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분홍빛을 잊지 못했다면
나비처럼 가벼운 그리움
여름, 다시 찾아온 봄의 풍경

초록이 짙어지는 여름, 생각지도 못한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분홍빛이 가득한 들판. 겨울의 끝자락에서 피어났던 벚꽃이나 진달래가 아니다. 바로 여름의 문턱에서 피어나는 가우라, 나비 바늘꽃이다.
가늘고 긴 줄기에 작은 꽃들이 나비처럼 내려앉은 듯 피어나는 이 꽃은 초여름의 풍경을 완전히 바꾸어 놓는다. 봄을 그리워하는 이들에게 가우라는 계절을 거슬러 온 분홍빛 위로다.
6월부터 꽃망울을 터뜨리는 가우라는 여름 한복판까지도 긴 개화 기간을 자랑한다. 그 신비한 꽃을 만날 수 있는 대표적인 두 곳을 소개한다.
거창 창포원, 자전거 타고 만나는 분홍빛
경상남도 거창군 남상면에 위치한 거창 창포원은 국내에서도 손꼽히는 대규모 수변생태공원이다. 면적만 해도 축구장 66개 크기에 달할 정도다.

봄이면 100만 본의 꽃창포가 만개하여 환상적인 보랏빛 물결을 이루고, 여름이 되면 수국과 연꽃이 뒤를 이어 공원의 색채를 바꾼다. 이 무렵, 왕벚나무길 주변에 가우라 베이비가 피어올라 분홍빛 장관을 선사한다.
창포원의 또 다른 매력은 자전거 산책이다. 자전거를 타고 천천히 돌아보며 가우라의 물결을 즐길 수 있다. 2인승 자전거는 1시간에 2000원, 1인승과 어린이 자전거는 1000원이다.
또한 키즈카페와 각종 휴게시설도 마련돼 있어 가족 단위 나들이 장소로 손색이 없다. 꽃을 보고 쉬고, 함께 타는 자전거는 어린 시절 추억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양주 나리공원, 천일홍 너머의 여름꽃
경기도 양주시 광사동에 위치한 나리공원은 해마다 지역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힐링 장소다.

이 공원은 본래 천일홍으로 유명한 꽃 명소지만, 6월부터 8월까지 가우라도 함께 피어나 들판 전체를 연분홍빛으로 물들인다. 시기별로 조금씩 다른 꽃들이 피어나기 때문에 사전에 개화 정보를 확인하고 방문하면 더욱 풍성한 감상을 할 수 있다.
나리공원에서는 가우라 외에도 5월부터 장미와 브라질 마편초 같은 다양한 여름꽃을 만날 수 있다.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색감은 마치 꽃으로 짜인 시간표처럼 정교하다.
무더운 계절 속에서도 봄의 감성을 다시 느끼고 싶다면, 분홍빛 나비들이 날아다니는 듯한 풍경을 가진 나리공원을 찾아보자.
여름은 파란색의 계절이라지만, 가우라의 존재는 그 공식에 작은 반전을 더한다. 짙은 초록과 푸름 사이, 분홍빛은 더욱 선명하고 특별하게 다가온다.
벚꽃이 사라진 봄을 아쉬워했던 이들에게, 6월부터 피어나는 가우라는 계절을 잇는 다리가 되어 준다. 그 다리를 건너는 여정은 꽃을 따라 다시 봄으로 향하는 기분 좋은 착각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