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하면 확장할수록 야무진 '다중 모니터'의 세계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는 것인가? 모든 종교, 도덕, 규범으로 인간을 옭아매어 놔도 물욕은 꺼지지 않는 들불처럼 마음속에서 계속 차오른다. PC를 운영하는 소비자 입장에서도 더 많이, 더 빠르게, 더 편리하게 만들고 싶은 욕망은 만고불변의 원칙인 것 같다.


PC를 사용하다가 문득 눈앞에 보이는 모니터에 대해 생각을 해보았다. 집에는 38인치 울트라 와이드 모니터 한 대, FHD 24인치 240Hz 모니터 한 대가 있고 사무실에서는 FHD 24인치 60Hz 모니터 두 대를 사용한다. 갑자기 한 두 대 더 연결해서 사용하면 더 편리해질 것 같다는 욕심이 든다. 보통 사람들은 듀얼 모니터도 넉넉하다 생각할 터인데, 역시 욕심은 채우고 채워도 끝이 없나 보다.


하지만, 그래픽 카드에 모니터를 3대 이상 연결할 수 있나? 갑자기 소름이 돋으며 궁극적인 호기심이 생겼다. 듀얼 모니터는 이제 흔하디흔한 기술이 되어버린 터. 증권맨들의 모니터 5-6대는 PC가 여려 대거나 그래픽 카드가 멀티라던데, 과연 나는 모니터 3대를 연결해 사용할 수 있을까?


먼저 그래픽 카드의 스펙표를 살펴보았다. 집은 엔비디아 RTX 4070 Ti를 야무지게 쓰고 있고 사무실 PC는 AMD 라데온 RX570이다. 오! 대박이다. RTX 4070 Ti, RX570 모두 모니터를 최대 4대까지 연결할 수 있단다. 더 찾아보니 사양이 좀 낮은 그래픽 카드의 경우 모니터 3대까지만 연결할 수 있다고 한다. 반대로 워크스테이션용 그래픽 카드인 엔비디아 쿼드로나 AMD 라데온 프로 계열의 일부 제품은 6대 이상까지 연결할 수 있다지만, 찾기는 어려웠다. 그냥 그래픽 카드 1개당 4대로 인지하고 있자.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래픽 카드가 제공하는 영상 출력 포트는 종류에 상관없이 대부분 4개가 최대다. 따라서 물리적으로 연결 가능한 모니터의 대수도 4개가 한계라는 말이다. 하여 직접 사무실에서 쓰던 GTX1060 그래픽 카드로 4K 모니터 3대를 연결해 보았다. 제발 성공해야 할 텐데…


동원된 그래픽 카드에는 DP 단자가 3개, HDMI 단자가 1개가 있었다. 무작정 DP 케이블 3개로 4K 모니터에 바로 연결하고 전원을 켰다. 참고로 DVI로는 Sorround 기능을 사용할 수 없다. 무조건 DP와 HDMI로 이루어짐을 명심하자.

별도의 세팅 없이 바로 켜니 모니터 한 대에만 화면이 나왔다. 바탕화면의 디스플레이 설정에도 다른 두 모니터가 인식조차 되지 않았다. 이번 콘텐츠 망했나 싶어서 안 나오는 모니터를 살펴보니 아뿔싸! 그동안 HDMI로 사용하던 아이들이라 입력신호 선택을 DP단자로 다 바꿔줘야 했다.


▲ OSD 작업을 다 마치고 나니 띵동 소리와 함께! 모니터 3개가 한꺼번에 연결되어 켜졌다. 감동!

하지만, 뭔가 이상한 게 왼쪽, 가운데, 오른쪽 설정이 꼬여서 엉망진창이었다. 다시 바탕화면 디스플레이 설정에 들어가 화면 위치를 잘 정렬하고 가운데 모니터를 주 모니터로 설정하니 완벽하게 트리플 모니터 사용이 가능했다.


이런 세팅은 듀얼 모니터를 쓰는 유저라면 너무도 익숙할 것이다. 그냥 지금 사용하는 모니터 두 대에 한 대 추가한 셈이니까. 해상도도 모니터마다 다르고 각자 다른 화면으로 인식하니 작업창 우측 상단의 최대화 버튼을 눌러도 모니터 한 대에만 꽉 차게 된다.


여기서 그래픽 카드 제조사들이 제공하는 소프트웨어를 활용하면 더 재미있는 트리플 모니터가 된다. 적절하게 드라이브가 설치된 그래픽 카드라면 바탕화면에서 우클릭 후 엔비디아 제어판 혹은 AMD 아드레날린을 실행시키면 열 수 있다. 우선 엔비디아 제어판을 보자.


왼쪽 상세 메뉴에서 Surround, PhysX 구성을 선택하면 위와 같이 나오는데, 다중 모니터가 인식된 상태라면 Surround 구성에서 “Surround(으)로 디스플레이 스펜하기(D)”라는 메뉴의 체크박스를 클릭하자.


▲ 이미지를 클릭하면 크게 보인다.

그러면 연결된 모니터 3대에 위와 같이 식별 숫자가 뜬다. 각 숫자는 모니터가 부여된 번호로 제어창에서 모니터를 찾는 기준이 된다. 일단 식별 숫자를 알았으니 새로 뜬 창을 보자.


토폴로지 항목에서 1X3 표시가 눈에 띈다. 그 밑으로는 그래픽 카드 칩셋 이름과 연결된 모니터 세 대가 나열된다. 토폴로지는 모니터의 배치를 의미한다. 1X3은 가로로 모니터 세 대를 놓은 것이고 3 x 1은 세로로 모니터 세 대를 배치한 것이다.


