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에 열린 ADEX 2025 방산 전시회에서 한국의 KF-21 보라매 전투기가 압권의 고기동 비행을 선보이며 전 세계의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필리핀과 이라크가 본격적인 도입 협상에 나서는 가운데, 중동의 부국 UAE가 물밑에서 보라매 도입 협상 속도를 급격히 높이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방산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UAE는 그동안 미국, 러시아, 중국을 오가며 5세대 전투기 확보에 사활을 걸었지만 번번이 좌절을 겪었던 터라, 이번 한국과의 협상이 어떤 결실을 맺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는 것이죠.
UAE, F-35 좌절 후 중국으로 갔다가 다시 돌아오다
UAE는 중동에서 손꼽히는 경제 강국답게 막강한 국방예산을 바탕으로 최첨단 무기 체계 확보에 적극적인 국가입니다.
이들은 이미 대한민국에서 개발된 다양한 방산 무기체계를 도입해 운용 중이며, 천궁-II 방공망 개발에도 깊숙이 관여하는 등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구축해온 국가였죠.
그렇기에 보라매 전투기를 도입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중동 국가 중 하나로 꼽혀왔습니다.
하지만 2023년 초 UAE는 놀랍게도 고등훈련기 사업에서 한국의 FA-50 경전투기 대신 중국산 L-15 훈련기 48대 도입을 결정하면서 방산업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이는 미국이 F-35 스텔스 전투기 판매를 거부한 것에 대한 일종의 압박 카드였던 것으로 분석됩니다.
UAE는 이스라엘과 안보협정까지 맺었음에도 F-35 도입이 좌절되자, 서방제 무기 일변도에서 벗어나 중국산 장비 도입으로 미국을 압박하려 했던 것이죠.
실제로 UAE는 2024년부터 중국의 J-20 스텔스 전투기 도입까지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산 훈련기 도입은 향후 J-20 운용 시스템을 미리 익히기 위한 포석이었다는 의심을 받았죠.
그 이전에는 러시아와 차세대 전투기 공동 개발을 위해 체크메이트 전투기 프로젝트에 관심을 보이기도 했으나,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가 서방의 제재를 받으면서 이 계획도 무산되었습니다.
중국산 훈련기 사업 중단, 성능 불만족이 원인
그런데 올해 초 흥미로운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UAE가 중국산 L-15 훈련기 후속 사업을 전격 중단했다는 것입니다.
UAE의 훈련기 사업은 총 48대 규모로, 1차분 12대를 우선 도입하고 성능이 확인되면 추가로 36대를 옵션 계약으로 도입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러나 UAE 공군의 요구 조건을 중국산 훈련기가 충족시키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업이 중단된 것이죠.

인도-파키스탄 공중전에서 라팔 전투기를 격추하며 새로운 스타로 떠올랐던 중국의 J-10C 전투기도 인도네시아가 대량 구매를 약속했다가 최근 국방부 장관이 말을 번복하면서 중국 내에서조차 비판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중국제 수출형 전투기들은 스펙상으로는 서방제 전투기보다 뛰어나고 가격도 절반 이상 저렴하다고 선전하지만, 아프리카나 동남아 최빈국이 소량 도입한 것 외에는 대량 구매 사례가 거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UAE 공군 역시 실제 성능을 평가한 결과 요구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며, FA-50 대신 자국 훈련기를 도입했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중국 측도 사업 중단에 대해서는 일체 논평이 없는 상황입니다.
두바이 에어쇼에서 한국과 재접촉, KF-21 공동개발 의사 타진
중국산 훈련기 사업을 중단한 UAE는 올해 초부터 다시 대한민국과 접촉하기 시작했습니다.
두바이 에어쇼에 참가한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만남을 가지며 보라매 전투기 공동 개발 의사가 있음을 타진한 것이죠.

KAI도 UAE의 훈련기 사업이 다시 진행될 경우 적극 참가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으며, 훈련기 사업을 매개로 전투기까지 협력할 수 있는 포괄적인 방안을 새로 구성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UAE가 내년 배치를 앞둔 보라매 블록 1이 아닌, 2027년에 완성될 블록 2에 대해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무인 편대기(윙맨)를 통합할 보라매 버전에 참가할 것으로 보여, KAI에서도 관련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 UAE의 참여 가능성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여기에 KAI는 UAE와 중형 수송기 공동 개발 사업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ADEX 2025 방산 전시회에서도 이 프로젝트가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홍보되었죠.
몇 년 전 수송기 국제 공동 개발을 발표한 이후 특별한 소식이 없었던 것은, 개발 상대인 UAE가 정보 통제를 강하게 설정하는 국가였기 때문에 조용하게 진행되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됩니다.
무인 전투기 통합 기술이 UAE를 끌어당기다
UAE가 F-35 스텔스 전투기를 구매한다 해도 무인 편대기를 운용하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반면 보라매 전투기는 내부 무장창을 추가하고 스텔스 전투기로 완성할 계획인 가운데, 이보다 빨리 무인 전투기 통합 체계를 완성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중동 국가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입니다.

