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포커스] LG엔솔과 SK온의 엇갈린 운명
12조 조달해 신규 투자자금 마련
상장 못한 SK온 5년 연속 적자
주주보호·기업성장 균형 찾아야

인류 역사상 최대 기업공개(IPO)가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는 다음 달 12일 나스닥에 상장해 최대 750억달러(약 112조원)를 조달할 계획이다. 시가총액은 1조7500억달러로 세계 9위가 된다.
스페이스X 상장은 주식시장이 기업에 왜 필요한지 잘 보여준다. 투자자금을 은행 대출이나 채권 발행에 의존하면 부채 비율이 오르고 이자 부담이 커진다. 신생 기업은 은행 문턱조차 넘기 어렵다. 반면 IPO나 유상증자로 주식을 발행하면 빚 대신 자본이 늘어나 재무 건전성이 개선된다. 스페이스X가 공모 자금으로 우주 개발과 AI에 투자해 기업 가치를 높이면, 주주들은 주가 상승과 배당이라는 과실을 누릴 수 있다. 기업과 증시 모두에 이익인 공생 모델이다.
한국 최대 공모 기록은 LG에너지솔루션(엔솔)이 갖고 있다. 엔솔은 2022년 1월 상장으로 12조7500억원을 조달해 북미 5조6000억원, 유럽 1조4000억원 등 해외 생산 기지 증설에 투자했다. 하지만 ‘쪼개기 상장’ 논란으로 홍역을 치렀다. LG화학이 배터리 사업부를 엔솔로 물적분할해 상장하는 과정에서 LG화학 주가가 급락하자, 모회사 주주들이 거세게 반발한 것이다. 이후 정부가 중복상장을 규제하기 시작했고, 이 흐름이 지난 3월 ‘중복상장 원칙 금지, 예외 허용’ 방침으로 이어졌다.
지배 주주가 소액 주주 동의 없이 자회사 가치를 독식하는 구조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핵심 원인이라는 점에서 정부의 강경 대응은 나름 근거가 있다. 한국 중복상장 비율은 18%로, 일본(4.3%), 대만(3.1%), 미국(0.3%) 등 주요국을 크게 웃돈다. 2000~2024년 중복상장한 261개사를 분석했더니 자회사 상장 6개월 후 모회사 주가가 평균 10% 이상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처방이 병보다 독하면 부작용이 생긴다. 모회사·자회사·손자회사로 층층이 연결된 한국형 지주회사 체제에서 중복상장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역대 정부도 순환출자 폐해를 해소하기 위해 지주회사 전환을 장려했다. 삼성그룹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삼성물산과 자회사 삼성생명, 손자회사 삼성전자가 모두 상장돼 있는 것이 현실이다. 기존 중복상장은 인정하면서 신규만 금지하면 형평성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배터리 경쟁업체인 SK온은 엔솔보다 10개월 뒤인 2021년 10월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로 물적분할했지만, 엔솔 사태 후유증으로 상장을 못 했다. 증시에서 자금 조달을 못 하니 차입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고, 지난해 부채 비율은 241%로 엔솔(129%)의 거의 두 배에 달했다. 엔솔이 지난해 1조3000억원대 영업이익을 올리며 5년 연속 흑자인 반면, SK온은 설립 후 한 번도 흑자를 못 냈고 지난해 영업 손실은 9000억원을 넘었다. 모회사 주가에도 악재로 작용했다. SK이노베이션 주가는 5년 전 최고점 대비 61% 떨어졌다. 엔솔을 중복상장시킨 LG화학(-64%)과 큰 차이 없다. 그나마 LG는 엔솔 경쟁력이라도 키웠는데, SK는 건진 게 없다. 모회사 주주를 보호한다는 중복상장 규제의 역설적 결과다.
증시 호황은 기업들에 더없이 좋은 자금 조달 기회다. 그런데 올 1분기 국내 신규 상장 기업은 11곳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5건)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중복상장 금지 영향이 컸다. 스페이스X처럼 한국 기업들도 활황장을 발판 삼아 성장 동력을 키울 수 있어야 한다. 소액 주주 보호는 중요한 원칙이지만, 기업의 자금 조달 통로를 막으면 결국 피해는 주주에게 돌아온다. 획일적 규제에서 벗어나, 주식시장의 자본 조달 기능도 살리고 소액 주주 권익도 보호하는 균형 잡힌 처방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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