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패 행진 폰세와 끈끈한 타선, 한화의 1위 추격 시나리오

한화가 또 한 번 자기들만의 방식으로 경기를 풀어갔다. 13일 대전에서 키움을 10대5로 잡은 경기는 올 시즌 한화가 어떤 팀인지 잘 보여준 경기였다. 먼저 선발 코디 폰세가 편안하게 바탕을 깔아줬다. 6이닝 동안 8개의 삼진을 잡아내고 실점 없이 막아내며 시즌 17연승, 27경기 무패라는 믿기 힘든 기록을 이어갔다. 초구부터 스트라이크를 던지고, 직구와 변화구를 섞어 위기를 차분하게 넘기는 투구는 팀 전체를 안정시키기에 충분했다. 선발이 이렇게 버텨주니 벤치와 타선은 계획대로 경기를 풀 수 있었다.

경기의 균형은 4회에 깨졌다. 2사 후 문현빈이 몸에 맞는 볼로 출루하고, 노시환이 우익수 앞으로 안타를 날렸다. 여기서 키움 수비가 실책을 범했고, 주자 문현빈이 홈을 밟았다. 화려한 장타는 아니었지만, 작은 출루와 주루, 상대의 실책을 유도하는 집중력으로 만들어낸 한 점이었다.

승부의 흐름을 바꾼 건 5회였다. 선두 하주석이 안타로 나간 뒤 김태연이 번트를 시도하다가 키움 선발 하영민의 공에 얼굴을 맞고 쓰러졌다. 아찔한 상황이었지만 다행히 큰 부상은 피했고, 그 순간 경기 분위기는 한화 쪽으로 확 기울었다. 대주자 투입 이후 최재훈의 희생번트와 심우준의 볼넷으로 1사 만루를 만든 한화는 손아섭의 내야 땅볼 타구에서 상대 유격수의 실책으로 한 점을 더 얻었다. 이어 타석에 들어선 리베라토가 초구를 통타해 우중간 담장을 넘기는 만루 홈런을 터뜨렸다. 무사히 쌓아 올린 주자들이 홈으로 들어오면서 점수는 단숨에 6대0으로 벌어졌다. 이 장면은 한화가 올 시즌 보여주는 득점 패턴을 그대로 담고 있었다. 차근차근 기회를 만든 뒤 마지막에 한 방으로 마무리하는 방식이다.

한화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6회에도 최재훈과 심우준이 연속 안타를 치며 기회를 만들었고, 손아섭의 희생플라이와 문현빈의 적시타가 이어지며 점수를 9대0까지 끌어올렸다. 위아래 타순이 모두 같은 언어로 경기를 풀어가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출루와 진루, 희생플레이, 적시타가 이어지는 흐름은 한두 명의 타자만 활약하는 팀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줬다.

물론 아쉬운 장면도 있었다. 폰세가 내려간 7회, 불펜이 흔들리며 5점을 내줬다. 초구가 높게 몰리고, 볼넷이 겹치면서 점수가 빠르게 줄어들었다. 하지만 이내 하주석이 7회말 솔로 홈런을 터뜨리며 흐름을 끊었다. 맞으면 곧바로 맞받아치는 반응 속도는 올해 한화가 달라진 가장 큰 특징이었다.

개인별로 보면 리베라토는 초구에 대한 확신으로 경기의 흐름을 바꾸는 만루포를 터뜨렸고, 문현빈은 출루와 주루, 적시타까지 팀 공격의 연결고리 역할을 완벽히 해냈다. 노시환은 언제나처럼 중간에서 안타로 이닝을 이어줬고, 하주석은 선취점을 만드는 안타와 쐐기포로 상황 타격의 중요성을 보여줬다. 최재훈과 심우준은 희생번트와 볼넷으로 기록지에는 크게 남지 않지만 팀에 꼭 필요한 1점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폰세는 더 설명이 필요 없는 에이스다운 피칭으로 팀을 계획대로 움직이게 했다.

이번 승리로 한화는 선두 LG와의 격차를 2.5경기로 줄였다. 시즌 막판까지 따라붙을 수 있는 ‘보이는 거리’ 안에 들어온 것이다. 이를 가능하게 한 이유는 단순하다. 선발진이 매일 바닥을 깔아주고, 수비가 안정됐으며, 타선이 절차대로 점수를 만든다. 실점하면 바로 되갚는 빠른 반응도 습관이 됐다. 습관은 슬럼프를 늦추고 연승을 길게 만든다.

이제 중요한 건 7회 이후 불펜 운영과 연전에서의 체력 분배다. 초구를 낮게 던지고, 좌우 타자별 맞춤 구질을 다시 정리해야 한다. 외야와 1루 등은 하루 단위로 로테이션을 돌려야 하고, 번트와 희생플라이 같은 힘 덜 드는 생산적인 플레이를 적극적으로 써야 한다.

한화는 요행으로 이기지 않는다. 선발의 안정감, 수비의 뒷받침, 작은 플레이로 점수를 만드는 집중력, 결정적인 한 방, 그리고 실점 직후 되갚는 응수. 이 다섯 가지가 루틴이 되었다. 루틴은 결국 강팀의 증거다. 선두 LG와 2.5경기 차. 지금 거리라면 충분히 잡을 수 있다. 중요한 건 오늘처럼, 절차대로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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