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9000 눈앞인데…청산가치 밑도는 상장사 수두룩
코스피가 9000선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지만 시가총액보다 많은 자산을 보유하고도 장부가치 이하에서 거래되는 이른바 '자산주'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와 국회가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기업에 대한 압박을 높이면서 자산주가 재평가 국면에 진입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5일 독립리서치 밸류파인더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코스닥 상장사 베뉴지의 총 금융자산이 약 7719억원으로 현재 시가총액의 3배 수준에 달하는 극심한 저평가 상태라고 밝혔다.
특히 베뉴지의 올해 1분기 당기 순익은 579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411% 급증했는데, 이는 보유 중인 삼성전자 지분의 평가이익이 대거 반영된 영향으로 분석됐다. 다만 이 같은 실적 개선에도 불구하고 베뉴지의 PBR은 0.5배 수준에 머물러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말 기준 국내 상장기업의 약 12%는 이처럼 보통주 시가총액이 보수적으로 산정한 청산가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주식의 평균 청산가치 배율은 시가총액 대비 1.62배로 분석됐다. 청산 시 현재 주가보다 62% 이상의 가치가 남는 셈이다.
이러한 자산주 현상은 선진국 증시에서는 보기 드문 사례다. 글로벌 선진시장에서는 자산가치 대비 할인 현상이 극심한 금융위기 상황으로 지수 급락과 함께 일시적으로만 나타나지만, 국내 시장에서는 만성적인 저평가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선진국에서는 자기자본이익률(ROE)이 자본비용을 밑돌면 이사회와 주주들이 경영진에 강한 압박을 가한다"며 "일본 역시 밸류업 정책 이후 비핵심 자산을 매각하고 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확대하면서 순자산가치보다 낮게 거래되는 기업 비중이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최근엔 변화 조짐도 감지된다. 금융위원회는 동일 업종 내 PBR 하위 20% 상장사의 명단을 공개해 기업가치를 제고토록 유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국회에서도 PBR 0.8배 미만 상장사에 대해 상속·증여 시 주가 대신 자산·수익가치를 반영하는 상속·증여세법 개정안이 논의되고 있다. 일부 대주주가 승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주가를 의도적으로 낮게 유지한다는 지적을 차단하겠다는 목적이다.
자산주 할인 해소를 위해 상장유지 및 퇴출제도에 '유동' 시가총액 개념을 도입할 필요가 있단 제언도 나온다. 이상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자산주 저평가 해소를 위한 괘선 과제' 보고서를 통해 "인수합병(M&A) 압력만 정상적으로 작동하더라도 자산주의 저평가는 시장 기제를 통해 상당 부분 신속히 해소될 수 있지만 한국 시장에서는 대주주의 지분율이 높아 의결권 기반 압력이 실효적으로 작동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다솔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