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잠수함 사업, 스웨덴 선정"... 한국이 탈락한 이유는?

유럽 방위산업 시장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폴란드가 차기 잠수함 사업자로 스웨덴 SAAB를 선택하면서, 한국 조선사들의 유럽 진출 전략에 제동이 걸렸습니다.

카미슈 국방장관이 "수십 시간 내 발표"를 예고한 지 하루 만에 나온 이번 결정은 6개국 7개 조선소가 치열하게 경쟁한 대규모 프로젝트의 결말이었습니다.

100억 즈워티, 우리 돈으로 약 3조 원이 넘는 이 사업에서 한국은 왜 선택받지 못했을까요?

그리고 스웨덴은 어떤 카드로 승부수를 던졌을까요?

6개국이 각축전을 벌인 오르카 프로젝트


폴란드 해군의 새로운 잠수함 조달 사업인 '오르카 프로젝트'는 애초부터 국제 방위산업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스웨덴, 한국 등 6개국에서 총 8개의 설계안이 제출됐죠.

구체적으로는 스웨덴의 A26, 한국의 KSS-III Batch2와 HDS-2300, HDS-3300, 스페인의 S-80, 프랑스의 Scorpene Evolved, 독일의 212CD와 U212NFS가 경쟁에 뛰어들었습니다.

폴란드가 이 사업에서 요구한 조건은 까다로웠습니다.

AIP 기관을 활용한 장거리 작전 능력, 순항 미사일을 통한 대지 공격 능력,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잠수함 유지 및 지원에 필수적인 기술 이전이었죠.

단순히 완성품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폴란드가 자체적으로 잠수함을 운용하고 유지보수할 수 있는 능력까지 확보하려는 의도가 명확했습니다.

폴란드 미디어 Rzeczpospolita는 올해 2월 "입찰자들과의 협상이 최종 국면에 진입했다"고 보도하면서, 조달국이 TKMS(독일), SAAB(스웨덴), Fincantieri(이탈리아)의 제안에 가장 높은 평가를 내렸다고 전했습니다.

이미 이 시점에서 한국 기업들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었던 것이죠.

스웨덴이 제시한 결정적 카드


카미슈 국방장관은 11월 24일 "수십 시간 내에 잠수함 조달국을 발표하겠다"고 예고했고, 실제로 25일 각의 직후 스웨덴으로부터 A26 잠수함 3척을 구매한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그가 밝힌 선정 이유는 명확했습니다. "납기와 기술협력의 기회 양면에서 스웨덴이 최선의 조건을 제시했다"는 것이었죠.

사브 A26 잠수함 이미지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스웨덴이 제안한 상호 구매 약속이었습니다.

스웨덴은 잠수함 판매와 교환 조건으로 폴란드에서 구난선을 포함한 각종 무기를 구입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단순한 무기 판매가 아니라 양국 간 방산 협력을 확대하는 패키지 딜을 제시한 것이죠.

이는 폴란드 입장에서 자국 방산업체의 수출 기회까지 확보할 수 있는 매력적인 제안이었습니다.

SAAB 측도 성명을 통해 "A26이 선정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며 "향후 계약 체결을 향한 협상을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폴란드 방위산업 전문매체인 Defence24에 따르면, 정부 간 협정은 연말까지, SAAB와의 계약은 2026년 2분기까지 체결될 전망이며, A26 잠수함은 2030년까지 인도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계약 규모는 100억 즈워티, 약 3조 2천억 원에 달하는 대규모 사업입니다.

교량 능력 제공이라는 스마트한 전략


스웨덴의 제안에서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교량 능력' 제공이었습니다.

폴란드 해군은 현재 노후화된 킬로급 잠수함을 운용하고 있는데, 최신예 A26 잠수함이 도착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립니다.

이 공백기를 메우기 위해 스웨덴은 A19 잠수함을 교량함으로 제공하겠다고 제안한 것이죠.

Defence24는 "폴란드 병사들에 대한 훈련은 2026년에 개시되며, 2027년에는 교량함이 폴란드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이를 통해 폴란드 해군은 A26이 실제로 도착하기 전까지 A19에서 현대적인 잠수함 운용 방법을 미리 배울 수 있게 됩니다.

