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차 1시간 때문에?..괌 연수 갔다가 사망, 산재일까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해외로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달씩 연수를 떠나기도 합니다. 이때 갑작스러운 환경 변화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는 근로자들도 있을텐데요. 해외여행 경험이 없던 근로자가 연수를 떠난 뒤 숙소에 쓰러져 사망했다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될까요? 판례를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2015년 11월 OO회사에서 근무하던 A씨는 미국령 괌에서 3박5일로 진행하는 해외연수 대상자로 선정됐습니다. 함께 연수를 떠나는 동료 직원들과 괌으로 출국한 A씨는 현지 기준으로 새벽시간 숙소에 도착했는데, 같은 날 오전 바닥에 쓰러진 채로 동료 직원에게 발견됐고 병원에 후송됐지만 끝내 숨지고 말았습니다.
유족들은 근로복지공단에 A씨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라고 주장하며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습니다. 그러나 공단 측은 A씨가 사망에 이르게 될 정도의 돌발 상황이나 급격한 작업환경 변화, 업무상 스트레스, 과로 등이 객관적으로 확인되지 않는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결국 유족들은 법원에 소송을 청구합니다.
유족들은 A씨의 사인이 '고혈압성 심장병'으로 기재된 것을 근거로 A씨가 과거 건강검진에서 고혈압 증상이 나타난 적이 없고, 이에 따라 검진 이후 약 11개월 만에 고혈압성 심장병으로 사망에 이를 정도로 건강이 악화했다면 극심한 업무상 과로가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해외 출국 경험이 없던 A씨가 기존 질환인 고지혈증이 있는 상태에서 장시간 비행을 해 심부정맥 혈전이 발생했고, 이에 따라 사망에 이르렀을 가능성도 제기했습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상 업무상 재해는 근로자가 업무를 하다 발생한 재해를 의미합니다. 업무와 재해 사이 인과관계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해야 하고, 상당인과관계 유무는 보통 평균인이 아니라 재해를 당한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게 됩니다. 또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입증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여러 상황을 고려해 업무와 질병 사이의 상관관계가 있다고 추정되는 경우도 인정됩니다.
1심 재판부는 원고 측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번 해외연수는 직원 사기진작을 위해 계획됐고 A씨가 스스로 자원한 점, 비행시간이나 시차·기후 등을 고려할 때 '업무와 관련된 돌발적이고 예측 곤란한 사건의 발생'이나 '급격한 업무 환경의 변화'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설명입니다. 괌과 한국의 시차는 1시간입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을 뒤집고 원고 측 손을 들어줬습니다. 2심 재판부는 A씨가 연수 이전 약 20년 동안 기저질환으로 뇌전증(간질)을 앓고 있었던 점에 주목했습니다. 이 때문에 고지혈증을 앓고 있던 A씨는 뇌전증 전신발작을 일으켰고, 호흡곤란과 혈압 상승으로 사망에 이르렀는데 연수로 인한 과로나 스트레스가 사망에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또 연수 기간 동안 업무 일정이 없고 휴식과 관광 일정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직원들이 별도 연차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연수도 업무 중 일부로 볼 수 있다고 재판부는 설명했습니다. 또 A씨는 평소 오전 7시에 출근하고, 오후 6시에 퇴근해 밤 10시면 취침하는 규칙적인 생활을 약 30년간 지속해왔는데 뇌전증을 앓던 A씨에게 수면의 양과 질, 피로, 생활 리듬의 균형 조절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새벽까지 활동하는 연수 일정에 스트레스를 느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봤습니다.
사망진단서에 적힌 '고혈압성 심장병'은 정확한 진단이 아니며, 뇌전증이 사망의 원인이 됐다고 본 것입니다. A씨에게 과거 해외여행 경험이 없었던 점 등을 종합적으로 봤을 때 연수에 참여하지 않았다면 사망에 이르지 않았을 수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관련 법령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제34조(업무상 질병의 인정기준)
1. 근로자가 업무수행 과정에서 유해·위험요인을 취급하거나 유해·위험요인에 노출된 경력이 있을 것
2. 유해·위험요인을 취급하거나 유해·위험요인에 노출되는 업무시간, 그 업무에 종사한 기간 및 업무 환경 등에 비추어 볼 때 근로자의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고 인정될 것
3. 근로자가 유해·위험요인에 노출되거나 유해·위험요인을 취급한 것이 원인이 되어 그 질병이 발생하였다고 의학적으로 인정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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