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수익률 2% 쥐꼬리, 금융사는 수수료 1조 챙겨

곽재민 2024. 10. 26.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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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운용 수수료 논란
퇴직연금 규모가 400조원을 넘어선 가운데 쥐꼬리 수익률에도 금융사들은 지난해 수수료로 1조4000억원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금융감독원이 통합연금포털에 올린 퇴직연금 비교공시 자료에 따르면 확정급여형(DB)·확정기여형(DC)·개인형 퇴직연금(IRP) 등 퇴직연금을 맡아서 관리·운용하는 42개 금융사(보험사 16개·은행 12개·증권사 14개)가 지난해 거둬들인 연간 수수료 수입은 1조4211억8600만원으로 집계됐다.

그래픽=남미가 nam.miga@joongang.co.kr
금융사별로는 KB국민은행이 1774억1900만원으로 가장 많은 수수료 수입을 올렸다. 뒤를 이어 신한은행(1699억1300만원)과 삼성생명(1419억2800만원), 하나은행(1308억1900만원), 우리은행(1170억1100만원), IBK기업은행(1075억2200만원), 미래에셋증권(962억2500만원) 순이었다. 퇴직연금제도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에 따라 사용자는 급여의 8.33%를 보험료로 떼어 민간 금융기관에 맡겨야 한다. 금융사가 이를 운용해 발생한 수익을 가입자(회사나 근로자 개인)에게 돌려주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민간 금융사는 가입자에게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한 수수료를 받는다. 수수료는 운용관리·자산관리·펀드 총비용 등으로 나뉜다. 이 중 펀드 총비용은 수익 발생 여부와 관계없이 가입자의 투자 금액에서 원천징수하는 구조라 금융사의 알짜 수익원으로 분류된다. 향후 수수료는 퇴직연금 적립금에 차등 요율 방식이나 단일 요율 방식 등 일정 비율로 부과하기에 적립금 규모가 커질수록 더 불어날 수 있다.

2005년 12월 도입한 퇴직연금은 10년 뒤 적립금이 147조원으로 늘었다. 이후 2018년 190조원, 2020년 256조원, 지난해 382조4000억원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올해 3분기 기준 400조878억원 규모로 커졌다.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연평균 약 9.4% 성장하고 있어 2033년엔 940조원에 달해 1000조원 시대가 멀지 않았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나는 적립금과 달리 퇴직연금 성적표(수익률)는 저조하다. 고용노동부와 금감원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최근 5년간 퇴직연금 수익률은 2.35%, 10년 동안 올린 수익은 2.07%에 그친다.

그나마 이 정도를 기록한 것은 주식시장 강세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수익률(5.25%)이 2022년(0.02%) 대비 크게 개선되면서다. 국민연금의 연평균 수익률은 물론 물가 상승률조차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국민연금은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간 연평균 수익률이 7.63%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퇴직연금 수익률은 1.94%다.

다만, 퇴직연금 수익률이 부실한 것은 적립금 대부분이 여전히 원금이 보장되는 안전자산에 쏠린 영향이 크다. 지난해 원리금 보장형 적립금 규모는 333조3000억원으로 전체의 87.2%를 차지했다. 퇴직금 가입자의 상당수가 투자 손실 우려에 예·적금에 자금을 묻어두고 있다는 의미다. 더욱이 정부가 지난해 효율적인 자산재분배(리밸런싱)로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를 도입했지만, 가입자의 87%(487만 명)가 초저위험 등급에 몰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투자신탁운용 강성수 솔루션담당 상무는 “퇴직연금은 은퇴 후 노후에 필요한 자금을 준비하는 상품”이라며 “중장기적인 시각으로 실적배당형(원리금비보장) 상품 비중을 늘리고, 글로벌 자산 배분을 고려해 변동성을 낮추는 방향으로 퇴직금을 굴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곽재민 기자 jmkw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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