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염색? 출입부터 어려워" 장애인 친화미용실 한 곳도 없는 대구경북
수도권 곳곳에 들어서고 있는 장애인친화 미용실을 대구에도 확충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입장부터 서비스 이용까지 곳곳에 난관이 도사리는 탓에 장애인들의 겪는 좌절감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미용실 한 번 가려고 하루 열통이 넘는 예약 전화를 돌려도 번번이 실패해요. 전동휠체어는 문턱이 조금만 높아도 못 들어가거든요."
지난달 27일 오후 5시쯤 대구 중구에 위치한 A 미용실. 전동휠체어를 탄 중증 뇌병변장애인 김주열(30·가명) 씨가 활동지원사와 함께 미용실을 방문해 이 같이 토로했다. 이날 찾은 미용실은 출입구에 문턱이 없어 큰 어려움 없이 들어갔지만 대다수 미용실이 단차가 있어 출입부터 힘들다는 것.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전동휠체어는 단차가 불과 3㎝만 넘어가도 접근이 제한되고 납배터리를 사용하는 등의 이유로 무게가 100㎏이 넘어 성인 남성조차 들어 옮기기 어렵다.
일단 미용실에 입장해도 미용의자로 옮겨 앉는 것 역시 난관이다. 대개 거울 앞에 고정된 채 움직일 수 없는 구조여서다. 다행히 이 미용실은 360℃로 회전하는 고정형 의자가 구비돼 김씨는 활동지원사의 도움을 받아 휠체어에서 옮겨 앉을 수 있었다.
가장 힘든 부분은 염색·파마·커트 후 샴푸대로 가는 과정. 휠체어로 다시 옮겨 앉아 이동하거나 타인의 부축을 받아야 하는 탓에 장애인들은 미용실 가기를 포기하거나 최소한의 시술만 받는 걸 택하는 실정이다.
김씨는 이날 미용사와 활동지원사의 부축을 받고 힘겹게 샴푸대로 이동했다. 그는 "남자미용사가 있고 벽에 손을 짚을 수 있어서 가능했다"며 평소에는 미용실에서 머리를 못감고 가는 게 보통이라고 했다.
소음 등 자극에 예민해 발달장애인이나 시각장애인 역시 김씨와는 다른 이유로 미용실 이용에 불편을 겪는다.
이 같은 실정에 장애 유형별로 맞춤형 시설을 갖춘 '장애인 친화미용실'을 대구에도 개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장애인 친화미용실은 2022년 서울 노원구가 복지관에 위탁운영을 맡기고 인건비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최초로 시행했다. 서울 서초구·성동구·동대문구·동작구 등으로 확대되면서 관심을 끌고 있지만 아직 대구경북에는 단 한곳도 들어서지 못했다.
권민송 대구대학교 유아특수교육과 학생회장은 "장애인들도 자신에게 맞는 머리 스타일로 만족감을 얻고 자신감을 키울 수 있어야 한다"며 "대구시에서도 장애인 친화미용실이 곳곳에 생길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장애인들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 이 같은 복지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손수민 손수민재활의학과 원장은 "장애인들이 음식을 먹거나 목욕을 하는 것은 집에서도 해결할 수 있지만 이·미용은 스스로 해결하기 어렵다"며 "장애인들도 편하게 미용실을 찾을 수 있도록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유진 기자 truth@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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