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닝보다 싸길래 덜컥…벤츠 470만·포르쉐 760만원, 사도 괜찮나 [왜몰랐을카]

최기성 매경닷컴 기자(gistar@mk.co.kr) 2023. 1. 25.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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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보다 싼 수입중고차 많아
싼 맛에 혹했다 ‘관상용’ 전락
‘사고차·침수차’ 속아 살 수도
유지비·수리비 미리 따져봐야
1000만원 미만에 나온 수입차 [사진출처=엔카닷컴]
“기아 모닝과 현대차 캐스퍼 사러 갔다가 벤츠 E클래스, BMW 5시리즈, 심지어 포르쉐 카이엔까지 샀다”

물려받은 돈이나 모아둔 자산이 부족한 평범한 직장인이 신차를 구입할 때 카푸어(Car Poor)를 각오하지 않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자동차 할부금융이 지난해 초보다 2~3배 오르고 그마나도 빌리기 쉽지 않은 요즘같은 시기에는 사실상 불가능한 선택이다.

950만원에 나온 벤츠 E클래스 실내 [사진출처=엔카닷컴]
반면 중고차 시장에서는 ‘언제든’ 가능하다. 중고차는 경차 모닝 값도 안 되는 1000만원 미만에도 살 수 있는 수입차종이 다양하고 매물도 많다.

현대차·기아, 쌍용차 등 국산차 브랜드는 물론 벤츠, BMW, 아우디, 포르쉐, 렉서스 등 프리미엄 수입차 브랜드가 내놓은 차종들 중에서 고를 수 있다.

카푸어가 되지 않아도 된다.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으기) 대출도 필요없다. 일반 직장인이라면 은행 적금을 통해 1~5년이면 1000만원을 모을 수 있어서다.

잇단 금리 인상으로 연리 20% 수준에 육박한 중고차 할부금융을 이용하지 않아도 된다.

구입비 일부를 비싼 할부금융으로 해결하더라도 카푸어로 전락할 가능성은 낮다. 금액이 적기 때문에 고금리 부담을 덜 수 있어서다.

무사고 BMW 오픈카가 799만원
1000만원 미만에 판매되는 BMW 5시리즈 [사진출처=케이카]
국내 최대 규모의 중고차 플랫폼인 엔카닷컴에는 25일 기준으로 홈서비스, 진단, 보증, 헛걸음 보상을 적용받아 ‘상대적’으로 안전한 매물인 1000만원 미만 수입차가 2652대 있다.

폭스바겐이 630대로 가장 많다. BMW는 347대, 미니(MINI)는 309대, 아우디는 263대, 벤츠는 250대, 포드는 84대 재규어는 50대, 렉서스는 49대, 지프는 31대 있다. 카푸어를 유발하는 수입차로 여겨지는 포르쉐도 3대 있다.

신차로 사면 1억원 이상 줘야 하는 포르쉐 카이엔은 2005년식이 760만원에 나왔다. 엔카가 무사고로 평가한 차량이다. 주행거리는 21만km다.

신차 가격이 7000만원이 넘는 벤츠 E클래스도 무사고 차량이 1000만원 미만에 올라와 있다.

벤츠 E350 쿠페 2011년식과 벤츠 E300 엘레강스 2012년식은 가격이 각각 950만원이다.

주행거리도 연식에 비해 무척 짧다. 각각 12만km와 14만km에 불과하다.

벤츠 E280 스포츠 패키지 2007년식 무사고 차량은 모닝 반값 이하인 470만원에 나왔다.

1000만원 미만에 판매되는 아우디 A3 [사진출처=케이카]
신차로 살려면 1억원 이상 필요한 BMW X5도 2011년식 무사고 차량이 790만원이다.

신차 값이 5000만원대인 BMW 3시리즈와 아우디 A4도 중고차 시장에서는 무사고 차량을 1000만원 미만에 구입할 수 있다.

BMW 320d 2014년식은 700만원, 아우디 A4 30 TDI 2015년식은 879만원에 나왔다.

오픈카(컨버터블)도 1000만원에 구입 가능하다. BMW 328i 컨버터블 2009년식이 799만원이다.

직접 매입한 차량만 상품화 과정을 거쳐 판매하는 케이카(K car)에도 1000만원 미만에 구입할 수 있는 프리미엄 수입차가 종종 등장한다.

현재 BMW 528i 2010년식이 880만원에 판매된다. 주행거리는 8만km에 불과하다. 무사고 차량은 아니지만 ‘작은 사고’로 펜더를 교환하고 패널을 판금한 수준이다. 36개월 할부를 이용하면 월 19만원 정도에 소유할 수 있다.

