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데이터 이용, 이제 로밍이 아닌 'SIM 방식‘
컨슈머인사이트, ’24상반기 이동통신 기획조사…해외 데이터 이용방식 비교
‘유심·이심’ 이용률 나홀로 증가..만족률도 대폭 상승
‘로밍’은 제자리걸음, ‘포켓 와이파이’는 내리막길
유심과 로밍의 장점 두루 갖춘 ‘이심’ 서비스 등장
심 필요 없는 다운로드 방식…국내 번호도 쓸 수 있어
사용 가능 단말기 늘어나면 SIM 방식이 대세 될 듯
유심·이심을 이용한 ‘SIM 방식’이 휴대폰 데이터 해외 이용 방식의 ‘주류’로 떠올랐다. SIM 방식은 이용률은 물론 이용자 만족도에서도 통신사 로밍을 따돌리고 독주 태세를 갖췄다. 저렴한 요금과 함께 기존 유심의 단점을 줄이고 로밍의 장점을 갖춘 ‘이심(eSIM)’ 서비스가 본격화된 때문으로 보인다.
이동통신 조사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매년 2회(2005년부터 상·하반기 각 1회, 회당 표본규모 약 4만명) 실시하는 ‘이동통신 기획조사’에서 지난 1년 내 해외 방문 경험자 3264명에게 현지에서 휴대폰 데이터를 어떻게 이용했는지 묻고 특성을 비교했다. 데이터 이용 방식은 △이용하는 통신사 데이터 로밍 △해외 현지 SIM(유심·이심) 구입 △와이파이 라우터(포켓 와이파이) △유료 데이터 이용 안 함(무료 와이파이만 이용) 등 4가지를 제시했다.
SIM(Subscriber Identity Module, 가입자인증모듈) 방식은 이전까지 ‘유심’으로 표시했으나 이번(’24년 상반기) 조사부터 이심을 추가해 ‘SIM(유심·이심) 방식’으로 통합, 비교했다. 국내에서는 SIM 방식으로 유심(universal SIM)만 사용됐으나 이심(embeded SIM) 서비스가 ’22년 9월 개시 이후 사용이 본격화됨에 따른 것이다. 이심은 심카드를 이용해 해외 통신사 데이터를 구입, 이용한다는 점에서 유심과 같으나 휴대폰에 심카드가 내장(embeded)돼 있다는 차이가 있다. 유심처럼 비용이 저렴하면서도 심을 갈아끼우는 불편이 없어졌고, 로밍처럼 국내 통신사의 통화·메시지 이용이 가능하다.
SIM 방식 이용률 42%로 1년새 5%p 증가
올해 상반기 조사에서 해외 데이터 이용 방식은 ‘SIM(유심·이심) 구입’이 42%로 가장 많았고 이어 ‘통신사 로밍(33%)’, ‘포켓 와이파이(16%)’ 순이었다[그림]. 나머지 9%는 유료 데이터를 이용하지 않았다(무료 와이파이만 이용’ 포함). 이 중 SIM 방식은 이용률이 전년(상반기) 대비 유일하게 상승(5%p)했다. 한때 해외 데이터 이용 방식의 주류였던 로밍은 상승세를 멈췄고, 포켓 와이파이는 큰 폭(-4%)으로 감소해 사양길을 걷고 있다.
나홀로 상승에는 저렴한 비용과 청년층의 선호가 작용했다. 이용자가 지출한 하루 평균 비용은 SIM 방식이 3096원으로 통신사 로밍(5343원), 포켓 와이파이(4135원)에 비해 각각 42%, 25% 저렴했다. SIM 방식의 하루 데이터 사용량(1.35G)이 로밍(0.99G)이나 포켓와이파이(1.33G)보다 많았음을 고려하면 가성비는 더욱 높다.
이용자 연령대별로 SIM 방식은 20대(56%), 30대(61%) 청년층의 이용률이 높아 40대(38%), 50대(29%), 60대 이상(22%)을 압도했다. 이에 비해 통신사 로밍은 50대(43%)와 40대, 60대 이상(각각 40%)에서 높았으나 30대(24%), 20대(20%)는 현저하게 낮았다. 포켓와이파이는 연령대별 차이가 비교적 크지 않았으나 10대(19%)에서 유독 높았다.
후발 주자인 이심(eSIM)의 보급도 SIM 방식의 강세에 한몫 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심은 서비스 시작(’22년 9월) 2년이 채 안 됐음에도 유심과 로밍의 장점을 겸비해 이른바 MZ세대(1980, 90년대생) 청년층을 중심으로 호응을 얻고 있다. 심 카드가 휴대폰에 내장된 다운로드 방식이라 유심처럼 칩을 갈아끼워야 하는 불편이 없고, 따라서 심 카드 분실 위험도 없다. 로밍처럼 국내 통신사의 통화, 메시지 기능을 정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20, 30대 로밍 이용률 눈에 띄게 하락
SIM 방식의 이용자 만족률(5점 척도 중 Top2%)도 급증했다. 4명 중 3명 꼴인 75%가 만족해 전년보다 10%p 상승했다. 만족률과 전년 대비 상승 폭 모두 통신사 로밍(64%, +5%)이나 포켓 와이파이(62%, +6%)를 크게 앞섰다.
반면 통신3사의 ‘로밍 전략’은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데이터 공유 가능 상품 출시, MZ세대를 겨냥한 요금 할인 등 다양한 프로모션에도 불구하고 20, 30대의 로밍 이용률은 전년 대비 크게 하락(27%→22%)했다. 로밍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은 이유로 ‘비싼 가격(58%)’ 뿐만 아니라 예기치 못한 ‘요금 폭탄 우려(46%)’가 여전히 높은 것도 약점이다.
통신사 로밍은 간편하지만 비싸고 유심은 저렴한 대신 편의성이 떨어졌다면, 이심은 저렴한 가격에 편의성까지 강화돼 SIM 방식의 입지 확대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일부 최신 기종에 국한됐으나, 이심 사용 가능 휴대폰이 늘어날수록 SIM 방식이 해외 데이터 이용의 대세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다.
글/김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