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아파트인데…이름은 '팰리스·캐슬'
[앵커]
아파트 이름이 언젠가부터 길고 복잡해졌죠.
집값에 도움이 된다며 외래어를 쓰거나 입지 특징을 끌어다 붙이는 건데, 가장 긴 아파트 이름은 25자나 됩니다.
순우리말로 된 아파트, 더 이상 찾기 어려워졌습니다.
보도에 문형민 기자입니다.
[기자]
서울 마포구의 한 아파트.
지역명과 건설사 이름, 특징을 부각하는 애칭까지, 아파트 이름은 모두 15글자입니다.
경기 파주와 전남 나주에선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25글자 아파트도 등장했습니다.
이름이 긴 건 물론, 외래어까지 섞여 있어 한 번 듣고는 어디에 무슨 아파트인지 알기 어렵습니다.
<조영자 / 서울 마포구> "젊은 사람은 척척 알아보지만, (우리는) '어디로 와' 그러면 못 찾아가지. 늙으면 못 다녀 어디도. 전부 영어로 해놓으니까."
올해 입주자모집 공고를 낸 236개 아파트 단지 중 98.3%가 아파트 이름에 외래어를 사용한 걸로 나타났습니다.
서울시 조사 결과, 응답자의 72.3%가 외래어로 된 아파트 이름을 인지하기 어렵다고 답했고, 58.4%는 아파트 이름을 한국어로 사용하는 데 공감한다고 응답했습니다.
보다 못한 서울시가 올해 초 아파트 이름을 쉽게 짓자는 내용의 권고안을 내놨습니다.
아파트 글자 수는 최대 10자 내외로, 지역명을 쓸 경우 서초는 '서리풀', 노량진은 '노들나루' 등 옛 지명으로, 또 '하늘채', '사랑으로'처럼 우리말을 쓰자는 겁니다.
<이은희 /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 "한국말을 써서 브랜드 가치를 '좋은 주거'라는 이미지로 소비자에 전달할 수 있는, 한글을 사용한다고 하면 오히려 독특하고…"
다만, 강제성이 없어 당장 큰 변화를 기대하긴 어렵습니다.
브랜드를 강조하고 외래어 애칭이 많을수록, 아파트값이 오른다는 인식을 넘어서야 하는 과제도 있습니다.
연합뉴스TV 문형민입니다. (moonbro@yna.co.kr)
#외래어 #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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