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탄소배출권 거래 1년 새 40% 뚝… ‘공짜 할당’ 독 됐다
할당 과잉 속 96%는 무상 제공
기업들 사고 팔 필요성 못 느껴
2026년 유상할당 비율 확대 주목

거래량 감소와 함께 거래대금도 축소됐다. 탄소배출권 거래대금은 2024년 1조652억원에서 2025년 6393억원으로 줄며 다시 1조원대가 무너졌다. 1년 만에 약 40.0% 감소했다. 배출권 평균 거래가격도 이산화탄소(CO₂) 1t당 9461원으로, 2024년(9575원)보다 낮아졌다.
탄소배출권거래제는 기업들이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남거나 모자란 배출권을 정부가 정한 한도 안에서 거래하도록 한 제도다. 거래량과 거래대금이 줄고 가격이 하락했다는 것은 기업들이 배출권을 굳이 사고팔 필요를 느끼지 못해 시장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는 뜻이다.
제도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과잉할당’이 지목된다.

실제 배출권이 과잉 할당되면서 기업들의 감축 유인도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2024년 할당받은 배출권만으로 인증배출량을 모두 제출한 업체는 57.9%(267곳)로 과반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배출권이 충분해 추가적 감축 노력이나 시장 참여가 사실상 필요 없었던 셈이다.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가 2024년 인증배출량을 제출한 할당대상업체 776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다. 응답률은 59.4%(461곳)였다.
전문가들은 전체 할당량을 줄이고 배출권 가격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임상준 한국환경공단 이사장은 지난 14일 기후부 환경 분야 산하기관 업무보고에서 “배출권 가격이 최소 2만원은 돼야 제도가 제대로 운용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권 활동가도 “배출권이 부족하다는 인식이 생기면 기업들은 비용적인 측면에서 언제, 어떤 방식으로 배출권을 확보하는 게 효율적인지 고민하게 될 것”이라며 “주식시장에서 ‘사이드카’(프로그램 매수호가 일시효력정지)를 발동하듯 정부가 예비분 물량을 활용해 배출권 가격 형성에 일부 개입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제도 손질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우선 올해 상반기 중 배출효율이 높은 기업 등에 인센티브(추가 할당)를 부여하는 내용의 배출권거래법 시행령 개정에 착수한다. 탄소 감축 성과가 뛰어난 기업이 잉여 배출권을 팔아 수익을 낼 수 있도록 유도해 시장 참여를 활성화하겠단 구상이다. 올해부터 시작되는 제4차 계획기간(2026~2030년)의 배출 허용 총량도 이전 대비 17% 줄이고, 유상할당 비율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이 같은 제도 변화가 배출권거래 시장 활성화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기후부 관계자는 “(올해부터) 총량 할당을 큰 폭으로 줄였다”며 “추후 선물시장도 도입해 배출권 시장을 활성화하고 가격이 점진적으로 상승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은재 기자 as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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