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01 / 전문가 3인이 진단한 전원·단독주택산업
이와 함께 창간 25주년을 맞이해 그동안 잡지에 수록된 주택을 대상으로 네이버 포스트, 카카오 채널, 유튜브 등 SNS상의 조회수와 주택 디자인 및 품질 등을 고려해 <전원주택라이프> 편집팀에서 10채의 인기주택을 엄선했다. 전문가들의 시원한 진단과 해법, 잘 지어진 인기주택의 기운이 얼어붙은 주택시장에 따듯한 봄바람을 가져오기를 기대해본다.
진행 편집부
단독주택 시장 활성화, 규제 완화와 인센티브 확대 긴요
부동산시장 침체와 경기 위축, 여전한 금리 부담이 단독주택 시장을 위축시키고 있다. 아파트 가격의 하락으로 실거래가 줄어들고, 고금리로 이자비용이 늘어나고 있는데다 주택을 담보로 대출받기도 쉽지 않다. 이런 상황들로 인해 단독주택을 시공하기 위해 토지를 매입하거나 분양받은 분들이 주택 시공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일이 이어지고 있다.
수요 주는데 건축비는 계속 올라
현재 보유하고 있는 아파트를 매도하기가 쉽지 않고 거래가 되더라도 원하는 가격을 받기 어렵다 보니 시장이 좋아질 때까지기다리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또 자재비, 인건비, 경비 등 모든 품목이 계속 인상되는 상황이며, <건축법>의 강화(내진, 내화, 단열 등)로 인해 건축비는 계속 올라가고 있다. 예비 건축주들의 부담이 늘어나게 되자 계속 상황을 주시만 하고 실제 착공을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건축박람회 등에서 예비 건축주들과 상담을 해보면 당장은 주택을 건축하는 것에 많은 부담을 느껴 우선 농막을 짓고 장기적으로 주택 시공을 계획하는 분들이 많았다. 건축비 또한 시간이 지나면 내려갈 것으로 판단하는 분들도 많았다. 하지만 업체의 동향으로 보았을 때 단순히 자재비의 문제가 아니므로 건축비는 계속 오르거나 상향 안정화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이유로 단독주택 수요가 많이 줄다 보니 매출은 저하됐다.
그렇다고 대기업처럼 직원들을 구조조정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 시공업계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또한 2024년 1월 말<중대재해처벌법>이 50인 이하 사업장에도 적용되면서 사업주 입장에서는 매출, 안전, 원가, 기술자 보유 등 많은 부담을 안고있는 상황이다.
소규모 건축관련 <건축법> 완화 시급
경제 및 부동산 전문가들은 올해 하반기부터 주택 거래가 회복되고 금리가 인하되면서 부동산 경기도 나아질 수 있다고 보고있다. 하지만 2024년도 벌써 1분기가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시공업체의 매출은 아직도 좋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희망의 기미도 있다. 수도권의 기존 1 주택자가 인구감소지역 주택 1채를 신규 취득하는 경우 1 주택자로 간주해 주택 보유·거래세 인센티브 확대 정책이 추진됐다. 단기적인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나 장기적인 수요는 늘어날 것이다.
이미 시골에 소형 주말주택 및 농가주택을 지으려고 하는 수요는 조금씩 늘고 있는 추세다. 여기에 정부가 농촌주택 개량사업 및 농가주택 대출 등 저금리 정책을 좀 더 확대한다면 지방의 단독주택 시공이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계속 강화되는 건축법규의 적용 범위도 검토해야 한다. 이슈가 있을 경우 법규를 강화해 규제를 하지만 대형 및 공공 건축물과 단독주택 및 소규모 건축물에 대해서는 현실성 있게 분리해 적용해야 공사비를 절감할 수 있다. 특히 소규모 건축에 대한<건축법> 완화가 시급한 실정이다.
시장흐름 파악하고 우수 주택 개발해야
이런 상황에서 업계는 단독주택 시장의 흐름을 파악하고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현재 주택은 크게 주거형 주택과 주말 주택(second house)으로 나누어지고 있다. 주말 주택으로는 소형 주택 선호 추세 속에서 획일화된 상품으로 개발한 모듈러 주택이 많이 선보이고 있다. 따라서 업계에서도 장기적인 계획을 위한 소형주택 설계를 다양하게 개발하고 경량철골, 스틸, 경량 목구조 등 다양한 구조 공법을 통해 시장을 키워야 한다. 반면, 주거형 주택의 경우 모듈러가 아닌 현장 시공을 선호하고 있다.
