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으로 하나 된 축제, 와인나잇인서울... “만남과 이야기가 가득한 곳“ [현장+]

(영상 편집 = 박진화 기자)

우디앨런 감독의 영화 미드나잇인파리(2012)에서 소설가를 꿈꾸는 주인공 길은 1920년대 파리로 시간여행을 떠난다. 그곳에서 동경하던 당대 예술가들과 만나 꿈을 펼치고 밤을 지새워 삶을 이야기한다. 와인과 함께다. 영화가 개봉한 지 10년이 넘었고, 영화 속 배경으로부턴 100년이 지났다. 와인은 여전히 전 세계가 열광하는 ‘사교의 매개체’다. 지구 반대편 서울에서도 마찬가지다. 영화를 모티브로 기획된 와인나잇인서울이 대표적이다.

지난 24~25일 이틀 동안 서울 송파구 소비텔호텔에서 열린 와인나잇인서울에 방문한 관람객들이 축제를 즐기는 모습. (사진=박재형 기자)

“와인은 문화고, 문화에는 만남이 있고, 만남에는 이야기가 있죠. 오늘 와인나잇인서울에서 그 매력을 배우네요”

지난 25일 <블로터> 주최로 서울 송파구 소피텔호텔에서 열린 '와인나잇인서울 2024 : K푸드 페어링'을 방문한 방문객 A씨는 시음장에 전시된 수십가지 와인을 가리키며 이같이 말했다. 올해로 3회째 진행된 와인나잇인서울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티켓 완판 행렬을 이어갔다. 24~25일 양일간 열린 축제에 1000여명의 인파가 몰리며 국내 와인 페어 중 가장 대중적으로 성공했다는 평가다.

축제의 구성은 다양했다.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VIP를 위한 와인 세미나 세션에서는 이선경 바이닝와인앤컨설팅 대표의 '비즈니스를 성사시키는 와인' 강연을 들을 수 있었다.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가교로서 와인의 매력을 입증한 시간이었다. 실제 강연에 참석한 VIP 고객들이 서로 맛과 향을 공유하며 친해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VIP 세미나 세션에서 이선경 바이닝와인앤컨설팅 대표가 강연하고 있다. (사진=박재형 기자)
와인나잇인서울에는 와인 업체 13곳과 식품 업체 3곳이 참가해 다양한 페어링을 선보였다. 사진은 관람객들이 자유롭게 시음하는 모습. (사진=박재형 기자)

축제에 참여한 와인 업체는 총 13곳이다. 먼저 희귀 토착 품종을 다루는 머스트와인과 내추럴 와인을 위주로 취급하는 내추럴보이, 가성비를 내세우는 WS통상과 모노드림, 떼루아(토양)를 최우선 가치로 삼는 모멘텀와인컴퍼니, 루마니아 와인을 수입하는 쉐어 위드 W&L 등이 특색있는 라인업을 자랑했다. 또 유통 단계를 줄여 가격을 낮춘 뱅가드와인머천트, ‘소금’이란 식재료처럼 식탁에 와인이 자연스럽게 오르는 식문화를 표방하는 솔트와인이 있었으며 이외 젠니혼주류와 포도당, 준앤폴초이스, 하이파이브엘앤비, 바이닝와인이 참가해 자리를 빛냈다.

올해 와인나잇인서울의 테마는 K푸드와 와인의 페어링이다. 특히 해외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벽제와 놀부, 금미옥이 참여해 고객들을 만났다. 벽제의 돼지갈비는 부드러운 탄닌이 특징인 프랑스 보르도 뽀므롤 지역의 샤또 깡뜰로즈와 잘 어울렸고, 놀부의 김치찜&보쌈은 풍부한 과일 향이 얹어진 리슬링 와인과, 금미옥의 떡볶이는 스페인 북부 리오하 와인의 달콤함과 궁합이 좋았다.

이날은 소비자와 판매자 모두에게 이로운 상생의 장이었다. 활발한 시음의 기회와 판매의 기회가 어우러졌기 때문이다. 참가 업체 관계자 B씨는 “직영점을 운영하지 못하는 소규모 수입사에게 소비자를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기존 B2B(기업 간 거래) 위주의 문화도 이를 계기로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로 발전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또 다른 방문객 C씨는 “자유롭게 시음할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며 “서울의 야경과 함께여서 더욱 와인과 친해질 수 있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현장의 분위기는 뜨거웠다. 세대 구분 없이 전 연령층이 즐기는 모습은 열기를 더했다. 소중한 사람들과 만나 인생을 즐겨보자는 축제의 취지처럼 와인 문화 진입 장벽을 낮추고, 산업의 저변을 넓히는 계기로서 미래 선순환을 기대하게 했다.

프랑스 보르도 뽀므롤 와이너리 샤또 깡뜰로즈의 오너 엠마뉴엘 부아드롱의 모습. (사진=박재형 기자)

현장에서 이목을 끈 인물이 있었다. 프랑스 와이너리 샤또 깡뜰로즈의 오너 엠마뉴엘 부아드롱(Emmanuel BOIDRON)이었다. 부아드롱은 축제 현장을 누비며 한국의 와인 애호가들과 소통했다. 자신이 생산한 와인에 직접 사인해주고 사진 요청에 응하는 등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부아드롱은 “모든 와인은 스페셜(특별)하다”며 “여러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친구를 만들어 주는 게 우리가 와인을 마시는 이유“라고 했다. 그러면서 “오늘 축제도 역시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인디밴드 온유&한별이 와인나잇인서울에서 K팝 라이브 공연을 펼치는 모습. (사진=박재형 기자)

와인나잇인서울에는 와인과 음식, 사람들로 가득했다. 여기에 음악이 곁들여져 방점을 찍었다. 홍대 인디씬의 '온유&한별', 'OFF THE TOWN'이 펼친 라이브 공연은 ‘와인은 클래식’이란 관념을 바꿔 놓기 충분했다. 현장에서 화이트와인과 레드와인을 한 병씩 해치운 D씨는 "K팝 라이브 공연과 와인이라니, 색다르다"며 “오감이 만족스런 시간"이라고 평가했다.

박재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