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에 러 핵기술 넘어간다”…군인 1만명 보낸 김정은, 푸틴과 ‘빅딜’ 했나 [한중일 톺아보기]
◆ 北 러시아 파병 파장 ◆
최근 북한 김정은 정권이 우크라이나를 침공중인 러시아에 대규모 병력 파병을 단행한 것이 결국 사실로 드러났습니다. 국내외 큰 파장이 일고 있는 가운데, 처음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던 미국과 나토도 지난 24일 북한의 파병 사실을 공식적으로 확인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북한은 푸틴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러시아에 미사일과 탄약 등을 공급해 왔습니다. 그 대가로 전력과 연료, 그리고 병기관련 제조기술을 제공받아온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처럼 사실상 러시아의 ‘병기 제조 공장’ 역할을 하던 북한이 이제는 한 발 더 나아가 지상 병력까지 제공하고 나선 겁니다.
사실 2년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단행했을때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두둔했던 집단이 바로 북한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전쟁덕에 전례없는 전쟁 특수를 누려오고 있죠. ‘북러 조약’으로 어느때 보다 밀착하고 있는 이들간의 군사협력은 어느덧 지상군을 파병할 정도로 예상수준을 빠르게 뛰어넘고 있습니다.
북한이 해외에 직접 병력을 파병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과거에도 베트남전쟁과 제4차 중동전쟁, 앙골라, 시리아 내전 등 중동 및 아프리카 분쟁지역에 정치적 이득을 위해 병력을 보낸적이 수차례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처럼 무려 1만명이 훌쩍 넘는 역대급 규모의 지상군을 보낸 전례는 없었습니다. 국제사회는 우크라이나 전황은 물론 한반도, 나아가 인도·태평양 지역에 미칠 파장을 예의주시하는 모습입니다.
미국 싱크탱크 우드로윌슨센터 보고서에 따르면 1967년 5월 까지 실전에 배치된 이 부대는 1969년 까지 활동하면서 미 공군기 26대를 격추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북한 조종사 14명이 사망했는데, 당시 전사한 북한 병사들의 묘는 2002년까지 베트남에 있다가 이후 북한으로 이송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당시 북한 뿐 아니라 중국과 소련 등도 북베트남에 병력을 보냈는데, 동서 이념전쟁이 극에 달하던 때였던 만큼 참전 명목은 “사회주의 진영의 단결”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김일성 정권은 당시 베트남내부에서 게릴라 활동을 하던 ‘남베트남 해방민족통일전선(베트콩)’의 요청이 있다면 남베트남에도 병력을 파견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던 겁니다.
북한의 이집트 파병 배경에는 중국의 유엔 가입을 목격한 김일성이 자신들도 유엔이라는 무대에서 외교적 입지를 다져보려던 노림수가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북한은 “남북 통일 후 유엔 가입”을 목표로 했는데, 이에 앞서 단독으로 유엔 옵서버 자격을 얻기 위해 중동 및 아프리카 국가들 상대로 적극 포섭활동에 나서고 있었던 겁니다.
당시 이집트는 제 3차 중동전정때 이스라엘에 시나이 반도를 점령당하는 참패를 겪은 뒤, 보복을 준비 하던 중이었습니다. 하지만 소련과 관계가 틀어지면서 조종사 부족에 시달리고 있었죠. 그런데 때마침 북한 대표단이 이집트를 방문해 수에즈 전선을 시찰하게 됐고, 이집트가 이들에게 공군부대 파견을 요청하면서 북한군의 참전이 결정됐던 겁니다.
그리고 이번에도 북한은 욤키푸르 전쟁때 처럼 파병을 해놓고서는 극구 부인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지난 25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군축과 국제안보 총회에서 한국 대표부의 추궁에 북한 대표부는 “근거 없는 유언비어”라고 일축했습니다.
그래놓고선 불과 몇시간 뒤 북한 외무성에서는 자신들의 대외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그런 일이 있다면 국제법적 규범에 부합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하며 사실상 파병사실을 시인하는 듯한 모습을 였습니다.
