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미래비전총괄(부사장)이 2년여간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브랜드 '벤슨'이 이달 23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1호점을 오픈한다. 지난달 말 문을 연 파이브가이즈 7호점 바로 옆건물이자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과는 도보 5분 거리다. 이에 햄버거와 디저트, 쇼핑으로 구축된 한화 유통 부문의 ‘압구정 타운화’가 본격 가동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진짜 아이스크림이란 뭔가?
정식 오픈에 앞서 19일 벤슨 1호점인 ‘벤슨 크리머리 서울’을 찾았다. 압구정로데오역 5번 출구에서 직선거리로 50m 정도 떨어져 있는 건물 외벽에는 파란 바탕에 ‘진짜 아이스크림을 만나는 첫 번째 순간’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외관 색상은 벤슨의 시그니처인 ‘프리즈블루’와 ‘웜옐로’다. 브랜드 철학인 달콤하고 친근한 이미지가 녹아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날 한화갤러리아 자회사인 러스쿱크리머리 담당자들은 “(벤슨은) ‘재료 본연의 맛과 품질’에 집중했다”고 입을 모았다. 차승희 한화갤러리아 브랜드담당 상무는 '진짜 아이스크림은 뭔가'라는 원초적인 질문에서 벤슨이 시작됐다면서 세 가지 가치를 강조했다. 요약하면 △순수한 재료 △클래식한 맛과 벤슨만의 아이디어 △진정성(울림)이다.

벤슨은 이러한 브랜드 비전 아래 국내산 유제품만 고집한다. 아이스크림을 좀 더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인공유화제를 넣지 않은 것도 차별점이다. 반면 국산 아카시아꿀을 비롯해 프랑스산 최고급 라즈베리 퓨레, 이탈리아산 100% 피스타치오 페이스트 등 프리미엄 원료는 아낌없이 사용한다. 또 유지방 비율은 최대 17%까지 높여 깊은 풍미를 구현했다. 시중 제품의 유지방 비율이 10%대 초반인 점을 감안하면 비중이 높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공기 함량 또한 평균 40%까지 낮춰 밀도 있는 식감을 완성했다.
벤슨은 김 부사장이 2년간 공들여 내놓은 브랜드다. 그는 총 20가지의 맛 중 개발 단계부터 하나도 빠짐없이 완벽한 플레이버를 요구했다는 후문이다. 오민우 베러스쿱크리머리 대표는 “김 부사장께서 방향성 세팅과 제품 결정에 많은 의견을 줬다”며 “모든 플레이버가 맛있어야 한다고 지시했고, (개발 이후에는) 각각의 맛을 심혈을 기울여 테이스팅했다”고 밝혔다.
층마다 다른 경험, 연내 20개 점 목표
벤슨 크리머리 서울은 전용면적 795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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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241평)의 3개 층(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로 142석의 좌석을 갖췄다. 매장을 대표하는 키워드는 층마다 다르다. 지하 1층이 ‘커스터마이징’이라면 1층은 ‘시식’에 중점을 뒀고, 2층은 ‘프리미엄’의 진수를 보여준다.


먼저 지하 1층에는 경기 포천시에 위치한 실제 벤슨 생산시설을 20분의1로 줄인 파일럿 라인이 들어섰다. 고객은 이 라인에서 생산된 믹스를 선택하고, 별도 공간인 ‘크리머리 스튜디오’에서 토핑과 소스 등을 조합할 수 있다. 재료 선택부터 포장까지 직접 참여하는 ‘커스텀 아이스크림 클래스(유료예약제)’에 참여하면 된다. 1층으로 올라오면 20가지 플레이버를 모두 시식해볼 수 있는 스쿱숍이 있다. 구매가격은 싱글컵(1스쿱, 100g) 기준 5300원, 파인트 기준 1만5300원이다. 2층 테이스팅라운지에서는 지난해 프랑스 미식 어워드 '라 리스트'에서 한국인 최초로 상을 받은 저스틴 리 셰프가 선보이는 프리미엄 디저트를 접시당 1만원 후반~2만원 초반대에 만날 수 있다.
베러스쿱크리머리는 이달 1호점을 시작으로 연내 최대 20개 매장과 팝업스토어를 열 계획이다. 오 대표는 “점포를 하나하나 오픈하면서 사업을 해나가기보다는, 저희가 생산공장을 짓고 (사업을) 시작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 공장 가동률이 올라가고 안정적으로 생산되기까지 좀 시간이 걸릴 것 같다”면서도 “2년 차에 손익분기점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압구정 타운화 본격화… 시너지 노린다
압구정로데오에 벤슨 1호점과 파이브가이즈 7호점이 나란히 위치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곳은 한화갤러리아가 2023년 895억원에 매입한 당시 초록뱀컴퍼니 소유의 부지와 건물이다. 당초에는 백화점 잠재고객층을 유치하기 위한 랜드마크를 건설하려 했으나, 이후 회사가 식음료 사업을 강화하면서 방향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이뿐만이 아니다. 같은 해 말 225억원을 추가로 투입해 ㈜원인베스트로부터 사들인 건물 역시 길 건너 지근거리에서 공사 중이다.
한화갤러리아는 파이브가이즈와 벤슨, 갤러리아 명품관의 접근성을 활용해 시너지를 낼 계획이다. 이른바 압구정 타운화다. 신세계백화점이 지난달 본점 ‘더 헤리티지’를 개관하며 '명동 타운화'를 선포한 것처럼 한화갤러리아 역시 보다 넓은 의미로 압구정로데오 일대에서 본업과 계열사 간 연계 효과를 노리고 있다. 예컨대 벤슨에서 VIP 프라이빗 행사를 열거나 백화점 관련 팝업스토어, 시식행사 등을 진행하는 식이다. 한화갤러리아 관계자는 “백화점 고객과 연계할 유인책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벤슨 론칭을 계기로 한화갤러리아 내 식음료(F&B) 사업의 존재감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2023년 6월 파이브가이즈에 이어 지난해 9월 퓨어플러스를 인수하며 프리미엄 음료 시장에도 진출한 한화갤러리아의 식음료 부문 매출(연결기준) 비중은 2023년 말 2.2%에서 올해 1분기 18%까지 커졌다. 같은 기간 매출 규모는 104억원에서 244억원으로 134.6% 늘었다.

박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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