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빠르게 달리는 일상에서 벗어나, 아무 목적지 없이 바다와 나란히 달릴 수 있는 길이 있다면 어떨까. 강원도 삼척의 이사부길(새천년해안도로)은 그 꿈같은 여정을 현실로 만들어준다.
단순한 해안도로가 아니라, 신라 장군 이사부의 역사적 항해 길과 새천년의 희망을 품은 상징적인 길이자, 동해의 순수한 아름다움을 가장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는 특별한 드라이브 코스다.

삼척항에서 삼척해수욕장까지 이어지는 약 4.6km의 이사부길은 512년, 신라 지증왕 때 장군 이사부가 우산국 정벌을 위해 출항했던 역사의 길을 따라 조성되었다. 창문을 열면 파도 소리가 그대로 밀려들고, 동해의 푸른 물결은 마치 옛날 수군의 함성을 닮은 듯 힘차게 부딪힌다.
이 길의 매력은 바다와 도로 사이 거리를 최소화했다는 데 있다. 급격한 경사나 굴곡 없이 부드럽게 이어지는 길 위에서는 운전의 긴장을 내려놓고, 오롯이 창밖 풍경에 집중할 수 있다.
도로 곳곳에 마련된 쉼터와 전망대에서는 기암괴석과 해송이 어우러진 해안 절경을 가까이서 마주할 수 있어, 드라이브를 잠시 멈추는 순간마저도 여행의 백미가 된다.

이사부길의 여정에서 놓쳐서는 안 될 장소는 새천년해안유원지다. 이곳에 자리한 ‘소망의 탑’은 2000년을 맞으며 국민적 염원을 담아 세운 기념비적인 조형물이다. 단순한 구조물이 아니라, 한 세기를 보내고 새 시대를 맞이했던 당시의 간절한 희망이 응축된 상징이다.
특히 소망의 탑은 동해안 최고의 일출 명소로 꼽힌다. 새벽녘, 수평선 위로 해가 솟아오를 때 붉게 물드는 바다와 하늘, 그리고 탑이 만들어내는 풍경은 그 자체로 장엄한 장면을 선사한다. 탑 주변의 조각공원을 거닐며 아침 바다의 고요한 공기를 마시는 것도 또 다른 즐거움이다.

이사부길의 공식적인 구간은 삼척해수욕장에서 끝나지만, 여정은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길은 자연스럽게 ‘한국의 나폴리’라 불리는 장호항과 갈남항으로 이어지며, 드라이브의 감동을 한층 더 확장시킨다. 맑은 바다와 아기자기한 어촌 마을이 어우러진 풍경은 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는 소박한 매력을 전한다.

차창 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파도와 갯바위, 그리고 항구의 고즈넉한 풍경은 그 자체로 한 폭의 수채화 같다.
잠시 차를 멈추고 바닷가를 거닐거나 작은 카페에 들러 커피 한 잔을 마시면, 동해와 함께 호흡하는 여행의 여운이 더욱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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