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양은 양치기 소년?"...이번에는 '공급계약' 공시 '총판계약'으로 정정

금양의 반복되는 공시 정정을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금양은 지난 19일 장 마감 이후 기업 공시를 통해 “나노테크 에너지에 내년부터 6년간 이차전지 ‘2170 배터리’를 17억2000만달러(약 2조3000억원)가량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에 힘입어 금양은 다음날 주식시장에서 7.94%나 급등했다. 장중 한 때 24.62% 오른 6만2000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금양 본사. / 금양

하지만 금양은 20일 공급 계약이라는 표현을 뒤늦게 ‘총판 계약(DISTRIBUTION AGREEMENT)’으로 정정했다. 투자자들의 입장에서는 “애매한 공시로 투자자들을 혼란하게 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대다수 투자자들에게는 공급계약과 총판계약이 엄연히 다르게 받아 들여지기 때문이다.

금양도 이번에 맺은 계약은 실제 판매 계약이 아니라 앞으로 미국에 배터리를 수출할 경우 나노테크 에너지에 독점적인 판매권을 주겠다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금양은 정정 공시에서 “나노테크 에너지를 당사의 2170 원통형 셀에 대한 미국 내 독점적 유통업체로 지정하고 지정된 지역 내의 고객에게 재판매할 수 있는 독점적 권리를 부여했다”고 밝혔다.

이번 정정공시 건에 대해 단순한 실수 내지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분위기로 읽힌다. 하지만 투자자들 사이에는 과거에도 주가에 영향을 미칠만한 공시가 여러 차례 정정됐던 터라 '주가 상승을 견인하기 위한 의도적인 실수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금양 주가는 지난해 고점 13만6200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주식시장에서는 금양이 공시와 관련해 투자자의 신뢰를 깨뜨리는 일이 과거에도 여러차례 있었다는 점이다.

실제 금양은 지난 3월 감사보고서에서 별도재무제표 관련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검토)의견 비적정 등 여부에 '미해당'이라고 공시했다가 '해당'이라고 정정한 바 있다.

내부회계관리제도는 기업회계기준에 따라 작성·공시되는 회계정보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기업 내부에 설치하는 회계통제시스템이다. 비적정에 해당된다는 의미는 내부회계관리제도가 제대로 운영되고 있지 않다는 의미다. 내부회계관리제도가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면 재무제표상 문제점을 내부적으로 발견하기 어려운 상태로 받아들여진다.

금양은 이에 앞선 지난해 5월에는 2차전지 핵심 원료를 자체 조달하겠다며 몽골 광산 개발 회사 MONLAA의 지분 60%를 인수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문제는 광산 개발 이슈에 대해 별도로 장미빛 예상 실적까지 공시했다는 점이다. 당시 금양이 밝힌 예상 실적은 ▶2024년 매출 4024억400만원, 영업이익 1609억7600만원 ▶2025년 매출 4680억6200만원, 영업이익 1872억2500만원 ▶2026년 매출 4680억6200만원, 영업이익 1872억2500만원이었다.청사진대로라면 올해부터 수천억원의 매출과 영업이익을 달성해야 했지만,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성과가 나오기는 커녕 몽골 광산 개발 사업 매출은 없고, 손실만 커지는 상황이지만 금양은 공시를 통해 어떤 이유도 내놓지 않아 투자자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금양은 또 2022년 재무제표가 공시된 지 1년이 흐른 시점에 국내 매출의 40%에 해당하는 금액이 과대 계상됐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수정하는 과정을 밟아 투자자들의 비난을 사기도 했다.

금양이 당시 재무제표를 수정공시한 이유는 2022년 연결기준 국내 발포제 매출액 103억원이 과대계상됐기 때문이다.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잘못된 공시 하나로 엄청난 손해를 입을 수 있어 공시의 신뢰성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한 번은 몰라도 신뢰할 수 없는 공시를 반복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은 많지는 않을 것"
- 주식시장 관계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