아우디 A3 25 TDI 2015년식과 벤츠 C220 CDI 블루이피션시 2013년식은 각각 920만원에 살 수 있다.

주행거리는 각각 13만km와 12만km에 불과하다. 두 차 모두 가벼운 사고로 단순 수리만 된 상태다. 60개월 할부를 이용하면 12만원대에 살 수 있다.

‘싼 게 비지떡’ 될 수도 있어
서울 서초구 진흥아파트 앞 서초대로 일대에서 전날 내린 폭우에 침수됐던 차량이 도로에 그대로 방치돼 있다. 2022. 8. 9. [박형기 기자]
1000만원 미만 수입차를 ‘싼 맛’에 덜컥 사는 것은 금물이다. 중고차시장에서 이유 없이 싼 차는 없기 때문이다.

연식이 오래된 수입차는 국산차보다 수리가 어렵다. 부품을 구하기 어렵고 해당 차를 수리할 수 있는 전문 정비업체도 드물기 때문이다.

공식 서비스센터에서 차를 수리·점검해주기도 하지만 비용이 국산차보다 비싼 편이다. 구입비보다 수리비가 더 많이 들 수 있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수입차 평균 수리비는 282만원이다. 114만원인 국산차보다 2.5배 많이 든다.

일부 악덕 중고차·정비업체는 사고나 침수로 폐차 직전인 수입차를 가져와 겉만 그럴듯하게 수리한 뒤 중고차 시장에 내놓기도 한다.

폭우에 침수된 수입차 [사진출처=연합뉴스]
지난해 여름 ‘수입차 메카’ 강남 등지에서 2만대 넘게 발생한 침수차 중 폐차되지 않은 차량이 흔적을 없애는 ‘세탁 과정’을 거쳐 나올 수도 있다.

속은 엉망이지만 전문가가 공들여 점검하지 않는 한 알아채기 힘든 사고차나 침수차를 싼 값에 혹해 덜컥 구입해다가는 ‘관상용’으로 모셔둬야 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

또 주행거리 10만km가 넘는 중고차는 대체로 모든 부품이 수리 대상이다. 오일류(미션오일, 브레이크액, 파워스티어링 오일 등), 타이밍벨트, 스파크 플러그, 배선, 코일, 배터리와 같이 차량 운행에 필수적인 부품을 교환·교체할 시기가 됐을 가능성이 높다.

중고차 전문가들이 1000만원 미만 수입차를 일반 소비자에게 추천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고장이 날 지 모르는데다 한번 고장나면 수리비도 많이 나와서다.

소비자 보호제도 갖춘 곳 이용해야
포르쉐 인증 중고차 점검 장면 [사진출처=포르쉐]
1000만원 미만 수입 중고차 모두 ‘애물단지’인 것은 아니다. 연식에 비해 품질이 괜찮은 차들도 있다.

금리 인상으로 중고차 거래가 직격탄을 맞아 수요가 급감한 요즘 같은 시기에는 예년보다 원하는 매물을 좀 더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가능성도 높다.

단, 구입하기 전 반드시 성능점검 기록부를 살펴봐야 한다. 성능점검 기록부가 형식적으로 이뤄진 사례도 많으므로 가능하다면 차를 잘 아는 사람과 함께 가서 차 상태를 점검하는 게 낫다.

보험개발원이 제공하는 자동차 사고이력(카히스토리)도 꼭 살펴봐야 한다. 보험사고 이력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해당 수입차 메이커나 수입차 전문 정비업체에 문의해 부품 공급이나 수리에 문제가 없는지, 수리비는 비싸지 않은지도 확인해야 한다.

중고차 점검 장면 [사진출처=엔카닷컴]
또 정비 전문지식이 없다면 개인 간 직거래는 피해야 한다. 진단·보증 서비스를 제공하고 소비자 보호제도를 갖춘 중고차 기업에서 구입해야 한다.

일부 중고차 기업은 6개월~1년간 품질을 보증해주는 상품도 판매한다. 비용은 100만~200만원 수준이다. 차 가격에 비해 적은 돈은 아니지만 품질 걱정을 크게 덜 수 있다.

정비 전문가가 함께 가서 중고차 상태를 살펴봐 주는 중고차 구매 동행 서비스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전문가들은 1000만원 미만 수입차 중에서 내구성이 좋은 일본차, 정비센터 접근성이 우수하고 국내에서도 많이 팔린 독일차는 추천한다. 부품 수급이 원활하고 정비법도 잘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산 경차보다 저렴한 1000만원 미만 수입차를 무턱대고 샀다가는 수리비와 유지비 때문에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소비자 보호제도를 갖춘 중고차 기업이나 직접 매입한 차량을 점검하고 수리한 뒤 판매하는 직영차 판매업체에서 사는 게 낫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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