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동관 시절 방통위 기획조정관, KISIA 억대 연봉직 이례적 직행

박서연 기자 2024. 9. 26.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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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기정통부 인가 단체 KISIA, 방통위에서 상근부회장 직행 사례 없어
방문진 이사 해임·가짜뉴스 패스트트랙 활성화·포털 사실 조사 등 앞장
뉴스타파 내쫓으며 카메라 가리기도..."이동관 충심이 보은성 인사로"

[미디어오늘 박서연 기자]

▲지난해 11월29일 배중섭 방통위 기획조정관이 뉴스타파 취재진들의 촬영을 불허한다며 방통위 회의장에서 나가라고 하는 모습. 사진=뉴스타파.

이동관 위원장 체제의 방송통신위원회 당시 배중섭 기획조정관이 지난 3일 한국정보보호산업협회(KISIA) 상근부회장에 임명됐다. 지난 10년간 KISIA 상근부회장 자리에 임명된 인사들은 모두 정보통신기술 분야 전문가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출신이었다. 그러나 배중섭 전 기획조정관은 지난 10년 간 방통위에서 정보통신기술 분야 보직을 정식으로 맡지 않았는데 이례적으로 KISIA 상근부회장으로 직행했다. 방통위에서 KISIA 상근부회장직에 직행한 사례도 최초다. 이동관 방통위에서 충실히 일한 대가의 보은 인사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미디어오늘이 이정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KSIA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10년간 KISIA 상근부회장에는 정보통신부, KT 출신인 박순모 전 정보과학포럼 의장(전 창업벤처기술경영원 대표), 황의환 전 한국정보통신공사협회 상근부회장, 유수근 전 지식경제부 정보통신산업정책관, 박윤현 전 과기정통부 방송진흥정책관(인터넷정책관 역임), 정성환 전 과기정통부 감사관 등이 활동했다.

이들은 KISIA 상근부회장에 오기 직전 정보통신기술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등 전문성이 있거나, 과기정통부 소속이었다. 박윤현 상근부회장 임명 당시 KISIA 측은 “ICT 분야의 전문성과 폭넓은 실무경험”을, 유수근 상근부회장은 임명 때는 “정보통신산업 분야의 폭넓은 정책 추진 경험”을 강조했다.

KISIA는 정보보호산업의 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정보보호산업 발전 및 국가산업 전반의 정보보호 수준 향상을 위한 역할을 하는 단체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인가한다. 과거 지식경제부 산하였으나 2015년 과기정통부 인가 단체가 됐고 과기정통부와 함께 여러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까지 상근부회장직을 과기정통부 퇴직 공무원들이 연달아 맡았으나 배중섭 부회장은 유일하게 방통위에서 직행해 뒷말을 낳았다. KISIA 상근부회장 연봉은 1억3500만 원, 업무추진비는 월 120만 원이다.

배중섭 상근부회장의 지난 10년 간 방통위 재직 이력을 보면 운영지원담당관, 국방대 파견, 방송기반국 국장, 아시아태평양 방송개발기구 특별자문관, 방송기반국 국장, 기획조정관 등을 역임했다. 주로 방송 분야에서 활동했고 방송기반국에서 두 차례 국장을 맡았다. 방통위도 정보통신 분야 업무가 있지만 지난 10년 간 관련 보직을 정식으로 맡지 않았다. 이동관 위원장 체제 국장급 인사가 공석인 상황에서 이용자정책국장 직무대행을 임시로 맡은 게 전부다.

배중섭 상근부회장은 기획조정관 등을 맡으며 당시 여러 논란을 낳은 이동관 위원장의 행보를 충실히 도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8월25일 이동관 위원장이 임명되기 전 청문회 준비부터 시작해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김기중 이사 해임 의결, 가짜뉴스 근절과 신속 피해구제를 위한 원스톱 '신속심의·구제제도(패스트트랙)' 활성화, 네이버 뉴스 서비스의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사항을 확인하기 위해 사실조사 착수 등 주요 사건에는 그가 있었다.

▲지난해 11월29일 배중섭 방통위 기획조정관이 뉴스타파 취재진들의 촬영을 불허한다며 방통위 회의장에서 나가라고 하는 모습. 사진=뉴스타파.

언론의 취재를 방해하는 행위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29일 방통위는 보도전문채널 YTN과 연합뉴스TV 최다액출자자 변경승인 안건을 전체회의에서 다뤘는데, 이날 회의를 방청하기 위해 등록 절차를 거쳐 취재 온 뉴스타파 취재진을 향해 회의 시작 5분 전 나가달라고 했다. 방통위에서 전례가 없던 행위였다.

당시 배중섭 기획조정관은 “기획조정관입니다. 회의 운영 책임자인데요”라고 자신의 신분을 밝히며 “책임자 자격으로 등록되지 않은 매체 촬영을 불허한다. 허가 기관에서 판단하는 거다”며 퇴장을 요청했다. 뉴스타파 취재진이 “정상적으로 서류 제출을 통해 방청 허가받아서 들어왔다”며 반발하자, 배중섭 기획조정관은 “허가하지 않는다”는 말만 반복했다. 그러면서 자신을 찍는 뉴스타파 카메라 렌즈를 손으로 가리며 “찍지 말라”고 말했다.

배중섭 기획조정관은 “대변인실하고 혼란이 혼선이 있었던 것 같다”며 대변인실에 탓을 돌렸다. 뉴스타파 취재진이 “누가 지시했느냐”고 묻자, 배중섭 기획조정관은 “제가 결정했다. 허가하게 돼 있어 허가하지 않겠다는 거다”라고 말했다.

배중섭 상근부회장은 방통위에서 했던 업무로 현재 고발된 상태이기도 하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이호찬)가 지난해 9월20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이동관 위원장과 이상인 부위원장, 조성은 사무처장, 배중섭 기획조정관, 김영관 방송정책국장, 이헌 방송정책기획과장 등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다. 야권 추천 김기중 방문진 이사를 불법으로 해임했다는 이유에서다.

이정헌 의원은 “배중섭 상근부회장은 방통위 기획조정관으로 근무하면서 이동관 전 방통위원장의 방송 탄압 및 장악에 있어 선봉장 역할을 자처하고 이동관의 그림자나 다름없었다. 두 눈 뜨고 볼 수 없었던 이동관에 대한 충심이 결국 보은성 인사로 연결됐고 이는 국민 눈높이를 벗어난 인사대참사라고 보여진다”라고 비판했다.

이정헌 의원은 “KISIA 상근부회장 자리는 과거부터 과기정통부 인사가 임명됐지만 이번에 이례적으로 방통위 인사가 임명된 배경에는 이동관의 영향이 여전히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한 뒤 “정보보호 기업들의 글로벌 진출을 지원하고 정보보호 인재 육성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맡고 있는 KISIA에는 사리사욕을 위한 보은성 인사보다 전문성을 갖추고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인사가 절실해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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