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구로 채워진 문화기획자의 특별한 구석
박물관에서 일해온 기획자의 집답게 파랑~ 1집러의 공간에는 오래된 것들이 가득해요.
유물 같은 고가구를 곁에 두고 살다 보면 자연스레 보는 눈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시작한 수집이 어느덧 3년 남짓. 커다란 병풍부터 자개장, 수석 같은 골동품을 하나씩 들여와 집안을 채웠어요.
‘파랑~ Parang~’님의
<특별한 구석>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프리랜서 문화 기획자 이연화(@yhgh0000)입니다. 미대에서 박물관 교육을 전공하고 서울역사박물관에서 근무하다가 지금은 박물관 콘텐츠 기반으로 문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독서 모임을 하듯 함께 전시 이야기를 나누는 ‘전시 독후감’, 내 소장품을 다른 사람들에게 소개하면서 이름을 붙이는 ‘호장품’ 프로그램이 대표적이에요.
활동할 때는 본명 대신 파랑~이라는 이름을 써요. 푸른빛과 물결이라는 뜻을 동시에 담으면서 윤슬의 이미지를 연상할 수 있도록 물결 기호를 붙여 활동명을 만들었어요. 물결 안에서 잘게 부서져 빛나는 윤슬처럼, 소소하더라도 많은 사람과 소통하면서 일하고 싶다는 의미가 담겨 있죠.
파랑~님의 1인 라이프는 어떤가요?
만 서른 살이 되던 해, 함께 살던 쌍둥이 동생이 결혼하면서 자연스럽게 독립하게 됐어요. 아주 오래전부터 집을 예쁘게 꾸미며 혼자서 잘 살아내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거든요.
독립과 동시에 만 서른 살 기념 생일 파티도 기획했는데요. 반가운 서른이자 환갑의 반이라는 뜻으로 ‘반갑 잔치’라는 이름을 붙였어요. 홀로 살게 됐으니 이 정도면 나도 어른이 된 것 아닌가 싶더라고요. 지나온 20대를 돌아보며 의미 있게 매듭짓고 다가올 30대를 멋지게 살아갈 수 있도록 제대로 응원받고 싶었어요. 내 취향의 소품을 사서 집을 꾸미고 상도 차린 다음 주변 사람들을 초대해 말 그대로 잔치를 벌였죠. 그때 이후로 저처럼 반갑 잔치하고 싶은 사람들을 돕기 위해 정규 프로그램으로 확장해 진행하고 있어요.
집안에 옛 물건들이 가득하네요.
고가구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사실 고가구가 너무 좋아서 모은 건 아니었어요. 박물관 유리관 속 유물과 비슷한 고가구를 직접 품고 살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름의 안목이란 게 생기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시작했죠. 박물관에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고가구를 수집한다고 하면 설득력도 있어 보일 것 같았고요.
리빙 잡지 속 해외 빈티지 가구가 전 세계 사람들에게 영감을 준다는 아티클을 보면 정말 아름답고 멋있게 느껴졌어요. 문득 내 주변에서도 충분히 멋진 한국형 빈티지 가구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집에 있는 자개장도 1970년대쯤 만든 거거든요. 제 눈에는 해외 빈티지 가구만큼 영감을 주는 물건이었고요. 이 집으로 이사할 때 짐을 거의 들고 오지 않고 오래된 물건을 하나씩 사서 들이기 시작했어요. 집이 그리 넓지 않고 천장도 낮아서 높이가 낮은 가구로만 채웠죠.
나만의 특별한 취향이 깃든 구석은 어디인가요?
가장 마음에 드는 건 거실이에요. 이 집의 중심 공간이라고 할 수 있죠. 12폭짜리 커다란 책가도 병풍부터 자개장과 상, 3층 찬탁에 진열해 놓은 백자와 수석까지 3년 동안 천천히 채워 온 거예요. 그래서 어느 정도 통일성을 갖추며 예쁘게 꾸밀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거실 한편에는 파란색 수채 물감으로 직접 그린 그림도 전시해 뒀어요. 언젠가 제가 만든 소품과 그림을 판매하는 쇼룸으로 활용해 보고 싶기도 해요.
디지털 에디터 영은 | 글 진아 | 사진 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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