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꼬무 찐리뷰] "죽은 여친 험담해서 복수했다"…연쇄살인범의 황당한 변명
[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역사 속 '그날'의 이야기를, '장트리오' 장현성-장성규-장도연이 들려주는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 본방송을 놓친 분들을 위해, 혹은 방송을 봤지만 다시 그 내용을 곱씹고 싶은 분들을 위해 SBS연예뉴스가 한 방에 정리해 드립니다.
이번에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그날'의 이야기는, 지난 3일 방송된 '살인자의 데칼코마니' 편입니다. 이야기 친구로는 가수 강다니엘, 배우 진경, 박선영 아나운서가 출연했습니다.(리뷰는 '꼬꼬무'의 특성에 맞게, 반말 모드로 진행됩니다.)
▲ 딸이 사라졌다
때는 2017년 11월. 경찰서로 실종신고가 접수됐어. 실종된 사람은 스무 살의 여성 지아(가명) 씨. 지아 씨는 가족과 따로 살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연락이 안 된다는 거야. 신고 후 이 사건은 경찰서 여성청소년수사팀에 배당됐어. 담당 형사들은 지아 씨가 살던 집부터 찾아갔어.
지아 씨 집에 특이한 점은 없었어. 집 상태는 그냥 깔끔해. 침입의 흔적도, 다툼의 흔적도 없어. 마치 잠깐 집을 비운 듯한 모습이야. 지아 씨가 살고 있는 건물의 CCTV를 확인해 봤어. 다행히 CCTV에 지아 씨의 모습이 남아 있었어.
건물 복도와 엘리베이터 CCTV에서 찍힌 모습이야. 평범해 보이지. 누군가 함께 있거나, 따라오는 모습은 보이지 않아. 근데 이때가 11월인데, 지아 씨 옷차림이 반팔이야. 주거지 CCTV에 남은 지아 씨의 마지막 모습은, 7월 13일 한여름이었어.
7월 13일 밤 집에 왔던 지아 씨는 채 5분도 되지 않아서 다시 집밖으로 나갔어. 그 후, 지아 씨는 사라져 버렸고, 4개월이 지나 11월에 실종 신고가 접수됐어. 수사가 시작되고 2개월째인 다음 해 1월. 이 사건은 여청수사팀에서 강력팀으로 이관이 돼. 4개월 전 CCTV말고, 지아 씨에 대한 흔적은 더 이상 없는 걸까?
"저희가 당시 실종 여성의 행적을 좀 찾아보려고, 그 여성 명의로 된 계좌, 휴대폰 사용 내역 등을 확인했었는데요. 여성이 실종된 이후에도 사용 내역이 있었고, 아이템 거래하는 게임사이트에도 이체한 내역이 있어서 그런 부분들을 확인해 봤었습니다."
-김낙호, 당시 의정부경찰서 강력4팀
조사를 해 보니 7월 이후 휴대폰 발신내역이 17건, 휴대폰 소액결제 내역도 150만원 정도가 나와. 음원 사이트를 이용한 기록도 있었어. 그럼, 지아 씨는 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생활을 하고 있는 걸까? 또 7월 13일 이후에 한동안은 지아 씨가 가족들과 연락이 됐다는 거야. 지아 씨가 어머니와 나눈 문자 메시지를 보여줄게.
"500만원 대출권에 대하여 집으로 통보 왔더라. 이야기는 해줘야 할 거 같아서."
"응.. 금방 해결할 거야.."
"이런 데서 왜 빌렸는데"
"이사하고 뭐 한다고 빌린 돈 갚으려고. 금방 갚을 거야.."
"지금 전화해"
"전화받으면 전원 꺼져 폰 이상해. 언니 오면 언니 걸로 전화할게.."
-2017년 8월 14일 월요일
"전화 안 함 나도 어찌할지 모르겠다. 오늘 안으로 전화 안 함 안 보자는 건지?"
"미안 전화할게"
-2017년 8월 16일 수요일
"전화해. 전화 안 함 엄마도 이제 톡도 전화도 안 할 거니까. 니가 정말 똑바로 살고 싶으면 저나해"
-2017년 8월 30일 수요일
"엄마는 울 큰딸이 넘 그립다. 사랑해 늘~~미안코"
"아냐 내가 더 미안해 바쁜거 정리하고 연락할게"
-2017년 9월 7일 토요일
문자 내용을 보니, 지아 씨가 대출을 받은 듯 보여. 바쁜 거 정리하고 연락한다고 하고. 무슨 금전적인 문제가 있었던 걸까? 근데 이런 문자마저 어느 순간부터 안 오기 시작하자, 가족들은 결국 경찰에 실종신고를 한 거였어.
그런데 조사를 할수록 뭔가 좀 이상해. 지아 씨가 음원 사이트 이용 기록이 있다고 했잖아. 사실 이 사이트는 지아 씨가 아닌 어머니가 사용하셨거든. 그래서 플레이리스트에 트로트 같은 중년층이 좋아하는 음악 밖에 없었대. 그런데 지아 씨가 사라진 직후부터 플레이리스트에 클럽 음악이 등장한 거야. 이 클럽 음악을 지아 씨가 이용했을 수도 있겠지. 근데, 지금까지 이용하지 않았던 사이트를, 실종 후 갑자기 이용했다? 이상하지 않아?
