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국가예산 감시, 첫 판례 세웠다...“기재부, 정부부처 예산요구서 공개”

박중석 2025. 4. 1.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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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와 시민단체가 기획재정부를 상대로 벌였던 '정부 부처 예산요구서' 공개 행정소송에서 최종 이겼다. 2022년 5월, 소송을 낸 지 약 35개월 만에 나온 승소 판결이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그동안 기획재정부가 외부에 비공개 해왔던 정부 부처의 예산요구서를 공개해야 한다는 판례가 최초로 세워졌다. 또한 국가 예산의 투명성 확보는 물론 기획재정부의 예산 권력을 견제·감시하는데 일대 계기가 됐다. 

대법원,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정부 부처 예산요구서' 공개 첫 확정 판결 

지난 3월 27일, 대법원 제1부(재판장 신숙희 대법관)는 뉴스타파와 세금도둑잡아라 등 3개 시민단체가 기재부를 대상으로 낸 '정부 부처(보건복지부) 예산요구서'에 대한 정보공개 행정소송에서 심리불속행 기각 판결을 내리고 자료를 공개하라는 1·2심 원심을 확정했다.

심리불속행 기각은 상고 사건 중 형사 사건을 빼고 상고 이유가 법이 정한 요건을 충족하지 않았다고 판단되면 심리 없이 상고를 기각해 원심을 확정하는 제도다. 

앞서 2022년 5월, 뉴스타파와 3개 시민단체는 정부 기관과 지방자치단체가 매년 기획재정부에 제출하는 ‘예산요구서’를 공개하라는 행정 소송을 냈고, 1심(2024.4.26.선고)과 2심(2024.12.29.선고) 모두 공개해도 업무에 지장이 없고, 오히려 국가 예산 편성의 투명성을 높인다며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피고는) 예산요구서를 공개하게 되면 정부 부처가 보여주기식 예산 요구를 할 우려가 있다고도 주장하나, 오히려 정부 부처들의 무분별한 예산 요구를 방지하고, 책임 의식을 고취시키는 등 예산 편성의 공정성, 객관성 및 투명성을 제기하는 순기능이 더 크다
- 서울고등법원 판결문 중 (2024.12.29.)

“기획재정부의 막강한 예산 권력을 견제·감시하는 데 큰 도움 될 것”

기재부는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지만 최종 패소했다. 이번 대법원 확정 판결에 따라, 기재부가 공개해야 하는 예산 정보는 “2021년 5월 31일까지 기획재정부에 제출된 보건복지부의 2022년도 예산안에 대한 예산 요구서”다. 지금까지 기재부는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받아온 모든 예산요구서를 비공개 해왔다. 

이번 판결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국가 예산의 확정 절차를 알아야 하는데, 다음의 세 단계로 이뤄진다.

1단계  : 국가재정법에 따라 매년 5월 31일까지 모든 정부기관과 지방자치단체는 ‘예산요구서’를 만들어 기재부에 제출한다. 대법원이 공개하라고 판결한 게 바로 ‘예산요구서’다. 그동안 기재부는 ‘예산요구서’를 일체 공개하지 않았다.

2단계 : 기재부는 정부 부처로부터 받은 ‘예산요구서’를 검토·조정해 매년 9월 3일까지 ‘정부예산안’을 만들어 국회에 보낸다. 국회로 보내는 ‘정부예산안’은 공개된다. 

3단계 : 국회는 매년 연말까지 기재부가 보낸 ‘정부예산안’을 심의·본희의 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한다.   

앞서 설명한 대로, 국가 예산 확정의 1단계에 해당하는 기재부 제출 ‘부처별 예산요구서’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공개된 적이 없었다. 이 때문에 각 부처가 낸 예산요구서를 기재부가 어떤 방식으로 검토·조정·수정하는지 베일에 싸여 있었다. 이는 기재부가 ‘정부 위의 정부’로 불리며 막강한 예산 권력을 갖는 힘의 원천으로 작동해 왔다. 따라서 이번 공개 판결로 기재부 안 ‘숨은 예산 권력’을 구체적으로 밝히기 위한 검증 작업이 본격화 될 것으로 기대된다.  

소송에서 원고를 맡은 채연하 함께하는시민행동 운영위원장은 “예산이 편성되고 최종 결정되는 모든 과정이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리는 계기가 된 판결”이라고 했고, 소송을 대리한 하승수 변호사(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는 “정부 부처가 기획재정부에 제출하는 예산요구서는 중앙정부 예산 편성의 첫 단계로, 이 자료가 공개되면 기획재정부의 예산 권력을 견제·감시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그래서 예산이 편성되고 최종 결정되는 과정이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번 판결이 많은 지역에서 향후 예산요구서 공개를 위한 초석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런데 더욱 중요한 것은 기획재정부의 빠른 공개일 것입니다. 빠른 공개를 기대하겠습니다. 
- 채연하 함께하는시민행동 운영위원장

2022년 5월 31일 소장을 접수했으니까, 2년 10개월 가까이 걸려서 최종 승소 판결을 받은 것이다. 기획재정부가 대법원에 상고까지 하면서 끝까지 정보를 공개하지 않으려고 해서 쉽지 않은 소송이었는데, 최종 승소를 하게 되어서 다행이고 기쁘다. 정부 부처가 기획재정부에 제출하는 예산요구서는 중앙정부 예산 편성의 첫 단계로, 이 자료가 공개되면 기획재정부의 예산 권력을 견제·감시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 하승수 변호사(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

보건복지부 1곳 대상 판결이지만, “국가적인 예산 투명성 확보 운동의 시작이 될 것” 

당초 1심 소송에서는 정부 모든 부처 중 보건복지부,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농림축산식품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5곳의 예산요구서의 공개를 요구했었다. 그러나 5개 부처의 예산 자료를 모두 열람해 비공개 심사하기에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이유로 공개 다툼의 대상을 보건복지부 1개 부처로 줄였다. 

이에 대해 하승수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보건복지부가 제출한 예산요구서에 대한 것이지만, 타 부처가 제출한 예산요구서도 외교·안보 등과 관련된 부분을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공개가 되어야 하고,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요구서도 공개되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판결은 전 국가적인 예산 투명성 확보 운동의 시작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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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 박중석 pjseok@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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