단순히 잠수함을 파는 것이 아니라, 운용 능력까지 단계적으로 이전해주겠다는 전략이었던 것입니다.

이는 기술 이전을 중요하게 여긴 폴란드의 요구사항과도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제안이었습니다.

킬로급에서 A26으로의 이행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세심한 배려가 돋보이는 대목이죠.

한국 조선사들은 왜 밀려났나


그렇다면 한국은 왜 선택받지 못했을까요?

초기에는 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각각 제안서를 제출했지만, 나중에 한국 기업들은 제안을 하나로 통합했습니다.

하지만 6월 국방부의 Defence News 인터뷰에서 이미 "조달국은 독일, 스웨덴, 이탈리아의 제안에 가장 높은 평가를 주었다"고 밝혔을 때, 한국의 이름은 빠져 있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납기 문제로 보입니다. 폴란드는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노후 잠수함을 교체하고 싶어 했고, 스웨덴은 2030년까지 인도를 약속했습니다.

반면 한국의 KSS-III 배치2는 아직 국내에서도 건조가 진행 중인 상황이었고, 수출용으로 새롭게 건조하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을 것입니다.

또한 기술 이전과 교육 훈련 프로그램 측면에서도 스웨덴의 제안이 더 구체적이고 체계적이었던 것으로 분석됩니다.

A19를 교량함으로 제공하면서 단계적으로 운용 능력을 이전하는 스웨덴의 방식은, 처음 유럽 시장에 진출하는 한국 조선사들이 제시하기 어려운 조건이었죠.

유럽 방산 시장의 현실적 벽


이번 폴란드 잠수함 사업은 한국 방산업계에 유럽 시장의 현실을 다시 한번 일깨워줬습니다.

한국은 최근 폴란드에 K2 전차, K9 자주포, FA-50 전투기 등을 대량 수출하며 유럽 방산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왔습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급박하게 전력을 증강해야 했던 폴란드에게 빠른 납기와 검증된 성능으로 신뢰를 얻었죠.

하지만 잠수함은 다른 영역이었습니다. 지상 무기와 달리 잠수함은 극도로 복잡한 기술이 집약된 무기 체계이며, 운용과 유지보수에 장기간의 협력이 필요합니다.

또한 유럽 국가들 간의 기존 방산 협력 네트워크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였습니다.

스웨덴과 폴란드는 모두 EU 회원국이며, 방산 협력을 통한 산업 생태계 구축이라는 측면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었던 것이죠.

코시냑 카미슈 부총리 겸 국방장관이 6월에 "연말까지 해군용 신형 잠수함 3~4척을 발주할 예정"이라고 밝혔을 때, 많은 관측통들은 한국이 유력 후보 중 하나라고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기술력만으로는 부족했고, 납기와 교육 프로그램, 그리고 상호 구매 약속 등 종합적인 패키지가 승패를 가른 것입니다.

한국 방산의 다음 기회는


이번 탈락이 한국 방산의 실패를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유럽 시장에서 무엇이 필요한지를 배우는 값진 경험이 될 수 있습니다.

폴란드 투스크 정권이 10월에 채택한 "2025년 말까지 해외 파트너 중에서 잠수함 공급 기업을 선택하는 결의"에 따라 이뤄진 이번 선정 과정은 매우 투명하고 체계적이었습니다.

한국은 여전히 KSS-III 잠수함이라는 우수한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한 차세대 잠수함으로, 성능 면에서는 결코 뒤지지 않죠.

다만 앞으로는 단순히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을 넘어, 구매국의 전체적인 니즈를 파악하고 종합적인 솔루션을 제공하는 능력이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캐나다의 잠수함 사업, 동남아 국가들의 잠수함 도입 계획 등 앞으로도 국제 잠수함 시장에는 여러 기회가 남아 있습니다.

이번 폴란드 사업에서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한국 조선사들이 더욱 경쟁력 있는 제안을 준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스웨덴이 보여준 교량 능력 제공, 상호 구매 약속 같은 창의적인 접근법은 분명 참고할 만한 전략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