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서 만난 우주항공 산업] ① 국내 현주소
국산 발사체인 누리호의 성공, 국산 전투기 수출 등으로 대한민국 항공우주산업이 도약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종의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으로 인식되던 우주항공 분야에서 우리가 성과를 올리자, 자부심과 기대감이 동시에 높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우리는 이들 산업에서 세계적 기준으로 봤을 때 중견국이라는 점이다. 우주항공산업 중견국 대한민국에서 경남은 제조에만 집중된 것도 사실이다. 중견국을 넘어서기 위해 우주항공 산업 발전의 체계적 토대가 필요하고, 그 시작은 발전 방향을 제대로 잡는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에 우리 우주항공 산업 현주소와 도내 관련 기업들의 노력을 알아보고, 유럽 우주항공 산업 중심에 서 있는 프랑스의 사례를 네 편에 걸쳐 살펴본다.
코로나 이후 대폭 성장
2023년 항공기 생산 전년비 19.1%
우주분야 매출 2년새 25.4% 늘어
한화에어로 17위· KAI 36위 등극
전년 대비 각각 4계단·3계단 상승
장기·체계적 전략 중요
초기 의사결정부터 민관 합동으로
틈새·집중·전문화·국제협력 구사
짧은 역사의 중견국 한계 극복해야
차세대 발사체 개발 다양화도 필요
◇역사= 우리의 항공기 역사는 일제 강점기 때부터 시작된다. 1592년 임진왜란 시기 정평구가 개발했다고 전해지는 ‘비거’(飛車) 가 있으나 구체적인 설계도나 제원은 알려지지 않아 공인된 비행체는 아니다. 한반도에서 처음 생산된 항공기는 1942년 이용삼 선생이 개발한 글라이더였다. 첫 동력기는 1944년 미쓰이 재벌이 평양에서 생산한 연습기 Ki-86이다.
해방 후 첫 국산 항공기는 1953년 부활호. 이후 1971년 새매호, 1991년 KT-1, 2001년 T-50 등으로 이어져 내려온다. 문제는 이들 항공기는 각각 단발성 모델이라 우리 항공 역사는 분절로 점철돼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부활호 이후 72년간 순수 국산 항공 엔진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항공·우주산업 대폭 성장= 대한민국은 아직 우주항공 분야 중견국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미래는 달라질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항공뿐만 아니라 우주 분야 성장이 가파르기 때문이다. 한국우주항공산업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국내 항공기 생산 실적은 코로나19 이후 매년 성장하고 있다. 2021년 항공기 생산 규모는 4조7375억원에서 2022년 6조3410억원, 2023년 7조5509억원으로 성장했다. 2023년은 전년 대비 19.1% 증가했다.
우주산업 분야에서도 기업들의 매출이 늘고 있다. 한국우주항공산업협회 ‘2024 우주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관련 기업들의 우주 분야 매출은 2023년 기준 3조2230억원으로 전년(2조9519억원) 대비 9.2% 상승했다. 특히 코로나19 여파로 매출이 급감했던 2021년(2조5697억원)과 비교하면 2년 사이 25.4% 증가했다.
◇세계 우주 산업은?= 과거 우주산업이 국가 주도로 이뤄진 것과 달리 최근에는 스페이스X 중심으로 산업 주체가 민간으로 전환되는 ‘뉴스페이스’ 시대가 도래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스페이스X 이외의 기업들은 여전히 국가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스페이스X가 재사용 발사체를 사용해 압도적으로 낮은 발사 비용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을 지낸 김승조 서울대 명예교수는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의 표준 발사 가격을 6200만달러로, 팰컨헤비는 9000만달러 추정하고 있다. 이는 다른 국가의 로켓 발사 비용과 비교해 절반 수준이다. 그에 따르면 미국 ULA의 로켓 발사 비용은 1억7000만~3억5000만달러, 유럽 아리안그룹의 아리안 5는 1억5000만~2억달러, 러시아의 소유즈는 6000만~2억3000만달러다. 일본의 H-2A 로켓은 로켓 1기 제작비만 1억달러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우리의 위치는 = 항공전문정보업체 플라이트글로벌의 분석에 따르면 우주항공 기업 10위 안에 우리 기업은 없다. 그럼에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1년 사이 순위를 최소 세 단계 뛰어오르며 세계 기업들을 쫓고 있다. 2023년 기준 항공우주 기업 세계 1위는 매출 778억달러를 올린 미국의 보잉이다. 2위는 유럽의 에어버스로 같은 해 매출 708억달러를 기록했다. 우주항공 부품 생산이 주력인 프랑스의 샤프란도 2023년 251억달러 매출을 기록하며 세계 7위로 나타났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같은 해 72억달러 매출을 기록하며 17위에 등극했다. 이는 2022년과 비교해서 4계단 상승한 순위다. KAI는 29억달러 매출로 집계돼 36위를 기록, 순위는 전년 대비 3계단 올랐다.
◇틈새 전략 필요= 우리는 우주항공 분야에서 짧은 역사와 기술력 부족이라는 약점을 갖고 있지만 뛰어난 제조 능력을 살려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는 제언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온다.
안오성 항우연 책임연구원은 틈새(Niche), 집중(Focused), 전문화(Specialization), 국제 협력(Globalization)을 하나로 묶은 전략인 ‘NFSG’를 민첩하게 구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책임은 “하향식 의사결정이 아닌 초기 의사결정부터 민관이 함께 해야 한다”며 “전략전민관파트너십과 대전략을 세우고 실행하는 리더십의 부재라는 문제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NFSG는 추진 과제를 임무혁신과 기술혁신을 통합하면서 특정 주제로 범위를 좁히면, 중견국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전략적 ‘선수 두기’를 시작할 수 있다. 여기에는 △임무 정의 중심의 전략적 선택 △다층적 협력 구조 설계 △전략적 집중과 투명한 의제 축적 등의 세부 전략이 포함된다. 구체적으로는 기술 중심이 아닌, 전략적 비대칭성과 임무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 구성하고 다층적으로 민군 협력 네트워크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우리가 가진 자산이나 기술을 과대 포장하지 않는 견제 기능도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를 위해 전략기획과 기술개발의 연계 구조 형성을 위한 ‘통합 거버넌스’가 먼저 갖춰져야 한다.
우주산업과 관련해서 김승조 서울대 명예교수는 개발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차세대 발사체 ‘KSLV-Ⅲ’의 개량 모델 4종 개발을 제안했다. 이는 상업 발사 시장에 진입하기 위한 것으로 재사용 가능한 엔진, 수송 능력은 지구 저궤도 기준 70t까지 가능한 대형화 모델도 포함한다. 아울러 김 교수는 공해에서 로켓을 발사할 수 있는 해상발사시설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나로우주센터 발사장에서는 남쪽으로만 발사가 가능해 동쪽으로 발사해야 하는 대부분의 위성은 궤도 진입이 어렵다”며 “한반도는 주위 국가들에 막혀 있어 선택지가 별로 없다. 적도 인근 공해상 발사 시설 확보가 답이다”라고 말했다.
조규홍 기자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주최 KPF 디플로마-우주항공 과정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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