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政談<하>] '어쩌다 이 지경까지'…현상수배 뺨치는 '수박 7적'
李, 비공개 의총에서 당내 혼란상 사과
李 강성 지지자들, 비명계 비난 '트럭 시위'
☞<상>편에 이어
[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고개 숙인 이재명...쇄신안엔 '침묵'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무더기 이탈표 사태 후 첫 의원총회가 지난 16일 열렸어. 표결 후 "배신자"라느니, "결단하라"느니 당 내홍이 깊었잖아. 이날 분위기는 어땠어?
-어색한 분위기는 느껴졌지만 무겁지는 않았어. 민주당에 따르면 이 대표는 비공개 의총에서 약 7분간 발언했다고 해. 이 대표는 우선 이탈표 사태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제대로 수용하지 못해 이번 사태가 났다"고 사과했어. 또 당내 소통을 더 강화하겠다고 했어. 특히 "내년 총선에서 패하면 당이 어려워지고, 내 정치도 끝난다"면서 "나도 총선 승리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움직이겠다"고 말했다고 해. 이 발언 후 박수가 쏟아졌대. 사법 리스크가 총선에 영향을 미치면 물러날 수도 있다는 의미로 해석되지만, 이 대표 그간의 행보로 봐선 더 열심히 당 대표직을 수행해서 총선에서 좋은 결과를 만들겠다는 쪽에 가까울 것 같아.
-결국 퇴진론은 일축하고 당 쇄신론을 받아들인 것 같은데 구체적인 논의가 됐어?
-의총에서 그런 내용은 나오지 않았다고 해. 오영환 원내대변인은 "관련된 현안에 대해선 앞으로도 소통의 자리를 지속해서 만들겠다는 지도부 다짐이 있었기 때문에 (의원들도) 다음에 충분히 논의할 기회가 있다고 받아들인 것 같다"고 했어. 의총 후 몇몇 의원들에게 물었지만 쇄신안에 대한 기대는 커 보이지 않았어.
-그래도 확실히 이 대표의 전 비서실장 사망을 기점으로 당 지도부도 "균열은 안 된다"고만 했던 이전과 달리, 강성 팬덤에 대응하는 등 달라진 태도를 보여. 지난 16일 당 법률위원회는 문재인 전 대통령, 이낙연 전 대표를 포함해 '수박 7적'이라는 포스터를 제작하고 유포한 이들에게 형사고발로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밝혔어. 또 이낙연 전 대표 영구 제명과 박지현 전 비상대책위원장 출당 촉구 당원 청원에는 거부 답변을 내놨어.
-엇박자는 경계해야 할 것 같아. 당 지도부가 기껏 쇄신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는데 당 정치혁신위원회가 '부패 범죄 혐의로 기소 시 당직자 직무정지' 내용을 담은 당헌 80조 삭제를 검토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명계 반발을 초래했어. 친명계에서조차 "불필요한 논란을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어. 논란 때문인지 의총 후 의원들 20여 명이 각각 삼삼오오 무리를 지으면서 나오는데 정치혁신위원장이자 최고위원인 장경태 의원은 혼자 씁쓸한 표정으로 나오더라고.
-당 지도부가 인적 쇄신안도 내놓을까.
-이 대표는 일단 침묵하고 있어. 그래도 당내 최대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까지 이 대표에게 직접 전면적인 인적 쇄신을 요청한 만큼 다음 달 중에는 결단하지 않을까 싶어. 지명직 최고위원을 교체하는 안까지 거론되고 있어. 최근 '총선 공천제도 태스크포스(TF)'에 이낙연계로 분류되는 이개호 의원을 단장으로 앉힌 것 포함해 전체 11명 위원 중 9명을 비명계 인사로 구성한 것도 그 일환이라는 평가야. 당 지도부는 또 윤석열 대통령 방일과 정부의 강제동원 해법에 대해 '굴욕 외교' 공세를 펼치면서 '사법 리스크' 국면을 타개하려는 모습이야. 균열 양상은 일단 수그러든 것 같은데 지도부가 어떤 쇄신안을 마련할지에 따라 재촉발할 가능성도 있어.
