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편 동의·전화 확인 관행 우려 확산…“대면 확인·신원 검증 의무화해야”

겨울방학이 시작되면서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성형외과 할인 이벤트가 잇따르고 있다. 회복 기간이 길다는 점을 이유로 방학 성형이 하나의 ‘방학 숙제’처럼 굳어진 가운데, 정작 보호자 동의와 상담 절차는 병원마다 제각각 운영되고 있어 미성년자 보호에 제도적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달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난 이후 강남역과 압구정 등 성형외과 밀집 지역에서는 수험생과 청소년을 겨냥한 각종 성형 프로모션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대학 진학과 면접을 앞둔 학생들이 외모 개선을 목적으로 성형수술을 선택하는 사례가 늘면서, 성형외과 업계는 수능 직후부터 겨울방학 기간을 대표적인 ‘성형 성수기’로 인식하고 있는 분위기다.

통계에서도 이 같은 흐름은 확인된다.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만 15~18세 청소년 가운데 성형수술 경험 비율은 2017년 3.7%에서 2019년 3.9%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미용 목적의 성형수술 비율도 88.7%에서 92.9%로 4.2%포인트 늘어 성형이 의료적 필요보다는 외모 개선을 위한 선택으로 이뤄지는 경향이 더욱 뚜렷해졌다.
성형외과 중개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홍보도 이러한 분위기를 부추기고 있다. 유명 성형외과 정보 앱에는 수험표를 지참하면 보툴리눔 톡신(보톡스)과 필러 같은 미용 시술은 물론, 각종 성형수술을 할인해 준다는 광고가 다수 게시돼 있다.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방학 기간을 활용해 성형외과를 찾는 일이 자연스러운 선택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어플에 게시된 수험생 할인 이벤트를 살펴보면 쌍꺼풀 수술과 코 성형을 비롯해 가슴·윤곽(광대·양악) 성형까지 대부분의 시술이 할인 대상에 포함돼 있다. 실제로 부산의 한 성형외과는 어플을 통해 쌍꺼풀 수술 46만원, 앞트임 성형 33만원 등 구체적인 가격까지 제시하며 미성년자들의 방문을 유도하고 있다.

이처럼 겨울방학을 전후로 대입과 면접을 앞둔 수험생들 사이에서 성형수술과 이른바 ‘쁘띠 성형’이 인기를 끌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신체 성장이 완전히 끝나지 않은 청소년의 경우 성형수술 후 부작용이나 재수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고 외모 콤플렉스나 심리적 불안 상태에서 충동적인 결정을 내릴 위험도 크기 때문이다.
현행 민법에 따르면 만 19세에 이르지 않은 미성년자는 법정대리인의 동의 없이 독자적으로 법률행위를 할 수 없다. 성형수술이나 미용 시술 역시 의료행위에 대한 진료 계약을 전제로 하는 만큼 원칙적으로 부모 등 법정대리인의 동의가 필요하다. 이는 보톡스와 같은 비교적 간단한 시술도 예외가 아니다. 환자의 신체에 직접 침습을 가하는 의료행위이기 때문이다.
피부와 유사한 성분을 주사로 주입하는 필러 시술 역시 간단한 시술로 인식되지만 필러 성분에 대한 임상시험이 주로 성인을 대상으로 이뤄지면서 시술 대상 역시 성인으로 한정하는 것이 권고되고 있다. 다만 이러한 기준이 법적 강제력이 없는 권고 수준에 그치다 보니 미성년자 시술을 제한하거나 제재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제도적 공백 속에서 보호자 동행 여부는 병원별로 제각각 운영되고 있다. 강남의 한 성형외과는 미성년자 상담 시 신분증과 수험표 제출을 요구했지만 보호자가 동반하지 않은 경우에는 전화 확인으로 절차를 대신하고 있었다. 반면 압구정의 또 다른 성형외과는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보호자 동의서 양식을 전달받는 방식으로 동의를 확인하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방식이 충분한 보호 장치로 보기 어렵고 악용될 가능성도 크다고 지적한다. 미성년자가 보호자 서명을 임의로 위조하거나 형식적인 전화 통화로 동의 절차를 대체할 경우, 실제 보호자의 의사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보호자와의 직접적인 대면 확인이나 공식적인 신분 확인 절차 없이 이뤄진 동의는 법적 효력을 다투는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어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 영국, 일본 등 해외 주요국에서는 미성년자 성형을 보다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주별로 차이는 있지만 미성년자 대상 미용 성형에는 보호자 동의가 필수이고 부모 동반을 요구하는 병원이 적지 않다. 의료진에게 시술을 거부할 재량도 비교적 넓어 미용 목적의 성형에 대해 신중한 판단이 이뤄진다.
영국은 공공의료(NHS) 체계에서 미성년자 미용 성형을 사실상 허용하지 않고 민간 병원 역시 윤리 기준을 엄격히 적용한다. 일본의 경우 보호자 서면 동의와 첫 방문 시 동반 상담을 요구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해외에서는 미성년자 성형을 개인 선택에 맡기기보다 보호자 책임과 의료진 판단을 제도적으로 강조하는 흐름이 뚜렷하다.
유희은 의사 출신 변호사는 “성형이나 미용 시술을 받기 위해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받을 경우에는 단순한 구두 확인이나 서면 동의에 그쳐서는 안 된다”며 “아이 본인의 가족관계증명서와 법정대리인의 신분증을 확인한 뒤에야 시술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화 통화나 모바일 메신저를 통한 동의는 실제 보호자의 의사를 확인하기 어려운 만큼 미성년자 보호를 위해 최소한의 확인 절차를 제도적으로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글=고인혜 르데스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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