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정부, 체코에 ‘원전 대출’ 카드 내밀었지만…
당시 “밑지는 장사” 비판 쏟아져
건설 지연 땐 비용 급증 부담까지
유럽연합(EU)의 ‘그린 택소노미’(원자력을 녹색에너지로 분류), 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 등을 계기로 많은 국가들이 신규 원전 건설을 검토한다지만, ‘자금 조달’은 신규 원전을 건설할 때 가장 핵심적인 걸림돌이다. 특히 동유럽은 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 이후 신규 원전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지역인데, 그 선두주자로 꼽히는 체코의 경우 원전 건설 추진에 따르는 고질적인 자금 조달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다른 유럽 국가들에게 보여주는 사례로 주목받아왔다.
한국수력원자력이 두코바니 원전 건설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기 직전인 지난 7월9일(현지시각), 블룸버그는 “동유럽 국가들이 원전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문제는 누가 자금을 댈 것이며, 그 비용이 얼마나 될 것이냐”라고 보도했다. 특히 체코에 대해선 “‘경쟁력 있는 자금 조달 방법이 없다’(토마시 에를레흐 체코 통상차관)고 여겨진다”고 짚었다. 체코는 올해 4월 두코바니 5호기 1기 건설에 대해 정부가 지원하는 것을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로부터 승인받았으나, 두코바니 6호기와 테멜린 3·4호기 등 다른 신규 원전 3기에 대해서는 별다른 자금 조달 방안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두코바니 6호기와 테멜린 3·4호기 건설에 대해 대출을 지원해줄 수 있다”는 한국 쪽 제안은 체코 쪽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때 맞춰 내린 비’가 됐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 19일(현지시각) 체코를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을 만난 페트르 파벨 체코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이번 프로젝트(두코바니 원전 건설)가 얼마나 성공하는지에 따라 테멜린 등 (다른) 신규 원전 사업이 고려될 것”이라며, “체결된다면 그 조건하에서 추가 원전을 생각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비슷한 처지의 다른 동유럽 국가들에도 매력적일 수 있다 . 파벨 대통령은 “기타 유럽 나라도 앞으로 원전이 필요할 것이기 때문에, 예를 들면 폴란드, 슬로베니아, 슬로바키아 등이 원전 개발 계획 있기 때문에 한국과 협력할 잠재력이 크다”고도 말했다.
문제는 ‘돈을 빌려주고 원전을 지어준다’는 게 체코한텐 매력적인 제안이지만, 한국에는 ‘위험한 수’라는 점이다. 빌려준 돈을 회수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전력은 2009년 아랍에미리트에 바라카 원전을 지으며, 발전소 지분 18%를 인수하고 60년간 원전을 공동 운영하며 그에 따른 수익금과 배당을 받기로 했다. 전체 수주액 186억달러 가운데 25억달러가량을 수출입은행을 통해 28년 만기로 초장기 대출해주기도 했다. 이를 두고 “밑지는 장사” 등의 비판이 일었다. 올해 3월 가동을 시작했지만, 바라카 원전 수출의 경제성은 아직도 제대로 밝혀진 바가 없다.
게다가 원전은 워낙 건설 규모가 큰 데다 납기 지연으로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경우도 많다. 회수 부담뿐 아니라 비용 급증에 대한 부담까지 수출국에 떠넘겨질 위험도 있다는 얘기다. 영국 남서부 서머싯주에 지어지고 있는 힝클리 포인트 시(C) 원전은 '돈 먹는 하마'로 불리며, 이 원전을 짓고 있는 프랑스 전력공사(EDF)에 19조원(130억유로)의 손해를 입혔다. 2008년부터 영국 정부가 추진해온 힝클리 원전 사업은 투자자를 찾지 못해 2016년 이디에프가 중국 공기업인 광핵집단유한공사(CGN)로부터 33.5%의 지분투자를 받아 시작됐는데, 광핵공사가 지난해 힝클리 원전 사업의 비용 상승분에 대한 추가 부담을 중단하면서 문제가 시작됐다. 영국 정부는 향후 운영 과정에서 이디에프에 전력판매 단가만을 보장하겠단 입장이라 건설 비용 상승분은 모두 이디에프와 프랑스 정부가 부담해야 할 상황이다.
이런 문제는 핀란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2005년 건설이 시작된 핀란드 올킬루오토 3호기는 지난해에야 정식 가동을 시작했는데 이 원전을 지은 프랑스 원전기업 아레바는 사업 지연으로 2014년 6조원이 넘는 손실을 기록하고 이디에프에 매각됐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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