AMD 라데온 아드레날린 소프트웨어의 경우 실행시킨 후 나오는 상단 탭에서 게임을 선택, 우측 하단의 AMD 아이피니티(Eyfinity)로 실행을 먼저 활성화시킨다. 그 후 중간쯤 보면 전역 디스플레이 버튼이 있는데 눌러서 들어간다.


그러면 좌측 하단에 AMD Eyefinity 메뉴가 나오는데, 빠른 설정을 누르면 바로 모니터가 통합되어 설정이 끝나게 된다 필자의 라데온 그래픽 카드는 RX570이라 별다른 세부 설정이 불가능했는데, 최근 나오는 7000대 이상이라면 세부 설정도 가능할 것이다.


▲ 위가 일반적인 바탕화면 확장, 아래가 엔비디아 Surround 기능 적용

주목할 것은 해상도다. 보통 Windows의 기본 기능으로 트리플 모니터를 설정하면 각 모니터당 별도 해상도가 부여된다. 가령 4K 모니터 세 대라면 3840x2160, 3840x2160, 3840x2160 식이다. 하지만, 엔비디아 Surround를 이용하면 이 세 모니터를 마치 한 모니터처럼 11520x2180이라는 가로로 굉장히 긴 해상도가 적용된다. 3x1 토폴로지로 설정했다면 3840x6480이 된다.

4K 세 대를 합쳐버렸으니 그래픽 카드에 들어가는 부하도 덩달아 증가한다. 더군다나 그래픽 칩셋이 구형 GTX1060인 만큼 설정 적용 버튼을 누른 후 약 2-3분가량은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정도로 PC가 느려졌다.


▲ 위가 일반적인 바탕화면 확장, 아래가 엔비디아 Surround 기능 적용

이런 Surround나 아이피니티 기능은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까? 우선 게임을 해보자. 11520x2160 해상도를 지원하는 게임이라면 모니터 세 대가 연동되어 엄청난 면적의 게임 화면으로 압도당하게 된다. 대표적인 것이 레이싱 게임인데, 포르자 호라이즌 4를 구동해 본 모습을 일반 바탕화면 확장과 비교하면 이해하기 쉽다. 좌우로 넓게 화면이 확장되어 더 실감나는 레이싱 게임을 즐기게 된다. 물론 사양이 높은 그래픽 카드로 구성해야 어느 정도 프레임이 확보될 것이다. GTX1060은 어림도 없었다.


▲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유명한 문명6를 실행해봤다

문명6도 구동시켰다. 좌우 화각에 따른 왜곡이 있는 레이싱 게임과는 달리 드넓은 맵이 한번에 표현되므로 상당한 압도감을 느낄 수 있었다. 사람 시야가 한계가 있는지라, 필자에겐 레이싱 게임보다는 이런 지도 기반 시뮬레이션 게임이 트리플 모니터의 효용이 더욱 크게 다가왔다. 역시나 프레임은 1~2프레임 수준으로 원활한 플레이는 불가능했다. 게임을 목적으로 이런 세팅을 하려거든 RTX 40을 넘는 스펙 쩌는 그래픽 카드로 시도하는 게 정신 건강에 좋다.


3개 이상의 모니터로 게임을 하기가 부담스러운 사람은 영상 편집이나 사진 편집 같은 크리에이션 작업을 하면 효용이 확 느껴질 것이다. 보통 어도비 프리미어 같은 경우 타임라인과 소스, PGM 창을 동시에 보면서 편집하기 때문에 작업 영역의 면적은 그야말로 거거익선이다. 이런 환경에서의 트리플 모니터, 혹은 그 이상 대수의 모니터는 빛을 발하게 된다. 작업마다 창 전환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소요되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다. CUDA 프로세서로 인한 Preview나 실시간 렌더링은 그래픽 카드의 성능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확실히 작업 효율은 올라간다.


그렇다면 모니터 4대 이상을 연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앞서 그래픽 카드 한 대당 모니터 4대를 연결하면 최대치라 했다. 그럼 그래픽 카드를 하나 더 연결하면 된다. 예전엔 엔비디아 SLI, 라데온 크로스파이어로 기억이 날 듯하다. 이론상 그래픽 카드 2개를 장착하면 PC 한 대로 모니터 8대를 연결할 수 있다. 또한, DirectX 12로 업그레이드되면서, NVLink같은 부가 장치도 필요 없게 되어 더 간편해졌다.


하지만, 그래픽 카드의 덩치가 커가면서 물리적인 한계에 봉착할 가능성도 높다. 바로 PCIe 슬롯 간의 간섭이다. 보통 ATX 규격 메인보드는 PCIe 슬롯을 3개 정도는 제공하지만, 그래픽 카드의 두께가 두꺼워 최악의 경우 3-4슬롯을 잡아먹게 된다. 이러면 밑에 있는 PCIe 슬롯이 그래픽 카드에 의해 가려져 연결이 불가능하다. 극소수이겠지만, 모니터 8대를 연결하고 싶은 사용자라면 이런 PC 내부의 공간도 충분히 가늠해야 한다.


지금까지 다중 모니터의 세계를 살펴보았다. 단순히 호기심으로 시작한 일인데 꽤 커져버렸다. 욕심 같아선 GTX 4090급 그래픽 카드로 11520x2160 해상도로 게임을 쌩쌩 돌리고 싶었지만, 시간 관계상 그러진 못해 아쉽다. 아무쪼록 남는 모니터가 있거나 모니터암을 통해 다중 모니터 구축이 용이한 사용자라면 한 번쯤 세팅해 보는 건 어떨까? 모니터는 다다익선이니 말이다.


기획, 편집, 글 / 다나와 정도일 doil@co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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