러시아측의 뻔뻔함도 만만치 않습니다. 지난 23일 러시아는 대변인을 통해 북한군의 파병이 “허위·과장 정보” 라며 “우크라의 정보전에 한국이 놀아나고 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우리는 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모든 조치에 가혹하게 대응할 것”이라며 “한국이 신중하게 판단하길 바란다”고 으름장을 놨습니다.
그래놓고선 불과 하루만인 24일 푸틴 대통령은 브릭스 결산 회견에서 한 기자가 위성사진을 갖고 추궁하자 그제서야 파병 사실을 부인하지 않으며 “북한과 무얼 어떻게 할지는 우리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 대답했습니다.
이때 북한은 파병 대가로 이집트 로부터 소련제 탄도미사일 스커드B(R-17E)를 제공받았습니다. 그리고 전수받은 러시아의 투발체 기술로 탄도 미사일 개발이 가능해졌고, 여기서 결국 현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 등의 개발까지 이어지게 된 셈이죠.
전문가들은 북한이 러시아에 대규모 지상군을 파병해주는 대신 적지않은 반대급부를 약속 받았을 것으로 고 있습니다.
지난 24일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빅터 차 한국 석좌는 “북한은 파병 대가로 식량이나 연료보다 값 비싼 대가를 원할 것” 이라며 “그동안 러시아가 제공하길 꺼렸던 고급 군사기술을 요구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차 석좌는 구체적으로 “김 위원장은 예전부터 미국의 방공시스템을 회피 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 기술과 핵잠수함 개발에 대한 욕망을 숨기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그의 말대로 북한은 구소련 시절부터 핵무기 관련 러시아의 첨단 군사 기술을 오랜기간 탐내왔습니다.
차 석좌는 “파병으로 북한은 실질적으로 루비콘강을 건넌 것”이라며 “핵무기 비확산 체제에 최대 위기로 이어지는 포석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세종연구소 정성장 한반도전략센터장도 “북한이 지상군 파병까지 했다면,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차원을 넘어서는 것” 이라며 양자간 “빅딜이 있었을 것” 이라고 짚었습니다. 그는 “현재 북한이 원하는 기술은 크게 핵잠수함, 정찰위성, 다탄두 ICBM 3가지인데, 이것들을 모두 러시아가 갖추고 있다” 며 “북한의 요구가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러시아에게 북한군 투입은 교착상태에 있는 전황을 타개할 수 있는 묘수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지역 청년들이 받는 평균임금의 7배에 달할 정도로 많은 보수를 쥐어줘도 지원자가 없어서 강제 입영시킬 정도로 러시아는 병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 센터장은 “러시아가 요구를 거절하기는 어려운 상황” 이라며 “만약 북한이 이런 핵심 기술을 전수받는다면 미국의 핵우산 등 확장 억제는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격”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대해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북한이 러시아를 돕고 있는데 어떻게 우리하고 이해관계가 없나. 손놓고 앉아있을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반박했습니다. 조 장관은 “대가 없이 (파병이) 이뤄지는 게 아닐 것” 이라며 “결국은 우리 안보에 위협 요인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공격용 무기 지원 언급에 대해 “모든 옵션이 테이블에 있다는 메시지”라며 “우리가 뭘 할 것인지는 러시아가 어떻게 나오느냐, 북한이 무엇을 받느냐 등 진전 사항에 달려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에게 이번 파병은 결코 남의 문제가 아닙니다. 일단 북한군이 실전 경험을 쌓음으로써 군사적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데 이것은 우리 안보에 위협이 되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는 한국에 대한 직접적이고 치명적인 위협이 되는 것은 물론, 인태지역의 긴장과 안보 불안을 가중시킬 것입니다. 미국 국가정보국(DNI) 북한정보담당관을 지낸 마커스 갈로스카스 애틀랜틱 카운슬 국장은 “북한이 대가로 얻는 군사 능력과 기술은 한반도와 인태 지역 안보 상황을 근본적으로 재편할 수 있다” 며 “한반도 무력 충돌로 이어질 중대 전환점이 우려된다”고 말했습니다.
우크라에 대한 공격무기 지원 여부는 매우 신중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 전쟁과 북한의 파병이 한국과 상관없다는 발언은 위험한 무지이자 안일함의 극치라고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정치권 일각의 이 같은 비상식은 북한의 핵위협 보다도 더 한국의 안보를 갉아먹는 저해 요인이 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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