그리고 휴대폰 통화 내역도 수상해. 통화 내역에 있는 사람들이 지아 씨와 관련이 없는 사람들뿐이야. 그리고 통장 거래 내역에서도 황당한 점이 나왔어. 성매매업소 결제 기록이 나온 거야. 형사들은 당장 가서 확인을 했지. 확인결과, 거래 내역이 찍힌 그날 그곳을 방문한 사람은, 남자였어.
이 남자는 누굴까? 지아 씨가 이 남자랑 함께 있는 걸까? 아님, 남자가 혼자 지아 씨의 휴대폰과 계좌를 사용하고 있는 걸까? 이걸 파악하려면, 지아 씨의 행적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어.
▲ 실종의 흔적
지아 씨가 마지막으로 집을 나선 건 7월 13일. 이 날 지아 씨가 렌터카를 빌린 것으로 확인됐어. 형사들은 렌터카업체로 향했어. 몇 달이 지났지만, 렌터카업체에선 기억을 하고 있었어. 지아 씨가 반납일이 지났는데도 렌터카를 반납하지 않았다는 거야. 렌터카업체에선 당연히 전화를 했지. 그런데 지아 씨하고 통화가 안 됐대. 그래서 지아 씨가 차를 빌릴 때 남겨둔 비상 연락처로 전화를 했대. 그랬더니 남자친구라는 사람이 전화를 받더래.
"아! 여자친구가 지금 씻고 있어서요. 죄송합니다. 차는 내일 꼭 반납할 테니, 계좌번호 좀 알려주세요."
그리고 다음날, 차는 약속대로 반납됐어. 그런데 렌터카 사장은 차를 보고 깜짝 놀랐어.
"주인도 남자가 반납할 때, 자기도 의아했다고 하더라고요. 그 남자가 '차를 반납하려는데 너무 더러워서 스팀 세차해가지고 반납했다'… 그렇게 해서 오는 사람이 없는데 트렁크까지 싹 세차를 하고 왔으니까."
-김성학, 당시 의정부경찰서 강력4팀
렌터카를 세차까지 싹 해서 반납했다는 거야. 그리고 렌터카를 반납한 사람, 지아 씨가 아니었어. 남자가 혼자 와서 반납을 했다는 거야. 알고 보니, 렌터카업체에 온 남자, 성매매업소에 왔던 남자와 동일인물이야. 지아 씨의 계좌를 쓰고, 지아 씨가 빌린 렌터카를 타고 달렸던 남자. 그가 실종된 지아 씨의 행방을 알 가능성이 가장 높아.
"그 남자가 이제 메인이었던 것 같아요. 남자의 소재를 확인해서, 어디서 헤어졌는지, 마지막으로 본 게 어딘지. 그쪽에 초점을 맞췄던 것 같은데, 이거 좀 깊이 파헤쳐야겠다…"
-김성학, 당시 담당 형사
형사들은 곧장 그 남자를 만나러 갔어. 근데 장소가 좀 의외야. 구치소로 갔거든. 이 남자, 30대 최 씨는 다른 사건으로 구속돼서 이때 구치소에 수감되어 있었어. 형사들은 곧바로 구치소로 가서 최 씨를 접견 신청했어. 그런데 형사들은 최 씨를 만날 수 없었어. 최 씨가 접견을 거부한 거야.
"저도 처음 경험하는 거죠. 제 경찰 생활하면서 접견 거부할 거라고 생각도 못 했어요. 당연히 나올 줄 알았는데, 그걸 그대로 접견 거부하더라고요."
-김성학, 당시 담당 형사
"다들 나와서 말을 안 할지언정, 접견실에는 나오는데. 접결실조차도 안 나온 건 처음이라서, 고참 형사들도 많이 당황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김낙호, 당시 담당 형사
형사들은 최 씨를 아예 못 만났어. 구치소에 수감되어 있다고 강제로 만나거나 할 수가 없대. 접견을 거부하면 만날 방법이 없는 거야. 어디 있는지 아는데, 바로 코앞에 있는데 만날 수가 없어. 구치소에 있어서 쉽게 접근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최 씨가 그 철창 뒤로 숨어버린 거야. 그에 대한 의심만 더 커졌어.
▲ 수상한 남자
그럼, 최 씨는 왜 구치소에 수감되어 있던 걸까?
"그 남자가 구치소에 수감된 사유가 보통 일은 아니었거든요. 보통 일로 들어간 건 아니니까, 아무래도 죄명이 살인이라서. 사실 연관성이 조금이라도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었습니다."
-김낙호, 당시 담당 형사
최 씨는 살인 혐의로 구속돼 조사를 받고 있던 거야. 여성의 실종 사건에 연루됐다고 판단되는 남자가, 이미 살인죄로 구속이 된 상태야. 그럼 최 씨는 도대체 누구를 살해한 걸까?
2017년 12월, 최 씨는 한 여성의 집을 방문해. 자신이 빌린 돈을 갚겠다며, 서연(가명) 씨의 집을 찾아갔대. 하지만 집 안에서 최 씨는 그 여성의 목을 졸라 살해했어. 이후 최 씨는 도주했지만, 경찰의 추적 끝에 체포되어 구속됐어. 경찰에 체포된 최 씨는 여자를 살해한 사실을 인정했어. 살해 동기는, 여자가 자신의 죽은 여자친구를 험담해서 화가 나 죽였다는 거야.
사실 최 씨에게는 사망한 여자친구 유진(가명) 씨가 있었어. 그리고 살해당한 여성은, 그 죽은 여자친구의 절친인 서연 씨야. 최 씨의 여자친구인 유진 씨는 2017년 6월 뇌출혈로 사망했어. 여자친구의 장례식장에서 오열하던 최 씨는, 서연 씨를 보며 이런 얘기를 했대.