이에 맞추어 업계도 콘크리트, 경량목구조, 중목구조 등 다양한 공법을 통해 예비 건축주들의 선택의 폭을 늘리고 맞춤형 주택으로 고객 니즈를 충족시켜야 한다. 기능적인 부분은 기본이거니와 환기, 에너지 절감, AI 등 단순한 건축물이 아닌 다양한 기능을 접목한 우수한 주택을 개발해야 할 것이다.
정부에서는 환경을 생각해 콘크리트 건축물 대비 1/5의 탄소를 발생하는 친환경적 주택 시공을 지향하고 있다. 업계에서도 국토교통부, 산림청, 목조건축협회 등의 기관과 협력해 지속적인 개발과 홍보를 하고 있다. 특히 다양한 기능의 접목으로 공사비가 증가되고 친환경적인 부분이 강조되면서 최근 대기업과 시공사 간 대리점 체결을 통한 직거래 방식으로 원가를 절감하고 있다.
창호, 환기, AI, 에너지 절감, 친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서 대기업도 단독주택 시장을 공략하고 있고 직접 소비자에게 대응하기보다 시공사를 통한 다이렉트 공급으로 단독주택 시장을 공략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단독주택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정부와 대기업, 시공업체 간 유기적인 협조가 중요하다.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고 좋은 품질의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그 어느 때보다 힘을 모아야할 것이다.
성호건의 전지적 토지 관점 / 토지와 전원주택 시장의 중장기 건축경기 전망
진행 이형우 기자 | 글 성호건(코드랩 대표 공인중개사)
단독주택 착공 통계로 살펴본 건축경기 전망
먼저, 국토교통부에서 운영하는 건축행정 시스템인 ‘세움터’를 통해 알아본 전국 단독주택 착공에 대한 통계량은 <표 1>과 같다. 2022년 1월부터 2024년 1월까지의 착공량을 단독주택 ‘동’수로 가져와 통계를 만들었다. 해당 통계를 보면 2022년 1월과 2024년 1월을 제외한 나머지 기간에서는 모두 착공량이 전년 대비 감소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나 2022년 12월 이후에 전년 대비 30% 이상 착공량이 감소한 달이 5개월이나 된다. 그 전년도에도 감소했던 것을 생각하면 절반 가까이 줄어든 달도 있다. 물론 2024년 1월에 들어서서 2023년 1월 대비 5.81%의 착공량이 증가했기에 올해 2월 통계가 나왔다면 추세를 살펴보기에 조금이나마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은 있다.
하지만 드라마틱한 증가는 없을 것으로 보이기에 많은 감소가 있었던 2023년이 아닌, 그 전 2022년에 비해서는 여전히 착공량이 감소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필자는 시장을 분석하면서 착공량의 통계만으로 건축 전망을 알아보기는 다소 어렵다고 생각한다. 착공은 말 그대로 ‘현황’을 살펴보는 것이라서 앞으로의 착공이나 건축 추이를 전망하려면 토지 거래나 건축 인허가 부분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토지 매입은 투자나 재테크 측면도 있겠지만, 대체로는 그 토지 위에 무언가를 짓기 위해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건축 인허가 통계가 착공보다는 조금 더 미래적인 전망을 제시한다고 할 수 있고, 토지 거래량은 그보다도 좀 더 미래적인 전망을 예측하는 데 용이한 통계라 할 수 있다. 그럼 다음은 건축 인허가로써 조금 더 가까운 미래를 살펴보도록 하자.
