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귀상어 영상이 준 생태 연구의 희망

마귀상어가 심해를 유유히 헤엄치는 상황이 최근 공개되면서 수수께끼가 많은 생태에 많은 관심이 모였다. 영어로 고블린 샤크(Goblin shark)로 표기하는 마귀상어는 학자들의 끈질긴 노력으로 생태 정보가 하나둘 밝혀지고 있다.

미국 하와이대학교는 지난 16일 공식 채널을 통해 2024년 태평양 수심 1997m 구간에서 촬영한 마귀상어의 사진을 선보였다. 본래 서식지에서 살아 헤엄치는 마귀상어의 이미지가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하와이대 연구팀은 호주 수생생물 학자들과 연계, 2024년 남태평양 통가 해구 경사면을 무선조종 무인 탐사선으로 훑었다. 이 과정에서 심해 탐사선 카메라가 수심 1997m에서 암컷 마귀상어를 담아냈다.

2024년 통가 해구 경사면 1997m 심해에서 포착된 암컷 마귀상어. 서식지에서 유영하는 마귀상어를 촬영한 것은 처음이다. <사진=Minderoo-University of Western Australia Deep-Sea Research Center and Inkfish>

마귀상어는 보통 1300m 넘는 심해에 서식한다. 캄캄한 바다 밑바닥에 살기 때문에 어망에 걸렸을 때가 마귀상어를 확인할 거의 유일한 기회다. 운 좋게 지난 2019년 태평양 중앙부 자비스 섬 근처 1237m 심해에서 몸길이 약 3.43m의 수컷 마귀상어가 카메라에 잡힌 적이 있지만 유영하는 상황은 아니었다.

하와이대 박사과정 애런 유다 연구원은 "마귀상어는 판타지 영화에 나오는 고블린처럼 턱이 툭 튀어나온 흥미로운 심해어"라며 "성체의 추정 길이는 6~7m로, 고대 상어의 특징을 많이 간직해 심해의 살아있는 화석이라고 부른다"고 설명했다.

이어 "통가 해구 경사면에서 무인 탐사선을 이용, 암컷 마귀상어를 약 50일간 추적 관찰했다"며 "긴 시간 동안 건진 영상은 단 20초가량일 만큼 마귀상어는 조사 자체가 어렵다"고 덧붙였다.

2019년 태평양 자비스 섬 근처 1237m 심해에서 촬영한 수컷 마귀상어 <사진=Ocean Exploration Trust, Nautilus Live>

2000m에 육박하는 캄캄한 심해에서 마귀상어가 관찰되면서 이 기묘한 생물의 생태 정보도 여럿 입수됐다. 그간 마귀상어가 확인된 최고 수심은 약 1300m인데, 이번 성과로 그 깊이가 대략 700m 깊어졌다. 마귀상어가 속한 악상어목 전체의 관찰 깊이 역시 108m 늘어났다. 서식지도 태평양 중부까지 확대됐다.

애런 유다 연구원은 "마귀상어의 서식지는 학자들 생각보다 광범위했다. 지금껏 미국, 호주, 일본 등 제한된 해역에서 확인됐지만 태평양 중부에서도 파악됐다"며 "이는 마귀상어가 지역별 보호 대상 및 국가 생물다양성 목록에 포함될 수 있다는 의미다. 마귀상어가 어디 사는지 정확히 아는 것이 제대로 보호하는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에서는 포착되지 않는 마귀상어지만 일본과는 인연이 깊다. 이 종이 처음 학술적으로 확인된 것은 1898년, 일본 해안에서 잡힌 한 마리가 계기다. 일본명은 미츠쿠리자메, 학명은 Mitsukurina owstoni이다. 속명 Mitsukurina는 일본을 대표하는 동물학자 미츠쿠리 카키치, 종소명 owstoni는 표본을 수집한 영국 동식물학자 앨런 오스턴에서 각각 땄다.

마귀상어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일러스트 <사진=인공지능(챗GPT) 생성 이미지>

앨런 오스턴은 일본 카나가와현 사가미만에서 전에 본 적 없는 기이한 물고기를 채집해 표본을 미츠쿠리 카키치에 전달했다. 미츠쿠리 카키치는 이를 미국으로 가져가 신종임을 최종 확인했다. 영어명은 특유의 생김새도 영향을 줬지만, 일본식 명칭 중 하나인 텐구(일본의 요괴로 코가 높고 길다)상어를 번역한 영향이 크다.

참고로 2013년 11월 13일, 사가미만 앞바다에서 어린 마귀상어 13마리가 수심 300m에 설치한 게잡이 통발에 걸린 채 발견됐다. 당시 숨이 붙어있던 11마리는 바로 다음날 핫케이지마 시파라다이스 수족관에 옮겨져 사육됐지만 4일 뒤 모두 죽고 말았다. 아래 영상은 카나가와현 지역 신문이 시파라다이스에서 짧게나마 전시한 마귀상어를 담고 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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