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明 차별화 성공” “성과는 안 보여”…‘한동훈 취임 100일’ 엇갈리는 평가

변문우 기자 2024. 10. 30.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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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득표율로 당권 쥔 한동훈…‘채해병’ ‘김건희’ ‘의정갈등’ 위기 돌파 노력
‘당정갈등’ ‘당내 반발’ ‘성과 부재’ 한계 지적…‘대야 공세’ 미흡했다는 비판도

(시사저널=변문우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0월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 마음에 반응하고 눈높이에 맞게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지난 7월23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이 같은 포부와 함께 '62.84%'라는 압도적 득표율로 당권을 쥔지 100일째. 한 대표의 행적에 대한 정치권 평가는 엇갈리는 분위기다. 일단 한 대표는 행정부 수장인 윤석열 대통령과 사실상 입법부를 손에 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이에서 각종 아젠다를 선점하며 '존재감'을 드러내는데 성공했다. 다만 김건희 여사 리스크를 고리로 당정 신경전에 치중하면서 결국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100일' 쉼 없이 달려온 韓…오히려 멀어진 '당정관계'

한동훈 대표가 10월30일까지 걸어온 '100일'은 다사다난했다. 당초 한 대표는 전당대회 과정에서 '시작'이라는 키워드로 5가지 대표 공약을 내걸었다. 구체적으로 ▲변화의 시작, 실용적 당정관계 구축 ▲가능성의 시작, 지역 정치 시스템의 혁신 ▲유능함의 시작, 정책과 전략 ▲새로움의 시작, 보수와 중도의 유권자 연합 ▲자신감의 시작, 지속 가능한 미래를 책임지는 정당 등이다. 그러면서 한 대표는 "건강하고 생산적인 당정관계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그는 당권을 쥔 직후부터 '용산발(發) 악재'에 골머리를 앓아야 했다. 한 대표가 처음 당면한 과제는 '채해병 특검법'이었다. 야권은 채해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에 윤 대통령이 연루돼있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거대의석과 민심으로 특검법을 적극 밀어붙였다. 이에 한 대표는 '제3자 추천 특검'을 제안하며 방정식을 차별화해서 풀려고 했으나, 대통령실과 당내의 거센 반발에 부딪히면서 추진 의지를 제대로 관철시키진 못했다.

특히 '김건희 여사 리스크'는 한 대표와 여당에 여전히 아킬레스건으로 남아있다. 최근 김 여사의 공천개입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한 대표는 윤 대통령과의 면담을 통해 김 여사 리스크 해소 방안(▲김 여사 대외 활동 중단 ▲대통령실 인적쇄신 ▲의혹 설명 및 해소 ▲특별감찰관 설치)을 요구했다. 하지만 대통령은 확답을 피하고 있는 모습이다. 여기에 당내 친윤(친윤석열)계와 친한(친한동훈)계 의원 간 파열음까지 발생하며 당내 분란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민생 정책'과 관련해서도 아직 제대로 된 성과가 없다는 평가다. 한 대표는 일단 아젠다 선점을 통해 존재감을 띄우는 데는 성공했다.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 민심 잡기를 위해 격차해소특별위원회와 수도권비전특별위원회 등을 발족시키고, 최근엔 청년 100명을 대상으로 한 역면접도 진행하는 등 획기적 행보에 나섰다.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대통령 국정 지지율과 함께 '20%대' 박스권에 갇힌 상황이다.

특히 '의정갈등 해소' 국면에서도 한 대표는 중재 역할을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웠으나 성과 도출은 지지부진하다. 한 대표는 의료계와 정부 간 합의점을 찾기 위해 '의대 증원 유예안' 등을 꺼내며 설득에 나섰으나, 오히려 양측으로부터 쓴 소리를 들어야 했다. 이후 한 대표 주도로 띄운 '여야의정(여야‧의료계‧정부) 협의체'도 야권과 의료계의 이견 표출로 한 달째 출범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시사저널 양선영

정치 전문가들이 보는 '한동훈 취임 100일' 평가는?

전문가 내부에서도 한 대표에 대한 평가가 갈리는 분위기다. 일단 위기의 여당에 활력을 불어넣은 점에 대해선 긍정적 반응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한 대표가 당에 새로운 바람을 몰고 왔다"며 "국민의힘이 구태의연하고 대통령실에 말 한 마디도 못하는 등 낡고 병든 이미지에서 탈피 중"이라고 평가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열심히 흔들려고 노력했다. '당정관계', '김건희', '의대증원' 문제를 바꾸려고 노력했다"고 봤다.

한 대표가 정치권의 양대 산맥이었던 '윤석열-이재명' 구도 속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며 선전하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장은 "한 대표가 차별화를 잘 했다"며 "일종의 '삼권(윤석열-이재명-한동훈) 정립' 구도를 만들어냈다"고 분석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도 "한 대표가 당정관계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고, 김 여사 의혹 해소를 요구하면서 차별화된 모습을 보였다"고 했다.

하지만 한 대표에 대한 전문가들의 혹평도 함께 쏟아졌다. 박상병 평론가는 "여당대표는 대통령과 원팀을 이뤄 국민통합 메시지를 가져가야 한다"며 "그런데 그런 모습 대신 당내에 갈등과 분열의 씨앗을 퍼트리고 있다. 기대만큼 좋은 성과를 거뒀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엄경영 소장도 "당내 통합행보가 부진했다"며 "특히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을 비롯한 대야 공세도 다소 미흡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성과적' 측면이 거의 보이지 않는 점에 대해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이준한 교수는 "소리는 요란했는데 성과는 잘 안 보인다"며 "정치력의 부족인지, 리더십이 약한 건지, 소통능력이 없는 건지 모르겠다. 윤 대통령 내외를 향한 부정적 여론에도 대비 효과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최병천 소장은 "정치는 아웃풋, 결과론적 측면이 중요하다"며 "의대증원 문제든, 김건희 여사 리스크 정리든 관철된 게 하나도 없다. 한 대표의 한계"라고 봤다.

한편, 한 대표는 이날 100일 취임 기자회견을 통해 그동안 성과와 앞으로 당 운영 비전을 제시했다. 한 대표는 기자회견 브리핑에서 '국민' 키워드('국민의힘' 당명 포함)만 30번 강조했다. 여기에 ▲개혁 10번 ▲해결 10번 ▲청년 8번 ▲성장 8번 ▲변화 7번 ▲의료 6번 ▲쇄신 6번 ▲민생 6번을 외치며 "대한민국이 처해있는 위기를 극복하고 싶다. 그것에만 집중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한 대표는 '당정 갈등' 상황과 관련해선 "대통령실도 변화의 길로 가고 있다고 본다"며 "국민 눈높이에 맞추고 민심을 따라야 한다"고 했다. 또 '김건희 여사 리스크'와 관련해선 "우려와 걱정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며 "국민의힘이 변화와 쇄신을 주도해야 하고, 그 첫걸음이 특별감찰관(특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부정적 이슈를 맞닥뜨려서 국민 앞에 주체적으로 해소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음 페이지로 갈 수 없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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