일 수 있었다고 한다.

 

대형차의 배선 장치의 무게는 50kg을 넘는데 테슬라는 배선의 10~15kg 이상의 무게를 덜어냈다. 이는 사이버트럭에 적용되어 주행거리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 이는 전통적인 자동차회사들도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1~2%라도 효율성을 높이려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획기적이라고 할 수 있다. 테슬라는 지금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은 물론 차세대 하네스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기가 캐스팅에 이어 하네스 관련 기술도 다른 업체들이 벤치마킹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소프트웨어와 인공지능 등에서 다른 자동차회사들과는 현격한 차이를 보이며 앞서가고 있다. VPP(Virtual Power Plantrk가상 발전소로 ICT기술을 이용해 소규모 에너지 발전 자원을 연결해 하나의 발전소처럼 통합 제어하는 시스템), 태양광 발전, 축전지, 히트펌프 등 통합 관제에도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BYD는 전기차를 중심으로 내연기관차도 개발 중


 

1995년 배터리 제조업체로 설립된 BYD는 2003년 파산한 소규모 국영 자동차 제조업체를 인수하여 자동차 사업에 진출했다. 그리고 2010년 이후 자동차 관련 기술 특허를 늘렸고 2018년에는 1세대 전기차 전용 e-플랫폼 1.0을 발표했다. 이는 그동안 전기차 관련 기술에 많은 투자를 해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BYD 외에도 화웨이와 바이두 등이 다른 형태로 자동차산업에 진출하고 있는 지금의 현실은 전통적인 사고방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다.

 

BYD는 테슬라와 달리 내연기관 엔진 베이스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도 생산하고 있다. BYD는 내연기관차 생산 중단을 선언한 2022년 이후에도 엔진 및 하이브리드 전기차 관련 특허 출원을 계속하고 있다. 엔진의 열효율을 높이기 위해 연소 기술을 꾸준히 개발하고 있다. 다양한 파워트레인을 갖춘 종합 자동차 제조업체가 되겠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이는 중국 시장은 물론 전기차로의 전환이 늦은 여타 국가로의 세력 확장도 노리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니까 테슬라는 자동차 경계를 넘어 에너지 기업으로 진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BYD는 자동차 산업에서 입지를 다지기 위해 기술을 축적하고 있다고 요약할 수 있다.

 

BYD는 독자적인 길을 걸어온 테슬라와 달리 토요타를 집중적으로 벤치마킹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BYD의 모델에서는 토요타 코롤라와 비슷한 부분이 보인다. 동시에 전기차 기술에서는 테슬라를 철저히 연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외시장에도 수출되고 있는 씰의 경우 ECU 구성이 테슬라 모델3와 유사하다는 분석이 나와 있다.

 


 

그러니까 BYD는 초기에는 토요타를 벤치마킹하고 전기차로 전환하면서부터는 테슬라를 연구한 것이다. 대표적인 첫 번째 전차 전용 e-플랫폼 1.0이 테슬라 모델S를 모티브로 했다. 물론 BYD의 장점은 배터리다. 그 힘을 바탕으로 2021에는 독자적인 블레이드 배터리와 3세대 전기차 전용 e-플랫폼 3.0을 발표했다.

 

시선을 끄는 것은 2022년 내연기관차 생산을 종료했지만, 내연기관 엔진 개발에도 투자하고 있다는 점이다. 2023년에는 열효율을 높이는 린 번(lean burn) 관련 특허가 그것이다. 그러니까 BYD는 전기차로의 전환과정에서 판매 둔화를 염두에 둔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는 얘기이다.

 

BYD는 약 600개의 엔진 관련 특허를 출원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전체 누계 특허군 1만4000개의 약 4%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엔진 특허는 늘리고 있다.

 

그렇게 해서 등장한 것이 지난달 공개한 BYD의 5세대 DM-i 하이브리드 시스템으로 신형 씰에 탑재된다. 1.5리터 가솔린 엔진과 120kW 전기모터를 조합하며 연료 소비는 3리터/100km에 불과하다. 소비자들은 국적보다는 자신의 이익에 따라 소비한다. 한국 버스 시장에서 중국산 전기버스 점유율이 54%에 달하며 가성비 등에서 평가도 좋다는 것을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전체 버스 시장에서 전기버스의 점유율은 작년 말 기준 10.7%다.

 

중국은 2022년 말부로 중앙 정부의 보조금을 중단했지만 지방 정부가 별도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자동차회사들은 할인 판매를 늘리고 있다. 2023년 12월 갑작스럽게 보조금 지급을 중단한 독일은 2024년 전망을 어둡게 했다. 이는 전기차에만 의존하는 자동차 제조업체들에는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테슬라도 예외가 아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자동차회사는 전기차 전환 로드맵을 수정하고 있다. 그렇게 보면 토요타와 BMW의 멀티 페이스 전략이 돋보인다고 분석할 수 있다. BYD의 전략도 수익성 측면에서는 현명한 선택이었다는 평가도 가능하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결국은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한 미국의 정책으로 인한 것이다. 더 정확히는 정치인들의 이익에 인류의 미래가 위협을 받는 것이다. 그 근저에는 자본주의의 한계가 있다. 자동차회사들의 자세 전환과는 별개로 지정학적 문제도 전기차 전환에 제동을 걸고 있다. 배터리 전기차가 100%는 아니지만 현시점에서 인류가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다. 온 세계가 힘을 합해야 탄소중립이 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 지 오래다.

 

지금도 전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기후 재앙은 인간의 자세 전환을 강요하고 있다. 기후 재앙은 정상적인 산업 활동을 저해하고 있다. 인간의 탐욕이 탄소중립에 가장 큰 장애물이라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