단독주택 인허가 통계로 알아본 건축경기 전망
<표 1>과 마찬가지로 국토교통부에서 운영하는 건축행정 시스템 ‘세움터’에서 제공하는 통계를 통해 인허가 받은 단독주택의 동수를 착공량과 비교해보았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2022년 1월의 경우 전년 대비 단독주택 인허가 수가 크게 늘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그 외 모든 달에서는 단독주택 인허가 수가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착공과 별개로 앞으로도 단독주택을 지으려는 사람의 수가 줄었음을 뜻한다고 볼 수 있다(<표 2> 참조). 심지어 2024년 1월에 증가했던 착공량과 달리 인허가 수는 이때에도 5.59% 감소한 것을 볼 수 있다. 물론 절대 수는 착공에 들어간 것보다 인허가를 받은 단독주택 건수가 더 많은 편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추세다. 보통 착공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인허가 수라도 많으면 당장에는 자잿값이 비싸서 집을 짓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앞으로 짓게 될 단독주택 수가 늘어날 것이므로 시장을 낙관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반대로 인허가 수마저 줄어든다는 것은 건축 인허가 유효기간이 보통 1년, 길게는 2년인 점을 감안할 때 앞으로의 전망도 어둡게 보는 건축회사 혹은 건축주들이 많다는 얘기이거나 새로운 단독주택을 지으려는 수요자가 줄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양평 토지매매 거래와 평균 거래금액으로 알아본 건축경기 전망
앞의 인허가보다 조금 더 먼 미래를 예측해보는 방법으로, 건축을 하기 위한 원자재인 토지를 거래하는 수요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살펴보려 한다. 건축과 인허가를 당장 하지는 않지 만 토지라도 먼저 사 놓으려는 수요가 시장에서는 분명 적잖게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는 전국 단위로 했을 때 너무 커지는데다 추세를 알아보고자 함이니 양평의 토지매매 거래량을 통해 분석해보고자 한다. <표 3>은 경기도 양평군 모든 면의 토지매매 거래량과 토지매매 평균 거래금액의 증감을 나타낸 것이다. 직관적으로 보기 편하도록 전년 대비 감소한 것은 파란색, 증가하거나 가격이 오른 것은 빨간색으로 표현했다. 해당 통계 내용의 원자료는 역시 국토교통부에서 제공하는 실거래가 정보 사이트를 통해 받은 것이며, 이를 기반으로 필자가 통계 프로그램을 돌려 정리해보았다.
앞의 건축 관련 통계와 달리 해당 토지매매 거래량과 평균 거래금액을 보며 다소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거래는 보다시피 모두 전년 대비 감소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특히 모든 면소재지에서 2021년 대비 2022년에 적게는 15%에서 많게는 53%까지 줄었으며, 2022년 대비 2023년도 역시 적게는 8%에서 많게는 53%까지 토지 거래량이 감소했다. 즉, 토지를 매입하는 수가 반의 반토막이 났다는 얘기다. 여기까지 보면 토지 거래도 점점 줄고 있는 추세이고, 그로 인해 신축할 토지는 더더욱 줄었다고 판단할지도 모른다.
해당 통계 지수들을 보면 필자가 시장에서 느꼈을 때, 해당 통계들이 시장에서도 모두 비슷하게 흘러가는 것과 일치했다. 실제로 거래량이 줄어 힘들어 하는 중개업자들이 많아졌으며, 공사현장이 거의 없어져서 중장비업체나 공사 관련 업체 사장님들이 일거리가 줄었다는 표현을 많이 하신다. 심지어 간단한 작업을 하는 인력의 일당 비용이 20만원 정도로 확 올랐다가 올해 초에는 18만원으로 다시 낮아지고 있다.
하지만 다소 의문도 들었다. 필자도 양평에서 중개업을 하고 있지만 공인중개사 대표들과 얘기를 나눌 때 분명 요즘 수요가 줄었고 전화가 없다는 말도 하지만 손님이 와도 소개할 만한 땅과 소개할 만한 집이 없다는 표현도 함께 나누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양평 토지거래 평균 금액의 변화도 함께 살펴보자. 이를 보면 앞선 지수들과는 달리 대체로 빨간색, 즉 전년 대비 가격이 상승한 것을 더 많이 볼 수 있다. 정말 이상하다. 거래량은 굉장히 많이 줄었는데 금액은 상승했다는 것이다. 이를 우리가 흔히 말하는 수요공급곡선으로 살펴보았을 때, 수요가 줄어든 것보다 공급 감소가 줄었을 경우에는 거래량은 줄지만 가격은 상승하는 모습을 알 수 있다.
물론 이는 경기도 양평에 국한되는 것일 수도 있고, 정말 올해부터는 어떻게 판도가 변할지 지켜봐야 하는 부분일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나온 통계로 보았을 때는 그러하다. 즉, 2019년 이후로 코로나가 터지면서 답답한 도시를 벗어나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에서 살고자 하는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2020년과 2021년도에 토지와 단독주택 거래량이 굉장히 급상승했다. 그때 한정된 공급 속에서 좋은 땅이나 좋은 집들이 많이 거래되었기 때문에 지금은 수요뿐만 아니라 공급 부족으로도 거래량이 줄 수밖에 없다는 얘기이다.
