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저HOUSER와 함께 전문가가 제안하는 집 (24) 집과 나무
건축공정 중에는 목수들이 공간의 이곳저곳에서 일을 하고 있는 시간이 있다. 그런 날 현장에 들르면 톱밥과 먼지가 날려 분명 힘이 들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 나무 냄새에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단단하면서도 따뜻한, 한때는 힘찬 생명력을 뽐냈던 나무는 우리와 친숙하다.
진행 이형우 기자 | 글 장서윤(디자인랩소소 소장) | 협조 하우저(건축&인테리어 매칭 플랫폼)
나무로 짓는 집은 시대를 막론하고 모든 인류에게 익숙하다. 나무는 무거운 바위나 여러 공정을 거쳐야 하는 흙보다 간단하고 다루기가 쉽다. 동굴을 벗어나 직접 구축했던 초기의 집은 기둥을 세우고 기둥과 기둥 사이에 보를 걸어 바닥을 얹는 것으로 시작됐다. 높은 나무들로 만든 기둥들의 위쪽에 지붕을 얹어주면 일단 땅으로부터 올라오는 습기와 해충, 비와 밤이슬은 피할 수 있었고, 벽까지 만들어주면 바람도 막을 수 있었다.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지만, 지금도 우리는 한옥처럼 나무로 구조체를 만들기도 하고, 바닥에 마루를 깔기도 하고, 집의 외장과 내부의 가구까지 나무를 사용한다. 가장 익숙한 집의 재료는 바로 나무다.
나무로 뼈대를 만드는 집
목조주택이라 하면 흔히 통나무집이나, 목재 사이딩 주택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목조주택은 나무로 구조체를 만드는 주택을 말한다. 구조체는 건축물을 서 있을 수 있게 하는 힘을 전담하는 부분을 말한다. 기둥과 보, 때로는 벽체도 구조체에 포함된다. 외장재나 내장재, 지붕재 등 겉으로 보이는 부분은 목조주택의 경우에도 선택의 폭이 넓기 때문에 겉모양만으로 구조방식을 알아채기는 쉽지 않다. 바닥 기초는 목조주택이라 해도 보통 콘크리트로 만들지만, 목구조는 기본적으로 물이 사용되지 않는 건식공법이다. 습식인 철근콘크리트 구조 공사는 기온의 영향을 많이 받지만 건식공법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 시공 기간이 비교적 짧고, 겨울철에도 공사가 가능하다. 내구성도 좋고 단열효과도 좋은 편이며, 무엇보다 나무라는 재료가 주는 따뜻함과 자연스러움이 있다. 다만, 다른 구조에 비해 화재에 취약하고 방음에 불리한 편이며 3층 이상의 주택을 만들거나 대공간을 만들기에는 불리한 구조다. 목구조는 구조를 만들어가는 방식에 따라 경량 목구조와 중량 목구조로 구분한다. 경량 목구조는 얇고 작은 나무 기둥들을 촘촘히 세우고 사이와 안팎을 메워 벽과 지붕을 만드는 방식으로, 벽 자체가 구조체의 역할을 한다.
많은 철근 콘크리트 주택에서도 볼 수 있는 벽식 구조와 같은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중량 목구조는 크고 튼튼한 구조목으로 기둥과 보를 세워 구조를 만든 후에 벽과 지붕을 만든다. 중량 목구조에서 벽은 구조체가 아니다. 중량 목구조는 자재를 미리 가공해 현장에서 설치를 하는 경우가 많아 시공 기간이 단축되고, 시공자의 능력에 따른 결과물의 차이가 크지 않다. 벽체 두께가 비교적 얇아 실내 면적을 조금 더 확보할 수 있고, 보 구조체가 실내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비용이 올라가고 경험이 많은 시공사를 찾기가 쉽지 않다.
경량 목구조는 중량 목구조에 비해 자재비나 시공비가 저렴하고, 현장에서 수정이 쉽지만 시공자의 능력에 따라 결과물의 질적 차이가 생긴다. 그러나 이제 우리나라에도 경험 많은 시공사들이 많으므로 신중하게 선택한다면 괜찮은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 어떤 구조 방식이 더 우월하다고 할 수 없고 겉으로 봐서는 구분하기도 쉽지 않으므로, 목조방식을 선택했다면 예산과 취향에 따라 건축가와 상의해 두 가지 중 적합한 방식을 선택하면 된다.
