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프랑스 식품박람회 찾은 구미현 아워홈 대표, 취임 후 첫 공식석상 등장
남매 간 경영권 갈등 끝에 올해 아워홈 새 대표이사로 취임한 구미현 회장 부부가 공식 석상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구 회장은 지난 1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식품박람회 시알파리(Sial Paris)에 남편 이영열 부회장과 함께 아워홈 부스를 방문해 유럽 시장 진출을 앞둔 자사의 제품들을 점검했다. 지난 8월 경영권을 획득해 대표이사직에 오른 구 회장 부부가 사업 관련 공식 일정을 공개적으로 소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구 회장 부부는 이날 낮 12시 40분쯤 비서진 2명을 대동한 채 전시관 5b홀에 마련된 K푸드존의 아워홈 부스를 찾아 약 25분간 제품을 시식하고 현장을 둘러본 뒤 전시회장을 빠져나갔다. 이번 박람회에서 혁신상 그랑프리를 수상한 청잎김치를 비롯해 K바베큐, 떡볶이를 차례로 맛본 구 회장은 시종일관 말을 아끼고 현장 직원들의 설명에 귀를 기울이며 부스를 꼼꼼히 살피는 모습이었다. 박람회 현장에선 회사의 글로벌사업을 책임지는 김기용 부사장이 구 회장을 보좌했다.
앞서 동생 구지은 전 부회장으로부터 경영권을 뺏은 뒤 언론 노출을 꺼려 온 구 회장 부부가 세계 최대 규모로 열리는 박람회 현장을 직접 찾은 것은 이례적이다. 앞으로 경영 보폭을 적극 확대하겠다는 메시지로 읽히는 동시에 유럽 시장 공략에 힘을 실어 '구미현 체제' 하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내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도 풀이된다.
현재 국내 식품기업들은 앞서 K푸드 산업의 기반을 다져놓은 아시아, 미주시장에 이은 새로운 시장으로 유럽 대륙을 점찍고 관련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는 추세다. 올해 60주년을 맞아 역대 최대 규모로 열린 시알파리에 아워홈을 비롯해 풀무원, 빙그레, 롯데웰푸드, 롯데칠성, 오뚜기, 대상, 매일유업 등 한국을 대표하는 식품기업들이 유럽의 주요 채널 바이어들과 접촉하기 위해 부스 입점업체로 참가한 이유다.
급식업체에서 종합식품기업으로 거듭나려는 아워홈도 각종 간편식과 프리미엄 브랜드 '구씨반가', 시즈닝 등을 내세워 유럽 시장 문을 두드리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아워홈의 유럽 사업 비전과 전략이 앞서 구 전 부회장 체제에서 결정된 것이어서 업계 안팎에선 우려가 제기됐다. 전업 주부와 의사 출신으로 기업 경영 경험이 전혀 없는 구 회장 부부가 동생 구 전 부회장의 색깔 지우기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 회장은 아버지 고 구자학 회장의 비서실장 출신인 이영표 씨를 경영총괄사장으로 불러들여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인사부터 단행했다. 동시에 기업 가치를 끌어올려 회사를 상장(IPO)시키겠다는 목표를 밝히면서 안정적인 회사운영과 사업적 이익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웠다. 구 회장의 이번 박람회 방문이 경영진 교체와는 상관없이 K푸드 열풍이라는 기회를 맞아 해외 매출을 최대한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를 대내외에 보여준 것으로 해석되는 이유다.
이날 구 회장은 소감 등을 묻는 취재진에게 아워홈 관계자를 통해 "관심을 가져줘서 감사하다"고 전했다.
파리=심현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