"서연 씨, 유진이랑 정말 많이 닮았네요."
장례식장에서 이게 무슨 어이없는 플러팅이지? 시기도, 상황도 전혀 상식적이지 않아. 그 후, 최 씨는 서연 씨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갔대. 근데, 최 씨가 장례식장에서 보인 이상한 행동은 이게 전부가 아냐.
이건 여자친구 장례식장에서 찍은 사진이야. 최 씨가 영정사진을 바라보는 있는 자신의 뒷모습을 SNS에 올린 거야. 도대체 이 사진을 어떻게 찍은 걸까? 저렇게 서 있을 테니 누구한테 찍어달라고 한 걸까?
이렇게 유진 씨의 장례식을 치른 게 6월. 지아 씨는 다음 달인 7월에 실종됐어. 그리고 12월, 최 씨는 사망한 여자친구의 절친인 서연 씨를 살해한 거야. 불과 6개월 사이 최 씨 주변의 여성들이 죽음을 맞거나, 실종되고, 살해됐어. 하지만 여전히 최 씨는 접견을 거부하며 자신은 지아 씨 실종과는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야.
그런데 형사들이 최 씨를 의심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어. 실종 후에 지아 씨와 가족들이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은 거 기억하지? 서연 씨 사건 때도 똑같은 일이 있었어.
2017년 12월. 지방에 살던 서연 씨 아버지가, 딸에게 큰일이 생겼다는 연락을 받았어. 아버지는 급하게 딸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통화가 안 돼. 급한 마음에 아버지는 딸에게 "무슨 일 있나. 전화해라 빨리"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바로 서울로 향했어. 그리고 도착한 아버지가 마주한 것은, 딸의 죽음이었어. 그런데,
"나 배터리가 없어ㅠ 충전하고 전화할겡"
딸의 죽음을 확인한 아버지에게 딸의 번호로 이런 문자가 온 거야. 이 문자를 보낸 사람은, 바로 최 씨였어. 최 씨가 서연 씨의 휴대폰으로 답장을 한 거야. 지아 씨의 경우도 통화는 안 되고 가족들과 문자 메시지만 주고받았잖아. 그렇다면 이것 역시, 최 씨가 한 짓이 아닐까?
그리고 이건 서연 씨의 카드가 사용된 내역이야. 그녀가 죽은 후에 사용된 거야.
담배 1갑, 생수 1개, 택시비, 숙박비, 커피 1잔, 2돈 상당 금팔찌 1개… 최 씨는 살인을 저지른 후 서연 씨의 휴대폰과 카드가 든 지갑을 들고 나왔어. 그걸로 택시도 타고, 커피도 마시고, 숙박비도 내고, 심지어 금도 샀어. 지아 씨의 경우도 비슷해. 아까 그 성매매 업소 결제 내역 기억하지? 실종 후 포착된 수상한 거래 내역들. 그리고 지아 씨는 실종 전 무려 1800만원의 돈을 대출받은 것도 확인돼. 근데 이상한 점은, 평소 지아 씨의 씀씀이야. 지아 씨는 검소한 사람이었어.
"당시 여성이 20대 초반 나이인데도 불구하고 전부 다 가계부로 작성하고, 과소비가 없었다고 주변에서 많이 얘기도 들었고."
-김낙호, 당시 담당 형사
"정리가 되게 깔끔해요. 다이어리를 보면, 세금 나가는 거, 핸드폰 요금, 아주 자잘하게 뭘 사는 거. 그것까지 다 정리해서 예쁘게 다 써놔요. 그거를."
-김성학, 당시 담당 형사
그렇게 과소비 한 번 안 하던 지아 씨가, 갑자기 큰돈을 빌리고 사라졌다? 그리고 두 사람 모두, 가족과 떨어져 사는 20대 초반의 여성이야. 무슨 일이 생겨도 주변에서 바로 알아차리기 힘든 대상이라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 최 씨와 친밀한 사이였다는 점까지. 두 사건의 패턴, 데칼코마니 같지 않아?
"똑같은 유형이죠. 어떻게 보면. 똑같은 수법으로. 그러니까 '어? 이거 수법이 같은데?' 이 생각이 들죠."
-김성학, 당시 담당 형사
조사를 하면 할수록, 그 끝에는 이 남자 최 씨가 있어.
▲ 남자의 정체
최 씨는 어떤 사람일까? 사진을 보여줄게.
최 씨는 대학에서 무용을 전공했대. 하얀 피부에 마른 체형으로 호감이 갈만한 인상이었다는 거야. 그리고 최 씨에게 별명이 하나 있었다고 해.
"저희가 그 남자에 대해 주변을 탐문했었는데, 속칭 사회에서 말하는 '뻥카'라고 하는, 그러니까 거짓말이나 허풍이 심하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 남성의 이름 앞에 '뻥'자를 붙여서 '뻥O' 이런 식으로 다들 불렀다고 하더라고요."
-김낙호, 당시 담당 형사
최 씨는 고급 외제차를 빌려 자신의 차인 양 SNS에 올리곤 했어.
최 씨는 구치소에 수감 중이잖아. 같은 방에서 생활했던 구치소 동기는 최 씨에게 아주 섬뜩한 이야기를 들었다고 해.
"사람을 묻을 때 말이야. 영화처럼 구덩이를 그렇게 파면 안 돼. 넓고 깊게 파야 해. 그래야 냄새가 안 올라온다니까."
