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실 전 조기 은퇴 같은 거 못 해요. 집도 사야 하고, 애도 키워야 하고. 대신, 매일 6시에 퇴근해요. 그게 제 선택이었어요.”
올해 34세, 정민우(가명) 씨는 2년 전 대기업을 그만두고 중소 IT기업으로 이직했다. 연봉은 약 1,500만 원 줄었다. 주변에서는 “그 회사 나와서 왜 거기로 갔냐”며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단호했다. “월급은 줄었지만, 시간은 2배 늘었거든요. 삶이 완전히 달라졌어요.”
퇴사는 무서웠고, 이직이 답이었다
그가 다녔던 회사는 업계 1위, 복지도 좋았고 팀원도 훌륭했다. 하지만 문제는 퇴근이 없다는 것이었다. 회의가 밤 9시에 시작되고, 새벽 1시에 퇴근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회사에선 아무도 그런 걸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냥 원래 그런 거였죠.”
퇴사는 두려웠다. 조기 은퇴를 꿈꾸기엔 자산도 부족했고, 그냥 백수가 되는 것도 현실적이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다르게 일하는 방법’을 고민했고, 결국 선택한 건 작지만 시간에 충실한 직장이었다. “면접 볼 때 제일 먼저 물었어요. ‘정시퇴근 되나요?’라고요.”
‘내 삶’이 다시 생긴 순간
지금은 매일 오후 6시에 퇴근한다. 퇴근 후엔 운동을 하거나 가족과 저녁을 먹고, 주말엔 등산을 다닌다. “예전엔 항상 피곤했고, 짜증 났고, 눈앞의 일만 생각했어요. 지금은 ‘내일 뭘 할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게 삶을 사는 느낌이더라고요.”
급여는 줄었지만, 생활비는 오히려 줄었다. 스트레스성 소비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전엔 주말마다 쇼핑이나 외식으로 스트레스를 푸느라 돈이 새 나갔지만, 지금은 계획적으로 지출하며 ‘소비하지 않는 여유’를 배우고 있다.
‘좋은 직장은 연봉으로만 결정되지 않는다’
그는 요즘 주변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돈을 많이 준다고 해서 좋은 직장은 아니에요. 내 인생을 존중해 주는 곳이 좋은 직장이에요.”주 52시간이 의무화됐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정시 퇴근을 할 수 있는 회사는 아직 많지 않다. “회사 시스템보다 팀장의 성향, 조직의 분위기, 본인의 경계 설정이 더 중요해요.”
그는 스스로를 ‘은퇴하지 않은 파이어족’이라고 부른다. 조기 은퇴도, 프리랜서도 아니지만, 일에 인생이 잠식되지 않는 법을 택한 사람. “은퇴는 못 하더라도, 매일 퇴근은 할 수 있잖아요. 그게 제 워라밸이에요.”
조기 은퇴만이 답은 아니다
정 씨는 요즘 트렌드인 FIRE족을 부러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보다 현실적인 선택을 했다고 생각한다. “모두가 조기 은퇴를 목표로 달릴 수는 없어요. 그러다 지쳐서 나가떨어지면 뭐가 남죠?”
그는 앞으로도 ‘적당한 연봉 + 정시 퇴근’을 기준으로 커리어를 관리할 생각이다. 혹시나 더 큰 수입 기회가 와도, 퇴근이 없다면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했다. “일은 평생 해야 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저는 ‘지금도 버틸 수 있는 일’을 선택한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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