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재기술 기반의 3D프린팅 기업 그래피가 최근 코스닥시장 기술특례상장을 위한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하며 새 정부 출범 이후 첫 승인 대상에 올랐다. 본격적인 기업공개(IPO) 절차에 착수함에 따라 재무적투자자(FI)의 엑시트(투자금 회수) 기대감도 고조되고 있다.
치과교정 시장서 두각…해외 매출 비중 80%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그래피는 KB증권, 신한투자증권을 주관사로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한 지 5개월 만에 한국거래소의 상장 승인을 받았다. 지난해 9월에는 기술평가기관 이크레더블과 한국산업기획기술평가원에서 ‘A, A등급’을 받아 기술특례상장의 첫 관문을 넘었다. 공모예정 주식 수 195만주를 포함해 총 1103만8777주를 상장할 계획이다. 회사는 11일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뒤 IPO에 속도를 낸다.
2017년 설립된 그래피는 3D프린팅 통합 솔루션 기업으로 3D프린터용 신소재(광경화성 레진), 다이렉트프린팅 방식의 형상기억 투명교정장치(SMA), 질소경화기(THC), 디자인 소프트웨어(DAD) 등의 솔루션을 제공한다.
2018년에는 세계 최초로 형상기억 3D프린팅 소재(TC-85)와 이를 활용한 형상기억 투명교정장치 제품을 개발했다. 환자가 진료 받은 당일에 바로 교정장치를 착용할 수 있도록 제작기간을 단축시킨 제품이다.
그래피는 이런 기술력을 바탕으로 미국, 유럽, 일본, 브라질, 호주 등 주요국의 의료기기 인증을 확보했고, 100여개국에서 600곳 이상의 고객과 거래하고 있다. 그래피의 매출 중 80%는 해외에서 나온다. 이번 공모자금 또한 해외법인 설립 등 해외사업 강화에 주로 사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시장 확장과 함께 매출 규모를 늘리고 있지만 적자가 고민이다. 연결기준 매출은 2022년 43억원에서 2023년 105억원으로 늘어 100억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매출은 161억원으로 전년 대비 54% 성장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영업손실과 순손실이 확대됐다. 영업손실은 70억원대에서 지난해 92억원으로 늘어났으며, 순손실은 2023년 54억원에서 지난해 327억원으로 대폭 증가했다. 순손실 확대의 주요 배경은 차입금과 금융부채 확대에 따른 금융비용 증가다.
적자가 누적되면서 지난해 말 연결기준 결손금은 717억원으로 확대됐다. 차입금(단기차입금+유동성단기차입금) 규모도 96억원에서 134억원으로 증가했다. 다만 자본총계는 전환상환우선주부채와 전환사채(CB) 등 일부 부채가 해소되면서 플러스로 전환해 완전자본잠식 상태를 벗어났다.
누적 투자 400억…10여개 FI 참여
그래피는 상환전환우선주(RCPS), CB 등을 활용해 매년 적극적으로 외부 자금을 조달해왔다. 2019년 시리즈A를 시작으로 지난해 말 프리IPO 라운드까지 누적 투자 유치금은 400억원 이상이다.
주요주주 현황을 보면, 지난해 말 기준 심운섭 대표가 지분 34.65%를 가진 최대주주다. 기관투자가 중에서는 진앤투자파트너스와 액시스인베스트먼트가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진앤투자파트너스는 코스닥상장사 랩지노믹스를 모회사로 둔 바이오·헬스케어 전문 벤처캐피털(VC)이다. 2016년 설립된 액시스인베스트먼트는 SGA솔루션즈가 100% 지분을 보유한 SGA그룹 계열의 신기술사업금융회사다.
액시스인베스트먼트는 3개 프로젝트펀드 △진앤-액시스 넥스트덴탈 벤처투자조합(7.94%) △액시스 넥스트덴탈 신기술투자조합 제1호(3.89%) △플로우-액시스 세컨더리1호 신기술투자조합(1.97%)을 활용해 2023년 시리즈C부터 투자에 참여했다.
이어 오픈워터인베스트먼트가 럭키인바이츠1호펀드를 통해 3.28%를 확보하고 있다. 이외에도 흥국증권, 코스피상장사 제이더블유홀딩스, 어니스트벤처스, 현대투자파트너스 등이 투자자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한편 지난해 말 진행된 프리IPO 라운드에서 평가 받은 그래피의 기업가치는 약 1550억원이다. 이 라운드에 참여한 오픈워터인베스트먼트, 한빛인베스트먼트 등은 공모가가 1만4000원을 상회해야 안정적인 엑시트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강기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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