"사람 죽여놓고 옆에서 컵라면 먹으면 무슨 맛일 거 같아? 그건 해 본 사람 아니면 절대 몰라."
"내가 한 사람만 죽였겠냐? 내가 몇 명을 죽였는지는 나밖에 몰라."
이런 무서운 말들도 최 씨의 허세일까? 이것만으로는, 지아 씨의 죽음을 확신할 수 없어. 그러나 만약 지아 씨마저 잘못 됐다면, 이건 연쇄 살인이야. 결국 최 씨의 입을 열어야 해.
형사들은 거의 매일같이 구치소에 찾아갔어. 접견 거부를 해도 다시 신청하고, 또 신청하길 반복해.
"매일 서울구치소를 가면서 그런 생각을 했어요. '오늘 좀 나와라', '제발 좀 나와줬으면 좋겠다'"
-김낙호, 당시 담당 형사
"해결의 실마리가 얘한테 있거든요. 사실. 이 남자를 만나야 어디서 내려줬냐 물어봐야 되는데. 어딜 갔다 왔는지 뭘 했는지, 알아야 될 거고. 또 의구심이 있으니까 그때는 분명히 의심되는 행동을 했으니까."
-김성학, 당시 담당 형사
형사들은 답답했지만, 최 씨가 만나주지 않으면 방법이 없어. 아직 지아 씨가 살았는지, 죽었는지조차 명확하게 확인이 안 된 상황이니까. 그러던 어느 날, 형사들은 또다시 구치소를 향해. 이날 역시 접견 거부를 당하고 힘이 쫙 빠져 돌아가는 길이었어. 그런데, 구치소 복도 끝에 낯익은 인물이 보여. 사진으로만 봤던 최 씨가 교도관과 함께 구치소 복도에 있는 거야.
"저희들은 사진을 기록에서 봤으니까. 똑 같은 얼굴이 복도에 잠깐 있더라고요. 나왔다가 거부를 한 거 같아요, 아마."
-김성학, 당시 담당 형사
형사들은 큰 소리로 최 씨를 불렀어.
"남자 이름을 불렀어요. 그러니까 사람이 누군가 자기 이름을 부르니까, 무의식적으로 뒤를 돌아보더라고요."
-김낙호, 당시 담당 형사
그리고 급히 최 씨 쪽으로 향해 뛰어가. 이게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일지도 몰라. 그리고 그 순간, 김성학 형사가 최 씨를 보자마자 기지를 발휘해 이렇게 말했어.
"애기가 참 이쁘던데... 아들 보고 싶지 않아요?"
사실 최 씨에게는 이혼한 아내와의 사이에서 어린 아들이 하나 있었어.
"설득을 해야 하니까. 설득 방법이 이제 최 씨의 가족관계는 다 저희가 한번 확인해 보고 넘어가니까. 아이가 하나 있더라고요. 구속된 상태에서 제일 보고 싶은 건 가족일 거고. 아이일 거란 생각도 들어서. '아기 예쁘던데?'하고 말을 걸었죠."
-김성학, 당시 담당 형사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최 씨가 김 형사를 쳐다봐. 그리고 "만나 보셨어요?"라며 관심을 보여. 김 형사는 이 틈을 놓치지 않았어. "갑자기 체포돼서 아들 사진도 없죠? 내가 하나 넣어드릴까?"라고 제안했어. 그러자 최 씨가 사진을 가져다 달라며, 만나겠다고 해. 드디어 최 씨와 만날 수 있게 됐어.
▲ 단서를 잡아라
드디어 형사들과 최 씨가 마주 앉았어.
"잘 지냈어요? 접견 나와 줘서 고맙고... 아들 사진은 교도관한테 얘기해서 넣어줄게요."
형사들이 우선 분위기를 부드럽게 해. 딱딱하게 대할수록 경계만 커질 뿐이니까. 그러면서, 슬며시 중요한 얘기를 꺼내. 지아 씨 어디 있는지 알고 있냐고. 그러자 최 씨는 이렇게 말해.
"아! 지아요. 인천에 지아 친구가 사는데, 거기서 일하고 있을 거예요."
함께 있다는 친구 이름까지 알려주며, 찾아가면 금방 만날 수 있을 거라는 거야.
"너무 태연하게 '가서 찾으면 금방 찾을 수 있을 거예요'라고 해버리고. '찾아보세요. 금방 찾을 수 있다'고."
-김성학, 당시 담당 형사
형사들은 지아 씨의 대출금 1800만원에 대해서도 물어봤어. 그러자 최 씨는 대출에 대해 전혀 몰랐다고 답해. 최 씨는 모든 질문에 의연하게 대답했어.
"말할 때 일말의 고민도 크게 안 했던 것 같아요. 그냥 때마침 이야기가 흘러가듯이 엄청 대답을 잘했기 때문에."
-김낙호, 당시 담당 형사
이후 한번 더 접견했지만, 최 씨는 지아 씨의 실종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는 태도야. 심지어 최 씨는 거짓말탐지기 검사를 해보자고 먼저 요구했어. 형사의 입장에선, 작은 단서라도 시급하니까. 그래서 형사들은 거짓말탐지기 검사를 의뢰하고, 어렵게 교도관들의 협조를 받아 구치소 안에 검사를 위한 장비를 세팅했어. 그리고 검사 당일, 생각지도 못한 상황과 마주하게 돼. 최 씨가 접견을 거부해 버린 거야. 어렵게 준비한 검사는, 해보지도 못하고 끝났어.
