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효성 기자의 마스터스 라이브] 우승 순간에 주먹 불끈 쥐고 포효 …"더 이루고 싶은 목표 많다"

조효성 기자(hscho@mk.co.kr) 2026. 4. 13.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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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회 마스터스 토너먼트
매킬로이, 셰플러 1타차 꺾고
니클라우스·팔도·우즈 이어
역대 4번째 대회 2연패 성공
실전같은 준비가 우승 만들어
대회처럼 1개의 공으로 연습
로리 매킬로이가 오거스타 내셔널골프클럽의 클럽하우스를 본뜬 마스터스 우승 트로피를 들고 활짝 웃고 있다. UPI연합뉴스

"기다리는 자에게 좋은 일이 온다는 말이 있죠. 계속 나아가야 합니다. 이번 대회에서 저도 묵묵하게 계속 나아가다 보니 우승까지 하게 됐어요. 시간을 투자하고 올바른 일에 집중하면 언젠가는 좋은 일이 생길 거예요."

지난해에 이어 다시 한번 그린 재킷을 입고 기자회견장에 들어온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담담하게 '계속 나아가라(Keep going)'는 마스터스 토너먼트를 통해 배운 교훈을 공유했다.

13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골프클럽에서 열린 제90회 마스터스 토너먼트 최종 라운드. 공동 선두로 출발해 한때 2타 차 2위까지 밀려났지만 자신을 믿고 묵묵하게 집중을 이어간 매킬로이는 끝내 우승 트로피의 주인공이 됐다.

어떤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고 경쟁자들을 질리게 만든 매킬로이가 18번홀 그린에서 한 뼘 거리의 챔피언 퍼트를 성공시킨 순간 그린을 에워싼 관중 수만 명이 "로리"를 외치며 그의 2연패를 축하했다. 지난해 우승 직후 그린에 엎드려 굵은 눈물을 흘리던 모습은 이번엔 없었다. 그 대신 주먹을 불끈 쥔 양손을 높이 들어 올리고 포효하며 관중과 기쁨을 함께 나눴다.

합계 12언더파 276타를 기록하며 세계 1위 스코티 셰플러(미국)를 1타 차로 제친 매킬로이는 다시 한번 그린 재킷을 입게 됐고,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시즌 첫 승이자 통산 30승 고지를 밟았다. 우승 상금은 무려 450만달러(약 67억원)다.

로리 매킬로이가 우승을 확정 짓는 퍼트에 성공한 뒤 포효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골프 전설 타이거 우즈와 필 미컬슨(이상 미국)이 빠진 마스터스에서 승리한 매킬로이는 이제 스스로 전설이 될 발판을 마련했다. 지난해 마스터스 우승으로 남자 골프 역사상 6번째 커리어 그랜드슬램의 주인공이 됐던 매킬로이는 2년 연속 그린 재킷을 입은 네 번째 선수다. 마스터스 역사에서 매킬로이보다 앞서 2연패를 달성한 선수는 잭 니클라우스(1965~1966)와 닉 팔도(1989~1990) 그리고 우즈(2001~2002)뿐이다.

열 살 때 당시 세계 1위였던 우즈에게 "당신을 지켜보고 있다. 언젠가 당신을 꺾겠다"는 당찬 편지를 보냈던 매킬로이는 이제 그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마스터스 역사의 한 페이지에 자신의 이름을 새기는 꿈을 이뤘다. 그리고 이번 대회를 통해 매킬로이는 커리어 그랜드슬램이라는 '목적지'를 넘어, 자신만의 위대한 '여정'을 이어가는 골프 황제의 풍모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매킬로이는 우승 직후 "몇 승을 더 하겠다는 단정은 짓지 않겠다. 여기에서 멈추고 싶지 않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날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고 마지막 홀까지 집중력을 유지한 매킬로이는 "6번홀 보기 이후 '14언더파'라는 목표를 세웠다. 그래야 다른 사람의 성적을 보기 위해 스코어보드를 자주 쳐다보지 않아도 되고, 오로지 나 자신에게만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자신감 비결은 철저한 준비다. 실전 같은 준비로 코스 구석구석을 파악하고, 온몸에 코스의 DNA를 새겨 넣는 작업이다. 매킬로이는 "제가 니클라우스에게 배운 방법은 단순히 코스를 둘러보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공 하나만 갖고 나가 스코어를 적으며 실전같이 훈련하면 대회 당일에는 모든 것이 편안하게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이번 대회도 똑같이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매킬로이는 '자신에 대한 확실한 믿음'도 강조했다. 그는 "첫 3일 동안 13번홀에서 티샷이 형편없었다. 하지만 난 공격적인 방법을 유지했고, 마침내 놓은 스윙으로 최고의 티샷을 날려 버디를 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베테랑의 가르침'을 새기고 실행한 것이 큰 힘이 됐다. 2009년 전설 톰 왓슨에게 전수한 "바람이 느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곧바로 쳐라"는 조언을 12번홀에서 17년 만에 완벽히 실행에 옮기며 버디를 낚았다. 물론 니클라우스의 메이저 대비 연습법도 같은 맥락이다.

부모님과의 에피소드 역시 잔잔한 감동을 준다. 작년 우승 당시 현장에 없었던 부모님이 "우리가 없어서 네가 우승한 것 같다"며 참관을 주저하자, 매킬로이는 "'그게 틀렸다는 걸 증명하겠다'며 기어코 부모님을 오거스타로 모셔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오늘 밤 온 가족이 함께 축하할 생각에 설렌다"며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2022년과 2024년에 이어 '짝수해 연속 우승'을 노렸던 셰플러는 아쉽게 1타가 부족해 연장전에 돌입하지 못했다. 톱10 진입을 노렸던 임성재는 이날 5타를 잃고 합계 3오버파 291타로 46위, 김시우도 합계 4오버파 292타로 47위로 마쳤다.

[오거스타 조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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