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온기를 나누는 도심 속 협소주택

누상동 협소주택 소빛가

대지면적 59㎡의 작은 땅. 건축주마저 반신반의했던 땅에 번듯한 주택이 들어섰다. 좁은 골목에 빛을 드리우고 일상 속 행복으로 안을 가득 채운, 작지만 든든한 집이다.


“이 땅에 우리 집이 지어질 수는 있는 것인지 걱정되기 시작했죠.”
건축주 박선호, 박채형 씨 부부는 공사가 시작되는 현장을 보고 많은 생각이 오갔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부부, 특히 남편인 선호씨는 오랫동안 내 땅에 내 집을 지어 사는 게 꿈이었다. 산악 마라톤이 취미였던 그는 북악산과 인왕산을 누비며 서촌과 성북동을 유심히 살폈다. 그러다 인왕산이 내다보이는 이 자리를 찾았다. 땅이 넓지는 않았지만, 합리적인 설계라면 충분한 집이 되리라 생각했던 부부였다. 삼간일목 건축사사무소와 함께한 설계는 충분히 만족스러웠고, 합리적이었다. 하지만 구옥이 철거되고 난 후 맞닥뜨리게 된 18평 대지는 그 느낌이 다를 수밖에 없었다. 부부는 짧지 않은 7개월이란 긴 공사가 끝난 후 새집을 만났다. 새집은 그간의 걱정을 기우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Section

House Plan

대지위치 : 서울특별시 종로구
대지면적 : 59.5㎡(18평)
건물규모 : 지상 4층
거주인원 : 2명(부부)
건축면적 : 29.0㎡(8.8평)
연면적 : 88.4㎡(26.7평)
건폐율 : 59.98%
용적률 : 182.83%
최고높이 : 12.78m
주차대수 : 1대
구조 : 철근콘크리트조
단열재 : 준불연 비드법보온판 2종3호 140㎜, 압출법보온판 특호 200㎜
외부마감재 : 외벽 – 무절적삼목사이딩, 외단열시스템, 벽돌타일 / 지붕 – 페데스탈, 석재타일
담장재 : 벽돌타일
창호재 : Ensum Kommerling 88
에너지원 : 도시가스
구조설계(내진) : 진구조엔지니어링
시공 : 제이종합건설
설계·감리 : 건축사사무소 삼간일목 권현효, 이재일

부지는 골목이 두 갈래로 나뉘는 모퉁이에 있어 도로에 내주어야 하는 땅이 많아 면적 확보가 쉽지 않았다.
마당 등 외부공간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협소주택에서 옥상 테라스는 요긴한 외부공간이 되어준다.
주택 너머로 인왕산이 보인다. 건축주 부부가 이 땅을 고른 큰 이유 중 하나다.

주택이 놓인 땅은 두 갈래로 나뉘는 길모퉁이에 자리했다. 그렇지않아도 좁은 땅이었지만, 도로에 내어줘야 하는 땅으로 인해 면적 확보와 공간 구성이 쉽지 않았다. 주택은 전면이 북쪽으로 놓였고, 남쪽으로는 이웃집과 바로 면해있었다. 그래서 남측으로는 창 안쪽에 유리블록을 더했는데, 덕분에 프라이버시 보호와 채광은 물론 독특한 인테리어 포인트로 기능할 수 있었다. 좁은 면적을 최대한 활용해야 하는 협소주택 특성상 마감재에서도 치장벽돌처럼 부피가 큰 마감재 대신 벽돌타일을 적용했다.