그 뒤로 최 씨는 쭉 접견을 거부했어. 게다가 수사를 아무리 해도, 실종된 지아 씨의 생활 반응은 찾을 수 없었어.
"답답하고 속 터지고 그냥. 뭔가는 있다, 이거 분명히 뭔 일은 벌어졌는데. 속 터지는 거죠."
-김성학, 당시 담당 형사
최악의 경우를 생각하고 싶진 않지만, 모든 정황이 하나를 가리키고 있어. 지아 씨가 살해됐을 가능성이 높아. 그럼 이제 어떻게든 지아 씨의 시신을 찾아야 해. 아니면 증거도 시신도 없는 미제 사건이 될지도 몰라. 형사들은 처음부터 모든 수사 자료를 다시 검토하기 시작해. 티끌만한 작은 단서라도 찾기 위해서.
거래내역, 통화내역, CCTV, 렌터카.. 그러던 중, 단서가 나왔어. 바로 렌터카에서.
렌터카업체는 이미 조사를 한 적이 있잖아. 그때 렌터카업체에서는 지아 씨가 빌렸던 차를 팔아버렸다고 했어. 어렵게 그 차를 찾아서 감식까지 했지만, 당시 아무런 증거도 나오지 않았어. 그런데, 이번에 다시 한번 렌터카업체에 전화를 하자, 아주 놀라운 말을 듣게 된 거야. 차는 팔았지만, 그 차에 달았던 GPS는 남아있는 거 같다고.
"전화하니까 '차는 갔는데 GPS 기계는 떼서 다른 차에 부착이 됐을 거다'... 그때 진짜 '와 뭐가 나오겠다'하고 뛰어간 거죠."
-김성학, 당시 담당 형사
"아 뭐가 나오겠구나, 이제 됐다, 우리가 이겼다…"
-김낙호, 당시 담당 형사
▲ 그날 밤의 GPS
GPS로 차량의 주행거리, 주행시간, 위치 등 운행 기록을 확인할 수 있어. 해당 차량에 달렸던 GPS를 확인해 보니, 다행히 기록이 남아 있었어. 형사들은 그 운행 기록을 따라가 보기로 해.
"앞에 노트북 놓고 지도에 체크해 가면서 다 똑같이 이동해 본 겁니다."
-김성학, 당시 담당 형사
렌터카를 빌린 7월 13일부터 반납된 7월 16일까지. 그 4일간의 행적을 지금부터 따라가 볼 거야.
7월 13일 인천에서 대여된 차는 지아 씨 집이 있는 의정부를 거쳐 밤 10시 30분경 포천에 도착해. 포천에 도착한 차는 산정호수 부근에서 4시간 30분 동안 정차해. 그리고 7월 14일 새벽 5시경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차는 소회산리로 이동했고, 여기서 다시 2시간가량 머물러. 오전 8시경 다시 산정호수 근처로 돌아왔다가, 9시 50분에 다시 소회산리에 가서 또 1시간을 머물러. 그리곤 포천 일대를 떠돌아다니다가, 오후 1시 또다시 소회산리 쪽에 들렸다가 포천을 빠져나갔어. 그 뒤로 의정부와 인천에 있는 PC방, 사우나, 숙박 업소를 돌아다니다가 16일 오후 스팀세차장에서 세차를 한 뒤 차량을 반납한 거야.
확인해 보니 포천을 빠져나온 후 행적들은 모두 최 씨 혼자였어. 결론적으로 포천 안에서 지아 씨는 사라진 거야. 그럼 가장 의심이 가는 장소는 어디야? 바로 소회산리. 이곳에 3번이나 갔잖아. GPS기록을 따라간 형사들은 이곳에서 마지막 희망이 사라지는 느낌을 받았대. 거긴 아무것도 없는 야산이었어.
지도에도 없는 산길인 데다가, 군부대가 있어서 민간인 통행 제한 지역이었던 곳이야. 일반인은 알 수도 없고, 아무것도 없는 외진 곳이야. 형사들은 이곳에서 시신 수색에 나섰어. 수색 결과, 어떻게 됐을까?
"산기슭에 깊게 파인 구덩이 주변에 경찰의 출입금지 줄이 둘러쳐 있습니다. 어제 오후 이곳에서 한 여성의 시신이 발견된 겁니다. 경찰은 8개월 전 의정부에서 실종된 20대 여성의 행적을 쫓으며 한 달간 포천시 일대를 수색해 왔습니다. 최 씨는 경찰에 실종 여성과 관련된 혐의를 모두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시신이 실종 여성으로 확인되면 최 씨에게 연쇄살인 혐의를 두고 조사할 방침입니다."
- 당시 뉴스 보도 中
끝내 시신으로 발견된 지아 씨. 형사들은 시신을 보는 순간, 지아 씨인 걸 알 수 있었대. 그 이유는 바로 이거야.
주거지 CCTV에서 마지막으로 찍혔던 지아 씨. 그때 입었던 프린트된 티셔츠를 그대로 착용한 채 지아 씨가 발견된 거야.
"단번에 저희는, 그냥 똑같으니까 모든 게. 옷이나 신발 다 똑같아요. CCTV에 나온 그대로의 모습."
-김성학, 당시 담당 형사
그리고 시신은 하늘을 바라본 채, 한쪽 손을 위로 뻗은 상태로 묻혀 있었어. 그게 마치, '날 꺼내 주세요' 하는 거 같았대.