실제로 대한항공에서 개발한 윙맨 전투기가 올 하반기 시험비행을 시작으로 2~3년 내 보라매와 통합해 전투 배치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KAI도 AAP 무인기 개발에 통합할 것으로 알려져, 터키보다 더 다양한 무인기 전력을 통합한 전술 운용이 가능해질 전망입니다.
UAE는 터키산 무인기를 도입해 전력화한 경험이 있으며, 이러한 무인 전력을 집중적으로 키워 군사력을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대한민국이 개발하고 있는 무인기 전력에도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터키가 무인기 분야에서는 대한민국을 앞서고 있지만, 전투기에 통합하는 기술은 떨어지고 있어 칸 전투기 개발도 다시 원점에서 시작하는 것으로 알려져 쉽게 따라오지는 못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UAE는 보라매가 이미 무인 전투기를 완성해 통합 시험을 앞두고 있어 몇 년 안에 주요 군사 강국들보다 빠르게 무인기 통합 체계를 완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전투기뿐 아니라 무인 전력 기술을 기술이전 방식으로 빠르게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중형 수송기 공동 개발로 협력 확대
UAE와의 협력은 전투기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현재 기본 설계 단계에 있는 중형 수송기 공동 개발 프로젝트는 양국이 원하는 요구사항을 반영해 2020년대 후반 시제기 제작에 착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2023년 수송기 공동개발 MOU를 체결한 후 그동안 지연되었던 이유는, 협력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UAE가 한국군에서도 같은 기종을 운용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놓으면서 한국군과 소요 문제로 협상이 길어진 것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한국 공군에서는 기존에 운영되고 있는 C-130을 대체하는 사업에 새로 개발하는 중형 수송기를 투입한다는 계획을 설정한 것으로 알려져, 내년부터 개발 속도가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국 공군의 소요가 반영될 경우 프로펠러 기종이 아닌 터보팬 엔진으로 확대한 30톤급 중형 수송기를 개발하는 것으로 확정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를 이용해서 공중급유기, 해상초계기, 공중발사 운반체, 드론 모함 등 다양한 임무에 배치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사우디와의 경쟁 속에서 한국 항공산업의 기회
사우디아라비아는 영국과 일본이 진행하고 있는 차세대 전투기 사업(GCAP)에 참가해 전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UAE는 국가 체급과 전략적 입장으로 인해 현재로서는 대한민국이 유일한 협력 대상 국가로 부상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사우디와도 협력하면서 경쟁 관계에 있는 UAE가 보라매 전투기 도입 협상을 통해 전력화할 경우, 대한민국의 항공산업도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기술이전을 통한 수송기와 전투기 현지 양산이 진행될 것으로 알려져, UAE가 그동안 도입에 실패한 스텔스 전투기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보라매 개발이 가속화되면서 ADEX 2025 전시를 통해 다양한 항공무장 개발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으며,
무인기까지 개발하고 있어 5세대급을 넘어 6세대 전투기로 발전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천궁 방공망 같은 지상 무기체계만 한국산을 도입했던 UAE가 물밑에서 전투기 도입을 위한 협상을 진행하는 것이 확인되면서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죠.

2년 전만 해도 UAE에 보라매를 홍보해도 큰 관심이 없었지만, 기체가 완성되고 올해 두 번의 에어쇼 시험비행에 참가했으며 내년부터 빠른 전력화가 가능해지면서 UAE도 보라매를 인정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UAE가 미국, 러시아, 중국을 오가며 좌절을 겪는 동안 한국은 무섭게 성장했고, 이제 그 성과가 결실을 맺을 시점이 다가오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KAI는 사우디가 노후한 토네이도 전투기 교체를 앞두고 있어 보라매를 적극 제안한다는 계획이며, UAE와의 협상이 성공할 경우 중동 시장에서의 입지는 더욱 확고해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