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억원’ 현상금 걸린 헤즈볼라 지휘관, 이스라엘군 공습에 사망

김휘원 기자 2024. 9. 21.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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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베이루트 美 대사관·해병대 막사 폭파 사건 주동자 이브라힘 아킬
20일 이스라엘군의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공습에서 숨진 헤즈볼라 지휘관 이브라함 아킬. 사진은 미 국무부가 내걸었던 아킬의 수배 공고문. /AFP 연합뉴스

이틀째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를 겨냥한 표적 공습을 벌이고 있는 이스라엘군이 20일 헤즈볼라 특수부대 지휘관 이브라힘 아킬을 제거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 수석대변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은 20일 영상으로 성명을 내고 “베이루트 남쪽의 자무스 지역에서 이루어진 공습으로 최소 10명의 헤즈볼라 지휘관이 사망했다”며 이 중 특수부대 라드완의 지휘관인 이브라힘 아킬이 포함되어 있다고 밝혔다. 하가리 소장은 이어 “이브라힘 아킬은 이스라엘인, 미국인, 프랑스인, 레바논인 등 많은 무고한 사람들의 피를 손에 묻혀 왔다”면서 “이들은 민간인을 인간 방패로 삼아 이스라엘 북부의 민간인 테러를 모의하고 있었다”고 했다.

올해 62세로 헤즈볼라의 창립 구성원인 아킬은 2004년부터 헤즈볼라의 작전 부대를 이끈 것으로 알려졌다. 1983년 63명이 죽은 베이루트 미국 대사관 폭파 사건과 같은 해 241명이 죽은 미국 해병대 막사 폭파 사건의 핵심 주동자였으며, 레바논 내에서 이루어진 미국인·독일인 인질 납치를 이끈 혐의도 받았다.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아킬은 미국 국무부가 지정한 ‘특별 지정 세계 테러리스트(SDGT)’에 등록되어 있으며 그 앞에는 최대 700만달러(약 93억원)의 현상금이 걸려 있었다.

헤즈볼라 측도 아킬과 다른 지휘관들의 사망 사실을 인정했다. 헤즈볼라는 20일 성명을 내고 “아킬은 위대한 순교자이자 위대한 지하디스트 지도자 중 한 명이었다”면서 애도를 표했다. 민간인 사망자도 다수 발생한 것으로 파악된다. 레바논 보건부는 이날 공습으로 지금까지 최소 14명이 사망했으며 구조대의 작업이 계속되고 있어 사망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의 베이루트 공습은 하마스 내 서열 3위인 정치국 부국장 살레흐 알아루리를 겨냥했던 지난 1월 초와 헤즈볼라 최고위 지휘관 푸아드 슈크르를 살해한 지난 7월 말 공습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이스라엘은 지난 19일부터 헤즈볼라 조직원들이 사용하는 ‘삐삐(무선호출기)’ 수백여 대와 무전기가 잇따라 폭발해 최소 37명이 사망한 사건의 배후로 지목됐으나 인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국경 인근 지역에서 군사 작전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로이터는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이 “집을 떠난 이스라엘 북부 주민들이 돌아올 수 있을 때까지 새로운 전쟁 단계에서 일련의 공격이 계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사태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유엔 총회 참석을 위한 미국 뉴욕 출발 일정을 25일로 하루 늦췄다고 AFP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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