"제일 먼저 손을 발굴하다가 발견했는데, '나를 좀 꺼내달라'는 생각을 하면서 그렇게 손이 먼저 나온 건지. 저희도 처음 발견했을 때 안타깝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습니다."
-김낙호, 당시 담당 형사
지아 씨는 렌터카 비상연락처에 최 씨의 전화번호를 남기고 아무런 의심 없이 그와 이곳까지 왔을 거야. 그리고 그녀는 이곳에 무려 8개월 동안 암매장 되어 있었어.
▲ 살인자와의 줄다리기
시신이 발견되면서 최 씨는 살인사건의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돼. 이제 더 이상 지아 씨가 살아있을 거라는 뻔뻔한 거짓말은 못할 거야. 그런데 최 씨가, 또 접견 거부를 해. 이미 잡혀있는 사람을 조사하는 게 더 어려워. 형사들은, 이미 구치소에 수감된 최 씨를 다시 경찰서로 연행하기로 했어. 체포영장을 신청하기로 한 거야. 지아 씨의 시신을 찾았기에 가능한 일이야.
2018년 4월. 구치소에 있던 최 씨가 경찰서로 호송됐어. 수감자를 경찰서로 이동해 조사를 하는 경우는 최초였다고 해.
"구치소 밖으로 수용자를 꺼낸 적은 없는 걸로 알고 있었어요. 저희가 처음으로 구치소에 있는 수용자를 외부로 데리고 나와서 조사했던 사례로 알고 있습니다."
-김낙호, 당시 담당 형사
체포영장의 효력은 48시간, 만 이틀이야. 시신까지 찾았으니 이젠 최 씨가 모든 걸 이야기할 수밖에 없겠지. 드디어 경찰서 진술 조사실에 최 씨와 마주 앉았어. 최 씨는 지아 씨 살인을 부인했어. 질문을 해도 잘 대답하지 않고, 걸핏하면 진술을 거부해. 3~4시간 정도 조사를 하고 잠깐 쉬고, 또 조사를 하는 피 말리는 과정이 반복돼. 그런데, 조사를 하는 동안 최 씨가 말도 안 되는 행동을 하는 거야.
김성학 형사는 구치소에서 최 씨와 만났을 때, 아들 이야기를 했던 형사야. 그날 이후 김 형사는 최 씨와 라포 형성에 집중했어. 최 씨도 김성학 형사에게 '형님'이라고 편하게 부를 정도였어. 그래서일까? 쉬는 시간엔 최 씨가 김성학 형사에게 살인을 인정한다고 이야기를 해. 그런데 막상 조서를 작성하려고 하면, 최 씨가 입을 다물어.
"저랑 이야기하면 몇 번 맞다고 (살인을) 인정해요. 인정했다가 조서에 작성하려고 하면 얘기를 안 해요. 근데 조서에 작성을 안 하면 얘기해요. 웃으면서. 인정하고. 뭐 그런 식이었어요, 다… 저희들이 조사받고 나오면서 그랬어요. '못 잊겠다. 뭐 저리 뻔뻔하냐' 그랬어요."
-김성학, 당시 담당 형사
시간은 흘러가고, 형사 입장에선 속이 타들어 가. 또다시 쉬는 시간. 이번엔 김성학 형사가 최 씨에게 다른 질문을 던졌어. "범행도구는 어디에 숨겼어? 우리끼리니까 형한테 편하게 얘기해 봐"라며. 그러자 최 씨가 태연하게 위치를 알려줘. 사실 하도 거짓말을 많이 하니, 형사들은 최 씨의 말을 믿지 않았지만, 그래도 찾아는 봐야지. 바로 그 장소에 가서 수색했는데, 이게 발견됐어.
최 씨가 말한 장소에서 삽이 발견됐어. '6500원' 가격표까지 그대로 붙은 삽이 나온 거야. 이제 범행도구까지 나왔는데, 최 씨가 자백을 했을까? 최 씨는 끝까지 진술을 거부했어. 결국 최 씨는 살인을 인정하지 않았고, 48시간의 조사 시간은 끝났어. 어쩔 수 없이 최 씨를 다시 구치소로 보내려는데, 최 씨가 이런 말을 해.
"형님! 제가 죽인 게 맞아요. 나중에 접견 오시면 제가 다 말씀드릴게요."
조사가 끝난 뒤, 또 살인을 인정한 거야. 그 말에 형사들은 또다시 접견 신청을 했어. 그러자 또다시 접견을 거부했어. 거짓말탐지기를 하겠다고 해서 세팅을 준비했더니 거부, 살해 인정 뉘앙스를 풍겼다가 막상 조서를 작성하면 진술 거부, 다 자백할 것 같이 했다가 또 접견 거부. 답답할 노릇이야. 그래도 형사들은 다시 두 번째 체포영장을 신청해. 그렇게 최 씨가 또 경찰서로 가는 호송차에 올라. 두 번째 48시간이 시작되는 거야. 그런데 최 씨가 이런 말을 하는 거야.
"형님! 경찰서 앞에 기자들 많겠죠? 카메라에 안 찍히게 해 주시면 안 될까요?"
자신의 모습이 노출되는 건 또 싫었나 봐. 그 순간, 김성학 형사의 머리에 한 가지 아이디어가 떠올라. 김 형사의 기지가 또 발휘되는 순간이야.
"그럼, 우리 포천부터 가볼래? 거기 갔다 올 때까지 기자들이 기다리고 있진 않겠지."
