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박희영 무죄·이임재 금고 3년…유가족들 "참담"

CBS노컷뉴스 양형욱 기자 2024. 9. 3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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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 용산구청 관계자 전원 무죄
법원 "사고 원인, 다중 인파 유입과 그로 인한 군중 밀집"
"행정기관에 인파 분산‧해산 등 권한 있다고 보이지 않아"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 검찰에 항소 촉구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관련 1심 선고재판이 열린 3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 앞에서 유가족이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무죄 판결을 받고 청사를 빠져나가자 눈물을 흘리고 있다. 선고 후 법원을 나서는 박희영 용산구청장(가운데), 금고 3년을 선고 받은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오른쪽). 황진환 기자·연합뉴스


10.29 이태원 참사에 부실 대응해 인명피해를 키운 혐의 등으로 기소된 박희영 용산구청장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법원은 재난 안전 법령상 인파 밀집 사고에 대한 구청의 책무와 권한이 없고, 구청의 미흡한 대응으로 사고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 판결을 내렸다.

반면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임재 전 서울 용산경찰서장에게는 금고 3년이 선고됐다. 유가족들은 재판부가 참사 핵심 책임자로 지목된 박 구청장에게 면죄부를 준 셈이라며 "참으로 황당하다"고 분노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배성중 부장판사)는 30일 오후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 구청장 등에 대해 선고기일을 열어 이같이 판결했다. 박 구청장과 같은 혐의로 기소된 유승재 전 부구청장, 문인환 전 안전건설교통국장, 최원준 전 안전재난과장에 대해서도 무죄가 선고됐다.

박 구청장은 참사 당일 대규모 인파로 인한 사상 사고 발생을 예견할 수 있었는데도 안전관리계획을 세우지 않고, 상시 재난안전상황실을 적정히 운영하지 않은 혐의 등으로 지난해 1월 기소됐다. 이런 부실 대응을 은폐하기 위해 참사 현장 도착 시간 등을 허위로 기재한 보도자료를 작성·배포하도록 한 혐의(허위공문서작성·행사)도 있다.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3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부지법을 나서고 있다. 황진환 기자


재판부는 박 구청장을 비롯한 용산구청 관계자들의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에 대해 "이 사건 사고의 직접적 원인은 다수 인파 유입과 그로 인한 군중 밀집"이라며 "사고를 방지하고 예방할 수 있는 실효적 대책은 다수 인파 밀집을 통제하거나 밀집된 군중을 분산‧해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행정기관에서 사전에 특정 장소로의 인파 유입을 통제하거나 밀집된 군중을 분산‧해산하는 권한을 부여하는 수권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업무상 주의의무는 자치구의 추상적인 주의의무에 해당할뿐 피고인들의 구체적 주의의무를 규정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구청 측 대응에) 미흡한 부분이 있었어도 이 사건 사고 발생과의 상당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고 형사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같은 날 앞서 열린 이 전 서장 등 참사 당시 용산서 관계자 일부에 대해서는 유죄를 선고했다.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서장에게 금고 3년, 송병주 전 용산서 112상황실장과 박인혁 전 서울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 팀장에 대해선 각각 금고 2년과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내렸다. 이태원 참사 관련 허위 보고서 작성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 최용원 전 용산서 생활안전과 경위와 정현우 전 용산서 여청과장은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혐의로 1심에서 금고 3년을 선고 받은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이 3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부지법을 나서고 있다. 황진환 기자


이 전 서장은 참사 당시 이태원 일대 대규모 인파 사고 발생을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경비기동대 배치, 도로 통제 등 안전사고 대책을 제대로 세우지 않아 인명피해를 키운 혐의로 작년 1월 기소됐다.

이러한 부실 대응을 은폐하기 위해 자신의 현장 도착 시각을 허위로 기재하도록 직원들에게 지시한 혐의(허위공문서작성·행사)와, 국회 청문회에서 참사를 더 늦게 인지한 것처럼 증언하고 서울경찰청에 경비기동대 지원 요청을 지시했다고 허위 증언한 혐의(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 있다.

재판부는 이 전 서장에 대해 "피고인은 서울 용산구의 치안을 담당하는 용산경찰서장으로 종합적이고 실효적인 대책을 마련함으로써 대응할 책임이 있었다"며 "피고인들은 사고를 충분히 예견해야 했고 인적, 물적 자원을 마련해 대응 조치를 취해야 했음에도 안일한 인식 하에 이태원에 소홀했고 참혹한 결과를 낳았다"고 말했다.

다만 "2022년 핼러윈 축제 현장에 예년보다 많은 경찰력을 배치하려고 교통질서 유지를 위해 노력한 점이 보이고, 이 사건 사실관계 자체는 인정하면서 관할 구역에서 대규모 인명 피해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지난 7월 결심공판에서 박 구청장과 이 전 서장에게 사고와 인명피해를 막을 권한이 있었음에도 제대로 된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징역 7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3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부지법에서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황진환 기자


판결 직후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은 서부지법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박 구청장 등에 대한 무죄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재판부와 피고인들이 퇴장한 법정 안에선 "판결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유가족들의 울분 섞인 외침이 가득 찼다.

유가족들은 기자회견에서 박 구청장의 사퇴와 유가족들에 대한 사죄를 거듭 촉구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 A씨는 기자회견에서 "참으로 참담하다. 아무런 잘못도 없이 아름다운 청춘 159명이 희생됐다"며 "국가의 판결을 기다렸지만 겨우 면죄부"라고 분노했다.

유가족들을 지원하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오민애 변호사는 "이번 판결에 대해 (박 구청장 등이) 책임질 수 있도록 검찰의 항소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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