나무를 밟으며 사는 집
예전 우리 한옥에서 마루는 대청마루나 정자 등의 공간에 사용됐고, 온돌 난방을 하는 방에는 온돌 위에 종이 장판을 깔았다. 그러나 종이 장판은 바닥의 딱딱한 느낌이 바로 전달되고 변색이 된다는 점 때문에 최근에는 잘 사용되지 않는다. 장판 아래 면을 아주 고르게 만들지 않으면 마감 후에도 거친 느낌이 나므로 시공 면에서도 불리하다. 물론 데코타일이나 타일, PVC 장판 등도 많이 사용하지만 주택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고 선호하는 재료는 역시 마루다. 한옥에서 바닥 난방을 하는 곳에 마루를 사용하지 않았던 이유는 뒤틀림 등 변형 때문이었지만, 현재는 이를 보완한 다양한 종류의 마루가 있다. 강화마루, 강마루, 합판마루, 원목마루 등이 있으며, 강화마루가 가장 저렴하고 원목마루가 가장 비싸다.
강화마루와 강마루는 겉보기에 거의 비슷하다. 표면 마감이 비슷하기 때문인데 강화마루는 끼워 맞추기식 시공을 하고, 강마루는 본드 압착시공을 한다. 이러한 시공 방식의 차이로 인해 강화마루는 걸어 다니면 살짝 꿀렁거리는 느낌이 나고 난방 시 열전도율이 떨어지지만 시공이나 철거, 보수가 간편하다. 강화마루와 강마루는 마감 아래 바닥 면의 재료가 다른데 강화마루는 가공된 목재, 강마루는 합판을 사용한다. 실제로 가성비와 난방 효율을 생각할 때 가장 많이 사용하는 재료가 강마루다. 합판마루는 표면을 무늬목(목재를 얇게 켜서 만든 것)으로 마감해 시각적, 촉각적으로 훌륭하지만 같은 이유로 흠집이 나기 쉽다. 역시 본드로 시공하며 강마루에 비해 비싼 자재다.
원목마루는 대부분 수입 자재이며 무늬목보다 두꺼운 원목 자재로 마감돼 있다. 본드로 시공하며 매우 비싸고 관리가 어렵다. 그리고 바닥난방을 하는 경우 원목마루는 뒤틀림이 생기기 쉬워 내구성이 떨어지므로 실제로 사용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나무로 감싼 공간
나무는 자연스럽고 따뜻한 느낌을 주고 대부분의 다른 재료와도 잘 어우러져 주택의 여러 부분에 전체적으로 사용된다. 당연히 외장재 등 외부 재료에도 나무를 사용한다. 하지만 목재는 썩거나 뒤틀리거나 갈라지는 등 변형이 생기기 쉽다. 특히 수분에 취약하므로 방부 처리가 된 나무를 사용해야 한다.
흔히 사용하는 방부목은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별도의 처리가 필요치 않으나, 색상이 다양하지 않고 미적인 면 때문에 외장재보다는 데크 재료로 주로 사용된다, 적삼목이나 멀바우 등 미려하면서도 잘 썩지 않고 내구성이 좋은 목재들은 매우 비싸다. 열처리 목재인 탄화목도 외장에 주로 사용하는 목재 중 하나이다. 목재를 200도 이상의 고온으로 열처리해 수분을 날리고 내구성과 경도를 높인 것이다. 열처리를 했기 때문에 색상은 약간 어둡지만 그 나름의 멋이 있다.
그 외 어떤 목재든 외장에 사용할 수는 있으나 반드시 방부 처리와 스테인 및 바니시varnish 처리를 꼼꼼히 해줘야 한다. 주기적으로 스테인 및 바니시 처리를 해주지 않으면 금세 노후화되고 변형이 생길 수 있다. 이 외에도 고밀도 목재 패널이나 목재 사이딩 등의 기성 재료가 있다. 고밀도 목재 패널은 천연 목재이지만 여러 가지 처리와 압축 등을 통해 만들어 내구성뿐만 아니라 내화성까지 갖춘 재료다. 다만, 다양한 색상과 패턴이 있으나 처리가 돼 있으므로 나무의 자연스러운 질감은 덜하고 수입 자재라서 매우 비싸다.
나무를 잘 쓰는 집
나무는 우리에게 친근하고 따뜻하며 오래된 재료다. 그것이 원목이든 나무의 패턴을 입힌 가공 목재든 간에 우리 공간에 나무가 없는 경우는 거의 없다. 철근콘크리트 주택이든 철골 주택이든 집에도 반드시 나무가 사용된다. 나무는 가장 오래 가장 가까이에서 사용된 재료이지만, 잘 사용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적재적소에 나무의 특성을 잘 파악해 사용해야 하며, 무엇보다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잘 쓰고 잘 관리하면, 나무와 함께 오래도록 따뜻한 공간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