시신이 발견된 사건 현장부터 가자고 제안한 거야. 최 씨가 경찰서 조사실만 들어가면 입을 닫아버리니까. 혹시라도 그곳에 가면, 최 씨의 행동이 달라질 수도 있잖아. 최 씨는 선뜻 좋다고 했어. 현장부터 가자는 거야.
그렇게 형사들은 최 씨와 함께 지아 씨의 시신이 발견된 포천 소회산리로 갔어. 현장에 도착한 최 씨가 한 첫 행동이 뭐였을까? 갑자기 큰절을 하는 거였어. 최 씨는 정확하게 시신이 묻혔던 방향을 향해 큰절을 했어.
"저희가 현장에 도착하니까 자기가 절을 한번 하고 싶다고 그러더니 바닥에서 절을 한번 하더라고요."
-김낙호, 당시 담당 형사
"묻은 장소를 정확히 보고 그쪽에다 절한다고 하니까. '알아서 절하네' 했죠. 진심이 느껴지지는 않았거든요. 그냥 '어디서 본 거 흉내 내나' 이런 생각 밖에 안 들었어요."
-김성학, 당시 담당 형사
자신이 한 일이 아니라면, 이 넓은 야산에서 어떻게 정확하게 시신 묻힌 위치를 알겠어. 그리고 최 씨는 지아 씨를 어떻게 살해했는지 범행 과정을 재현했어.
"그냥 제가 '이것 좀 하자', '이것 좀 해야 할 거 같아' 그러면 그전처럼 거부하는 거 없이 '이것 좀 하고' 이러면 다 따라서 하더라고요."
-김성학, 당시 담당 형사
자백도 하기 전에, 알아서 현장검증을 시작한 거야.
▲ 살인자의 황당한 변명
그 후에 경찰서로 돌아와 최 씨는 본인이 지아 씨를 살해했다고 인정했어. 그럼 범행 동기는 뭐라고 했을까?
"지아가 죽은 제 여자친구 유진이랑 사이가 안 좋았어요. 지아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유진이가 병에 걸려 죽은 거거든요. 그래서 제가 대신 복수를 한 겁니다."
지아 씨도 사망한 최 씨의 여자친구 유진 씨와 아는 사이였어. 서연 씨는 여자친구를 험담해서, 지아 씨는 여자친구와 사이가 안 좋아서 죽였대. 오로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복수였다는 거야.
"복수를 위해서 그러니까 대의를 내세우는 거죠. 그러니까 대의를 내세워서 나름대로 익스큐즈를 하는 거죠. 그 과정을 통해서 뭔가 자기가 위장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뭔가 비난을 면하기 위해서 그런 도구적인 목적성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서종한, 영남대 심리학과 교수
이렇게 살인을 인정한 최 씨는 구치소로 돌아갔어. 그런데 호송차 안에서 또 이상한 이야기를 꺼내.
"다 이야기하니까 시원하네요. 우리 형님! 이참에 제가 시원하게 계급장 한 번 달아드릴까요?"
자기가 형사 승진을 시켜줄 수 있다는 거야. 심지어 검사한테는, 자기가 논산에 또 다른 시신을 묻었다는 말까지 했대. 이건 아무도 모르는 또 다른 살인에 대해, 암수범죄를 고백한 걸 수도 있어. 설사 거짓말이라고 해도 확인을 해야 하는 거야. 형사들은 최 씨가 말한 논산으로 달려가 포크레인까지 동원해 수색했어. 그리고 형사들은 최 씨가 만난 모든 여성들을 만나고 다녔어. 그들이 무사한지 확인하기 위해서. 그렇게 수사를 했지만, 더 이상 발견된 건 없었어.
"나로 인해서 다른 사람을 조종할 수 있다, 다른 사람에게 뭔가 영향을 줄 수 있다, 나로 인해서 수사관님이 진급할 수 있다…"
-서종한, 영남대 심리학과 교수
그리고 뇌출혈로 사망한 여자친구 유진 씨에 대한 수사도 진행됐어. 여자친구 죽음에 대한 의혹도 많았거든. 두 사람을 아는 지인들은 이런 얘기를 했어.
"자기 마음에 안 들면 욕하고 때리려고 하는 것도 많이 봤어요."
"여자친구가 몇 번 헤어지자고 했는데 그때마다 동네에 발도 못 붙이게 하겠다고 협박하고..."
살인의 이유가 사랑 때문이라던 최 씨인데, 참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지. 조사를 했지만 여자친구의 죽음은 병사로 밝혀졌어. 그래도 최 씨는 연쇄살인범이야. 두 살인사건이 병합돼 재판받을 거야.
근데 여기서 꼭 밝혀내야 할 한 가지가 더 있어. 바로, 지아 씨가 대출받은 1800만원에 대해서. 이걸 밝히는 게 아주 중요해. 왜? 살인과 강도 살인은 형량이 달라.
살인의 형량은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지만, 강도 살인의 경우는 '사형 또는 무기징역'이야. 최 씨가 돈을 목적으로 지아 씨를 살해한 거라면, 더 큰 처벌을 받아야 해.
검찰에서 조사를 받던 어느 날, 최 씨는 이런 말을 했대.
"검사님은 왜 저한테 돈에 대해 안 물어보세요?"
대출금 이야기를 최 씨가 먼저 꺼낸 거야. 검사는 그 말에 오히려 "물으면 대답할 겁니까? 우리는 증거로 가는 거니까 마음대로 하세요"라며 무심하게 대답했어. 그러자 최 씨가 대출금에 대한 이야기를 알아서 시작해. 최 씨의 진술은 충격적이었어.
