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바이오팜이 아시아 소재의 인공지능(AI) 신약개발 기업과 라이선스인 계약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번 협의는 제44회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JPM2026) 현장에서 이뤄졌다. 회사는 AI 신약개발을 통해 세컨드 프로덕트의 연구개발(R&D) 속도를 높이고 비용을 절감하겠다는 구상을 그리고 있다. 시장은 이를 통해 SK바이오팜이 세컨드 프로덕트의 출시 시점을 앞당길 수 있을지 주목하는 분위기다. 동시에 AI 신약개발을 통해 회사가 아우르는 CNS 파이프라인의 범위가 한층 넓어질 것이라는 시각이 자리 잡는다.
JPM서 구체화된 AI 협의, 亞로 이동

19일 <블로터>의 취재를 종합하면 SK바이오팜은 아시아 소재의 모 AI 신약개발 기업과 라이선스인(LI) 계약을 논의하고 있다. JPM2026 현장 인근에서 기자와 만난 이동훈 SK바이오팜 사장은 "JPM2026이 끝나자마자 아시아로 넘어가 신약개발을 할 수 있는 AI플랫폼사와 계약을 맺을 것 같다"며 "이번에 그 협의를 했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계약 내용과 국가는 공개하지 않았다.
시장에서는 이번 논의를 통해 SK바이오팜이 세컨드 프로덕트 도입에 속도를 낼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AI 신약개발이 단일 프로젝트가 아닌 세컨드 프로덕트 개발을 앞당기기 위한 인프라가 될 것이라는 해석이다. AI를 활용해 후보물질 발굴과 초기 검증 단계 시간을 단축함으로써 향후 도입할 파이프라인의 상업화 시점을 앞당기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이 사장은 "AI 신약개발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우리에게 많아질 것 같다"며 "특히 아시아권을 활용할 기회가 이번에 가시적으로 잡혔다"며 "AI를 활용해서 신약개발의 속도를 높이고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생겼고 이번에 구체적으로 협의가 됐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세컨드 프로덕트 파이프라인을 가지고 왔을 때 그걸 더 빨리 개발할 수 있는 장치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협의가 JPM2026 기간 중 이뤄졌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이번 행사에서 AI 신약개발은 다수 기업의 공통화두로 부상했다. AI 칩 시장의 선두주자인 엔비디아는 행사 첫날 일라이릴리와 5년간 최대 10억달러를 투자해 AI 신약개발연구소를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이외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 노바티스, 화이자 등 글로벌 빅파마들도 AI 신약개발을 언급했다. SK바이오팜 또한 이 같은 흐름 속에서 구체적인 계약 논의 단계로 진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세노바메이트 성과, 협상력 축으로

이번 성과로 세노바메이트는 회사 협상력의 핵심축이 됐다. 출시 직후 성장세를 타며 SK바이오팜이 개발과 판매가 동시에 가능한 회사라는 인식을 만들었다. 세노바메이트의 매출은 2019년 1171억원에서 2020년 205억원으로 일시 주춤했지만 2021년 3900억원, 2022년 2402억원, 2023년 3242억원으로 다시 확대됐다. 2024년에는 5312억원을 기록했고 지난해도 3분기 누적 4924억원에 4분기 증권가 컨센서스 1766억원을 더해 669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세노바메이트의 성장은 SK바이오팜의 전체 실적 구조도 바꿔 놓았다. SK바이오팜 매출은 2019년 1239억원, 2020년 260억원에 그쳤지만 2021년 4186억원, 2022년 2462억원, 2023년 3549억원으로 회복세를 보였다. 2024년에는 5476억원을 거뒀고 지난해는 3분기 누적 5124억원에 4분기 컨센서스 1891억원을 합하면 연간 7015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수익성 측면의 변화도 협상력 강화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SK바이오팜은 2019년부터 2020년까지 각각 793억원·239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2022년에도 1311억원의 적자를 냈다. 그러나 2021년 영업이익 950억원으로 흑자전환했고 2023년 375억원 영업손실을 거쳐 2024년 963억원으로 다시 한번 수익성을 회복했다. 지난해는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 1577억원을 벌어들였고 4분기 컨센서스 489억원까지 연간 2066억원의 흑자가 예상된다.
이 사장은 "세노바메이트에서 성과가 많이 나니까 뇌전증 분야에서 연구개발(R&D)하는 상장사들이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해왔다"며 "현재 개발 중인 파이프라인을 우리와 함께하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잘 파니까 우리에게 넘기고 싶어 하는 것"이라며 "우리 입장에서는 라이선스인을 함으로써 파이프라인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이 생기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CNS 중심 확장, AI 활용 범위 시험대

시장은 AI 신약개발을 활용한 세컨드 프로덕트가 어떤 영역에서 먼저 나올지도 주목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후보군은 단연 중추신경계(CNS)다. 회사는 CNS 분야에서 세노바메이트 외에도 복수의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회사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CNS를 타깃으로 하는 파이프라인으로는 카리스바메이트(적응증 레녹스-가스토증후군), SKL24741(뇌전증), SKL138605(집중력 장애), SKL20540(조현병) 등이 있다.
실제로 해당 영역은 그동안 AI 도입 의지가 두드러졌던 영역이다. SK바이오팜은 지난해 10월 중남미 대표 제약사 유로파마와 손잡고 AI 뇌전증 관리 플랫폼 개발을 위한 합작사(JV) '멘티스케어'를 설립한 데 이어 미국 바이오텍 인테론과 신경면역 시스템 조절을 활용한 자폐스펙트럼장애(ASD) 치료제 후보물질 공동연구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딜이 성사되면 회사가 신약개발부터 디지털치료제까지 R&D 범위를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는 이유다.
방사성의약품(RPT) 또한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SK바이오팜은 그동안 세컨드 프로덕트 발굴 작업 중 RPT에 집중하고 있는 행보를 보여왔다. 지난해 12월 방사성동위원소(RI) 전문 기업 애커트앤지글러와 악티늄-225 공급계약을 체결하며 원료 수급 경로를 다양화했다. 최근 1년간 RPT에 1조6000억원을 투입한 끝에 이달 12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알파핵종 기반 RPT 기반 치료제 'SKL35501'의 임상1상 시험계획(IND)을 승인받았다.
회사 내부적으로는 CNS 분야가 가장 유력해 보인다. 이 사장은 "AI 신약개발 영역에서 가장 우선시하는 것은 뇌전증이 맞다"며 "CNS를 타깃으로 한 영역이 몇 개 더 있는데 그걸 확장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어 "파이프라인을 CNS 전주기로 넓힐 것"이라며 "뇌전증 영역에서는 우리 회사가 1등이 됐으니 그 다음 단계로서 CNS의 다른 영역으로 넘어갈 때가 된 것 같다"고 부연했다.
이승준 기자
Copyright © 블로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