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원짜리 커피 하루종일 팔아도 알바비도 못 건진다" [1분뉴스]

안혜원/유채영 2024. 9. 22.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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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기 폐업률 4.3%… 시장 포화
저가 카페 공세에 개인카페 매출은 '뚝뚝'
온라인서 매장 양도글 속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경기 부천의 한 상가 밀집지역에서 작은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 씨(28)는 최근 가게를 매물로 내놨다.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카페지만 바로 옆에 중저가 프랜차이즈 카페가 생기면서 수익이 반토막 수준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가격대는 겹치는데 메뉴 수가 적어 프랜차이즈 카페로 향하는 손님들이 늘어났다. 상권 특성상 테이크아웃 손님이 많다는 점도 프랜차이즈 대비 경쟁력을 떨어뜨린 요소다. 설상가상으로 납품 받던 커피 원두 가격이 오르면서 더 이상 가게를 운영하기 어려웠다. 이 씨는 “주변에 공실이 나왔다 하면 저가 카페가 들어서니 개인 카페를 운영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이처럼 최근 원두 가격 상승에 중저가 카페 프랜차이즈 공세까지 겹치면서 개인 카페를 운영하던 자영업자들이 견뎌내지 못하고 줄폐업하는 상황이 됐다. 경쟁은 치열해지는데 원자재 가격 압박에 월세, 인건비까지 오르면서 더 늦기 전에 매장을 양도한 뒤 권리금이라도 챙기자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서울시 상권분석 서비스에 따르면 서울의 커피·음료 점포 폐업률은 2분기 기준 2022년 2.8%, 지난해 4.2%, 올해 4.3%로 늘어나고 있다. 커피 시장이 포화 상태임을 보여주는 수치다. 통계청은 국내 커피전문점 수가 2022년 말 기준 10만729개로 전년(9만6437개) 대비 4.5% 늘었다고 집계했다. 2016년(5만1551개)과 비교하면 6년 만에 2배 이상 급증한 것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원재료 값 상승세도 소규모 개인 카페 입장에선 큰 악재다. 커피에 사용되는 대표 원두인 로부스타와 아라비카의 선물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로부스타는 인스턴트 커피나 저가 커피에 사용되고, 아라비카는 고급 원두커피에 쓰이는 편이다. 그런데 아라비카보다 저렴한 편이던 로부스타의 경우 사상 최고 수준에 가깝게 올랐다.

블룸버그통신과 브라질 현지 언론 등의 보도를 보면 스타벅스에서 사용하는 것으로 유명한 아라비카 원두 가격은 지난주 한때(16일 기준) 뉴욕 선물시장에서 전날보다 3.3% 급등한 파운드당 2.6달러를 기록, 2011년 이후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서만 40% 가까이 오른 가격이다. 로부스타 품종 역시 가격 상승세가 뚜렷하다. 브라질 원두 최대 생산지로 꼽히는 이스피리투산투주(州)에서는 이달 로부스타가 아라비카보다 비싸게 거래되기도 했다고 상파울루대 연구팀은 밝혔다.

국내 프랜차이즈 카페의 경우 커피 원두 공급 계약을 한 번에 장기간 하는 곳이 많고, 재고도 있어 당장 커피값 상승으로 이어지진 않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국제 가격 상승세가 계속될 경우 연말으로 갈수록 실제 판매가에도 반영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원두 공급업체들이 납품가를 올리기 시작하면 당장 타격을 받는 곳은 동네 카페들이다. 개인이 운영하는 소규모 카페의 경우 중간 공급업체와 계약을 맺고 ㎏ 단위로 원두를 받는 경우가 많아 가격 상승에 직접 영향을 받는다. 카페라떼의 주 원료인 우윳값도 오르고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상승까지 겹쳐 운영 비용이 크게 뛴 상황이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1만원을 넘어서면서 카페 업주들 사이에선 “하루종일 1000~2000원짜리 커피를 팔아서는 아르바이트생 인건비도 건지기 힘들다”는 말이 나온다.

서울 종로구 광화문역 인근 건물에 위치한 커피 전문점에서 시민들이 음료를 주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메가커피·컴포즈커피·빽다방 등 저가 커피와의 경쟁에서 밀려난 영향도 있다. 1000원대 아메리카노를 내세운 이들 프랜차이즈의 공격적 영업에 개인 카페를 운영하는 자영업자 입장에선 가격을 유지하자니 이익을 내기 어렵고, 가격을 올리자니 고객이 떨어져 매출을 내기 어려운 진퇴양난 상황에 처했다. 자영업자들이 모이는 네이버카페 몇 곳에서는 하루새 카페 양도를 홍보하는 글이 수십 건씩 올라오고 있다.

저가 프랜차이즈 공세 속에서 경쟁력을 잃은 카페들이 많아 대부분 권리금도 건지기 어려운 실정. 인천에서 개인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김모 씨(31)는 최근 매장을 내놨는데 권리금을 조금도 건지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주변에 워낙 저가 프랜차이즈 카페가 많이 들어선 데다가 마케팅 경쟁에서 밀릴 수 밖에 없는 개인 카페 매물을 양도받고자 하는 이가 드물어서다.

김씨는 “같은 건물 저가 프랜차이즈 카페는 권리금을 6000만원은 받을 수 있다는데 우리는 카페를 넘기려고 해도 권리금은커녕 매물을 넘겨받으려는 사람이 없어 골머리”라며 “인건비가 워낙 뛰어 하루종일 직접 카페를 보고 있는데 인건비도 못 버는 달이 늘어가는 형편이다. 가게를 접으려 해도 카페를 시작할 때 지불했던 권리금도 날리게 돼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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