사건이 일어나기 전인 7월 초. 최 씨는 지아 씨를 만났어. 살해하기로 마음을 먹고 말이야. 이 날도 두 사람은 함께 포천으로 향했어. 근데 여기서 최 씨는 한 가지 사실을 알게 돼. 지아 씨가 중고차를 사기 위해 알아보고 있다는 걸 알게 된 거야. 최 씨는 이때 결심을 했대. '빼먹을 수 있는 만큼 빼먹고 죽이자'라고. 최 씨는 살해 계획을 잠시 연기하고, 지아 씨에게 말해.
"지아야, 중고차 말이야. 현금 주고 사면 더 싸게 살 수 있어. 돈은 대출받으면 되지. 오빠가 도와줄게."
그렇게 최 씨의 말을 듣고 지아 씨는 돈을 대출받아. 대출을 받기 위한 며칠의 기간 동안, 두 사람은 함께 여행도 다녀오고, 놀이동산도 갔어. 최 씨는 왜 이렇게 했을까? 그의 진술은 이래.
"죽이기 전까지는 발톱을 드러내면 안 되잖아요. 살갑게 대해준 거죠."
최 씨의 계획을 전혀 몰랐던 지아 씨. 그녀가 받을 수 있는 최대한도까지 대출을 받자, 최 씨는 멈췄던 살해 계획을 실행하기로 해. 7월 13일 최 씨는 지아 씨에게 렌터카를 빌려오라 시켰어. 그리고 함께 포천으로 향해. 지아 씨가 잠시 커피를 사러 간 사이, 최 씨는 철물점에 들려 망치와 삽을 구매해 트렁크에 실어. 그리고 소회산리에 도착하자, 차에서 내린 최 씨는 어두운 산길 쪽으로 지아 씨를 불러. 그리고 지아 씨를 무참히 살해했어.
최 씨는 돈을 뺏기 위해 치밀하고 잔혹한 계획을 세우고, 처벌을 피하기 위해 온갖 거짓말을 하고 수를 썼어. 최 씨는 정신병질자 선별도구, 즉 사이코패스 검사에서 26점이 나왔어. 우리나라에선 25점 이상이면 사이코패스로 분류돼. 최 씨는 강도살인, 사체유기 등으로 재판을 받게 됐어. 과연, 어떤 판결이 내려졌을까?
"강도살인죄는 경제적 이익을 위하여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 반인륜적인 범죄로서 어떠한 이유로도 합리화하거나 용납할 수 없다는 점, 일반인으로서는 쉽게 납득할 수 없는 동기로 20대 초반인 두 여성 피해자들의 생명을 앗아간 범행을 저지른 점, 강도 살인 범행 후 피해자의 휴대폰을 이용해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피해자가 살아있는 것처럼 위장하면서 아무런 죄책감도 느끼지 않고 강취한 돈을 유흥비, 도박자금 등으로 사용하며 무절제한 생활을 반복한 점을 더하여, 피고인을 무기징역에 처한다."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최 씨는 형이 무겁다고 항소와 상고를 했지만, 무기징역으로 최종판결이 내려져. 그리고 위치 추적 전자장치 30년 부착도 함께 선고돼. 위치 추적 전자장치는 우리가 아는 전자발찌야. 최 씨의 재범 위험성이 높다고 평가하고, 먼 훗날 혹시 모를 가석방까지 대비한 거야.
▲ 살인자의 데칼코마니
형사들은 지아 씨가 수사를 도와준 거 같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대. 큰 단서가 됐던, 집의 CCTV 영상과 렌터카 GPS 기록. 기간상 삭제됐을 가능성이 높았던 이 기록들이 남아 있었던 덕분에 사건을 해결할 수 있었어.
피해자 가족들은 한순간에 너무나 어린 딸들을 잃어야 했어. 최 씨가 피해자인 척 가족들에게 문자를 보냈다고 했잖아? 정작 지아 씨가 보낸 마지막 문자는 바로 이거였어.
"내일 내시경 잘 받구..."
내시경 검사를 앞둔 엄마에게 보낸 문자야. 그리고, 엄마는 어느 순간부터 대답도 없는 딸과의 대화방에 들어가 문자를 남기고 또 남겼어.
"우리 딸 잘 지내는 거 맞지? 항상 웃자."
"엄마는 우리 딸이 넘 걱정이고 보고 싶다"
"우리 딸 미역국 꼭 먹고 좋은 하루 보내렴."
최 씨의 범행에는 특징이 있어. 친분이 있는 여성들을 단지 도구로 생각하는, 생명을 경시하는 태도야. 이런 그가 딱 한번, 정반대의 모습을 보인 적이 있어. 바로, 자신의 아들 이야기를 했을 때야. 계속 접견 거부를 하다가 아들 사진을 받기 위해 접견 허락을 하잖아. 자기 아이는 보고 싶고 그리웠던 거겠지. 자기 아이가 소중한 만큼 그가 빼앗은 생명 또한 누군가의 금쪽같은 자녀라는 사실을 그는 몰랐을까?
'장두노미(藏頭露尾)'라는 말이 있어. 타조가 맹수한테 쫓기면, 머리는 덤불에 숨기지만 꼬리는 미처 숨기지 못하고 쩔쩔매는 모습에서 비롯된 말이래. 결국 최 씨의 모습은, 그런 타조의 모습이 아니었을까. 모든 진실은 언젠가 드러나게 돼 있어.
'그날' 이야기를 들은 '오늘' 당신의 생각은?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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