Interior Source

내부마감재 : 벽·천장 – 삼화 친환경페인트 / 바닥 – 이건 강마루
욕실·주방 타일 : 한성도기타일
수전 등 욕실기기 : 대림바스, 아메리칸스탠다드
주방 가구 : 바이키친
조명 : 공간조명
계단재·난간 : 자작나무 합판, 철재 난간
현관문 : 살라만더
방문 : 자작나무 포켓도어(제작), 예림도어
붙박이장 : 바이키친
유리블록 : 미래산업
테라스타일 : 플로림

Plan


3층에 자리한 주방과 식당. 조리공간과 개수대를 분리해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했다.
거실은 단을 올려 마루처럼 공간을 구분해줬다.
(위)계단 하부 공간의 용적을 충분히 활용하기 위해 계단은 철근콘크리트 대신 철골로 만들었다. / (아래)거실 마루는 일부를 3층 바닥에서 조금 띄워 계단에서 봤을 때 가벼워보이는 인상을 주었다.
계단실을 관통하는 유리블록은 남향의 채광과 프라이버시를 동시에 확보하기 위한 대책이었다. 바깥으로는 시스템창호를 더해 유리블록이 갖는 단열 및 기밀에서의 불리한 부분도 최소화했다.

주택은 지상 4층으로 구성되었다. 주 생활 공간인 주방-식당-거실을 3층에 배치하고, 각 침실을 한 층만 오가면 될 수 있게끔 위아래로 배치하고 각각의 층에 욕실을 두었다. 모든 층을 균등한 층고로 두기보다 오랜 시간 머물 3층의 층고를 더 높이고, 자연스럽게 두드러지는 단차를 활용해 거실을 구분했다.
2층에는 부부 침실과 세탁실, 욕실이 놓였다. 침실을 콤팩트하게 가져가는 대신 욕실의 면적을 넉넉하게 잡아 생활 편의와 만족도를 높였다. 4층에는 또 다른 침실과 화장실, 그리고 테라스가 놓였다. 이 테라스에서는 부부가 이 동네를 선택한 이유 중 하나였던 인왕산을 조망할 수 있다.

욕실은 여유로운 면적을 확보해 목욕의 여유로움을 즐긴다.
옥상 테라스가 있는 4층에는 정북일조 사선으로 인해 생긴 삼각형의 경사 천장면이 독특한 침실과 화장실을 두었다.
합판으로 마무리해 따뜻한 느낌을 더하는 부부 침실. 욕실과 세탁실이 바로 옆에 자리해 동선도 효율적이다.
작은 마당이 창 너머로 내다 보이는 현관. 현관 바닥은 곡선의 단차를 줘 집의 첫 인상에 부드러움과 재치를 남긴다.

주택 이름에 대해 건축주는 이름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노라고 웃으며 이야기했다. ChatGPT에 물어보기도 하고, 건축사사무소와 함께 여러 후보를 꼽아보기도 했다고. 여러 후보 중에 정해진 이름은 ‘소빛가’. 건축주는 “‘오가는 이들의 길을 밝혀주는 작은 빛이 되는 집’이 되었으면 한다”며 그 뜻을 풀었다. 이름 그대로 주변을 안전하게 비추고, 또 가족의 웃음과 행복이 집 안을 가득 채우고 동네를 밝혔으면 한다는 건축주의 바람이 저녁 무렵 주택이 만드는 풍경에 묻어나오는 듯했다.


건축가 권현효 : 건축사사무소 삼간일목

경북대학교와 한국예술종합학교 대학원을 졸업하였고, 소오건축, 엄이건축에서 실무를 쌓았다. 건축사사무소 삼간일목(三間一木) 설립 이후, 집은 건강하고 맑은 삶이 깃들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다양한 건축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2013년에는 산청 율수원으로 제3회 대한민국한옥공모전에서 올해의 한옥 대상을, 2018년에는 삼목헌(패시브하우스)으로 경기도건축문화상 사용승인부문에 입선했다. (사)한국패시브건축협회 이사를 역임하였고, 현재 전기집그룹의 이사를 맡고 있다. www.sgim.co.kr

취재_ 신기영 | 사진_ 변종석
ⓒ월간 전원속의 내집 2025년 5월호 / Vol. 315 www.uuj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