◆이재명 유튜브에서 '내부 총질 자제' 당부에도 강성 지지자 '트럭 시위'
-이 대표가 '말 안 듣는' 자신의 강성 지지자들 때문에 꽤 애를 먹고 있는 것 같은데.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이후 강성 지지자들은 이 대표에게 이탈표를 던진 것으로 추정되는 비명계 의원들을 향해 연일 비난 공세를 퍼부었어. 의원들에게 전화와 문자 폭탄을 남기고 의원실에도 항의 전화를 하는 등의 집단행동도 보였지.
-또 온라인상에서는 '수박 명단'이라며 이탈표를 던진 의원들로 추정되는 명단이 돌기도 했어. 최근 온라인에서는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낙연 전 총리, 친문‧비명계 의원 등 7명을 '수박 7적' 이라고 표기된 포스터까지 돌았어. 문 전 대통령을 빼고는 의원들의 개인 전화번호도 적혀있었어. 민주당은 해당 포스터를 제작한 인물에 대해 형사 고발을 검토 중이라고 해.
-체포동의안 이후 당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이 대표로서는 곤란한 상황이지. 이 대표는 갈등을 불식시키기 위해 14일 당원들과 유튜브 라이브 방송으로 직접 소통에 나섰어. 이 대표는 라이브에서 체포동의안 표결 이후의 심경, 강성 지지자들의 이탈표 색출 작업에 대한 만류, 이낙연 전 대표 제명을 요청하는 청원에 대한 입장 등을 말했어.
-이 대표는 당원들에게 "우리 안의 동지에 대한 증오심은 최소화해야 한다. 우리 안의 차이가 아무리 크다고 한들 (바깥) 상대와의 차이보다 크겠느냐"며 "총구는 밖으로 향해야 한다. 분열, 갈등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내부 갈등이 벌어져선 안 된다고 강조했어.
-또 이 대표는 라이브에서 '수박 색출'을 두고 사실상 자제령을 내렸어. 그는 "민주적 정당에서 다양성이 생명이고, 다양한 의견 표출이 가능한데 '넌 왜 나와 생각이 달라'라면서 막 색출하고 청원해서 망신 주고 공격하면 기분은 시원해지겠지만 당의 단합을 해치고 적대감이 강화된다"며 "누가 손해입느냐. 민주당 전체, 민주 진영 전체가 피해를 본다. 집안에 폭탄을 던지는 것과 같다"고 말했어.
-라이브 다음날인 15일 이 대표는 민주당 최대 모임 '더미래' 간담회에 참석해 당내 소통 행보를 보였어. 그런데 당원들은 이날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국회와 강병원·윤영찬·이원욱·전해철 의원 등 비명계 의원들의 지역구 사무소 앞에 LED 전광판을 실은 트럭을 보내 '트럭 시위'를 벌였어. 트럭에 설치된 전광판에는 "국민들은 이재명을 믿는다. 당 대표 흔들기 그만하라"는 등의 경고 문구가 쓰여 있었어.
-간담회를 마치고 국회에 온 지지자들과 만난 이 대표는 "(혹시) 트럭 시위를 하는 사람들이 누군지 아나"라며 "제발 그런 거 하지 말아 달라고 해달라"고 말했어. 그리고 얼마 안 있어 이 대표의 페이스북에는 "내부 공격이 가장 큰 리스크다. 거듭 호소드린다. 함께 싸워야 할 우리 편 동지들을 멸칭하고 공격하는 모든 행위를 즉시 중단해달라"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어.
-강성 지지자들을 이 대표도 통제하기 힘들어 보이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원래 정치가 강성 지지자들 없이는 힘들다"면서도 "그런데 지금 이 대표의 지지자들은 아이돌 팬으로 비유하면 '사생팬'(사생활을 침해하는 팬) 수준"이라며 지지자들의 행동에 우려를 표했어.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조채원 기자, 김정수 기자, 조성은 기자, 송다영 기자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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