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5000원 할인받아 먹은 치킨, 점주는 할인 전 가격으로 배달앱 수수료를 냈다고?”..공정위, 쿠팡이츠 불공정약관 시정 권고

김지섭 기자 2025. 10. 13.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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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이나 카페 점주들이 배달 앱에서 음식을 판매하면서 ‘할인 쿠폰’을 쓸 경우, 점주들이 할인 비용을 부담하면서도 할인 전 가격을 기준으로 한 배달앱 수수료를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쿠팡이츠와 배달의민족의 약관을 심사해 이처럼 음식점주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는 조항을 비롯해 배달앱 내 노출거리 제한, 부당한 면책 조항 등 총 10개 유형의 불공정 약관조항을 적발해 시정 조치했다고 13일 밝혔다.

서울시내 한 음식점에 붙어있는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 스티커. /뉴스1

◇할인쿠폰 써도 수수료는 정가 기준

공정위에 따르면, 특히 쿠팡이츠의 수수료 부과 방식이 문제로 지적됐다. 소비자가 배달앱에서 음식점 자체 쿠폰을 받아 2만원짜리 치킨을 1만5000원에 주문했다고 할 때, 음식점은 5000원 할인 비용을 자체 부담했는데, 쿠팡이츠는 실제 판매가인 1만5000원이 아니라 할인 전 가격인 2만원을 기준으로 수수료를 받아왔다. 중개수수료율 7.8%를 적용하면 원래는 1170원만 내면 되는데 1560원을 내야 했던 것이다. 한 번 주문에 390원씩 더 내는 셈이다.

공정위는 “음식점들이 손님을 끌기 위해 할인 비용을 부담하면서도, 팔지도 않은 5000원에 대한 수수료까지 내는 이중 부담을 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반면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등은 할인 후 실제 판매가를 기준으로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었다. 공정위는 쿠팡이츠에 60일 이내 이 조항을 고치도록 권고했다.

또 배달앱을 켜면 집 근처 음식점들이 쭉 뜨는데, 비가 오거나 주문이 몰리는 시간대에는 평소 보이던 가게가 갑자기 사라지는 경우가 있다.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가 악천후나 주문 폭주 등을 이유로 가게의 노출 범위를 줄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조치를 할 때 음식점에 미리 알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음식점 입장에서는 주문이 갑자기 뚝 끊기는데 그 이유조차 알 수 없었다는 것이 공정위의 설명이다. 공정위는 노출 거리가 제한될 경우 제한 사유와 범위를 음식점에 통지하도록 시정 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재고 없어요’ 주문 취소해도 판매금 10% 물어내

음식점주들에게 가장 큰 부담이 됐던 것은 과도한 보상 의무와 책임 전가 조항이었다. 쿠팡이츠 약관에는 미공지 휴무, 재고 부족, 시스템 오류, 폐업 등으로 주문을 취소하면 판매 금액의 10%를 고객 보상금으로 배달앱에 지급하도록 규정돼 있었다. 예를 들어 인기 메뉴가 동나서 2만원짜리 주문을 취소하면 2000원을 보상금으로 내야 했다. 공정위는 “재고 부족이나 시스템 오류는 음식점의 비난 가능성이 크지 않고, 소비자가 즉시 다른 음식점에 주문할 수 있어 실제 손해가 크지 않은데도 일률적으로 보상금을 물리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단했고, 쿠팡이츠는 이 조항을 삭제하기로 했다.

환불 비용 부담도 문제로 지적됐다. 쿠팡이츠 약관은 고객이 음식을 먹어버리거나 부재중이거나 회수를 거부해 음식을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에도 음식점이 환불 비용을 부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음식도 못 받고 환불 비용까지 내야 하는 것이다. 공정위는 이 조항도 삭제하도록 시정 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배달앱과 음식점 사이에 분쟁이 생기면 배달앱은 책임을 지지 않고 음식점만 책임을 지도록 한 면책 조항도 시정됐다.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는 원산지 표시, 판매자 정보, 고객 서비스 등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배달앱은 “어떠한 책임도 부담하지 않는다”거나 “일체의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약관에 명시했다. 공정위는 배달앱의 고의나 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배달앱도 책임을 지도록 약관을 고치게 했다.

대금 정산을 보류하거나 정산 주기를 일방적으로 변경할 수 있도록 한 조항도 시정 대상이 됐다. 두 업체는 지급보류 사유를 추상적으로 규정하거나 불가피하지 않은 경우까지 포함시켰다. 공정위는 정산 유예 사유를 구체화하고, 배달앱의 귀책 사유로 정산이 지연되면 지연이자를 지급하도록 약관을 고치게 했다.

이밖에 공정위는 약관을 변경하면서 음식점에 개별 통지 없이 공지로만 알릴 수 있도록 한 조항, 광고료 환불 기한을 6개월로 제한한 조항, 배달앱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음식점이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자의적 의무 부과 조항, 약관에 없는 내용도 배달앱의 별도 정책으로 의무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한 조항도 시정 명령을 내렸다. 음식점이 작성한 리뷰를 사전 통지 없이 삭제할 수 있던 조항은 사전 통지와 이의제기 절차를 보장하도록 바뀌었다.

◇배달앱 없인 장사 안 되는 시대

공정위가 배달앱 약관을 전면 점검한 것은 이제 배달앱이 외식업의 생존과 직결된 필수 플랫폼이 됐기 때문이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온라인 음식서비스 거래규모는 2022년 31조6000억원에서 2024년 36조9000억원으로 2년 새 17% 늘었다. 동네 음식점 10곳 중 3곳이 배달앱을 이용하고 있다.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는 2024년 기준 배달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음식점 입장에서는 이 두 배달앱을 쓰지 않으면 손님을 만나기 어려운 구조다. 공정위는 쿠팡이츠가 60일 내에 수수료 부과 기준을 시정하지 않으면 강제 시정명령을 내릴 방침이다.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는 나머지 불공정약관에 대해서는 시정안을 제출했으며 조만간 약관을 개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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