유튜브나 각종 부동산 매물 정보를 제공하는 플랫폼들을 보면 급매나 내놓는 물건들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거래된 금액은 작년 말까지의 통계로 봤을 때는 하락보다는 상승이 좀 더 많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결론적으로 거래량은 분명 줄었지만 좋은 땅과 좋은 집에 대한 공급은 부족하고, 이에 대한 수요 역시 분명 있기에 거래가격은 아직까지는 보합 내지 상승으로 보인다. 모든 내용을 정리해보면, 단순 통계를 돌리고 수요와 공급 곡선만으로 거래 금액의 상승을 표현하기에는 다소 무리일 수 있다. 특히, 올해부터는 정말로 토지 거래금액 또한 떨어질지도 모르며 여전히 공사에 필요한 원자재 값이나 공사비가 낮아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건축에 대한 전망은 분명 어두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토지거래 금액이 오르는 부분 등이 시장에서 이루어지는 실제 거래와 꽤 일치하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앞으로 꽤 오랜 시간동안은 살 땅이 없어서든 공사비가 비싸서든지 간에 새로 건축되는 단독주택의 수는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분명 좋은 땅과 좋은 집에 대한 사람들의 니즈는 시장에서 만나는 손님에 의해서든 통계로 보아서든 존재하고 있다. 때문에 전반적인 하락 추세라지만 가격이 더 오를지도 모르는 알짜 땅과 알짜 단독·전원 주택을 판가름하는 눈을 키우는 소비자가 되어야 한다. 도시도 그러하지만 지방에서는 똘똘한 부동산이 더욱 극명하게 갈릴 것이다.
융합이 살 길…건축판‘배달의 민족’이 나타날 수밖에 없는 이유
진행 이형우 기자 | 글 서동원 홈플릭스 대표PM
플랫폼은 무슨 일을 하는가
플랫폼은 IT를 기반으로 원활한 거래를 위해 표준화, 규격화, 모듈화를 진행한다. 버티컬 플랫폼이라 불리는 이유는 줄을 세우기 때문이다. 등수를 매기고, 서열을 구분하고, 원하든 원하지 않든 경쟁을 부추긴다. 배달의 민족이라고 배달만 해주는 앱이 아니다. 구매를 원하는 고객이 원하는 일을 대신 해주기 때문에 고객들은 기꺼이 앱을 다운받고 가입하고 추가 수수료를 내는 수고를 감수했다. 불투명한 소상공인 시장이 체계화되고 커뮤니케이션이 일원화되며 가격이 표준화되었다. 덕분에 바가지와 품질관리에 대한 부분만큼은 시장의 혁신을 가져왔다는 것이 팩트다.
소형 주택시장은 아직도 불투명하다. 소형 주택시장에서 파는 사람은 기업이라기보다는 개인에 가깝다. 창업도 쉽고 폐업도 쉽다. 호기롭게 창업한 회사가 수주를 많이 하고서도 관리를 못해 시장에서 사라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평당 얼마’라고 하는 것도 다 기준이 다르다. 건축주도 반은 업자 수준이어서 시장을 혼란하게 하는 데 한몫을 단단히 한다. 그러다 보니 평당 단가로 부르는 게 답이고 설계해 놓고 예산이 초과돼 결국 시공사의 고혈을 짜내는 데 집중할 수밖에 없는 주먹구구가 일상이다. 프롭테크, 콘테크 기업이 출현해 시장의 새로운 혁신을 만들어보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그 영향력은 미미한 수준이다. 도대체 이 시장은 언제쯤 정화가 되고 혁신이 될까?
모듈러가 정답일까
농막에서 이동식주택으로 프리패브로 모듈러로 부르는 이름도 제각각이지만 원조는 키트홈(Kit-home)이다. 한국말로 조립식 주택이다. 판매가 빈번하게 이루어지는 모델들의 자재를 조립하기 좋게 재단하고 반조립해 고객에게 공급하면 고객은 시공자를 고용해서 주택을 완성한다. 주택 설계를 고르면 완성 가격이 예시로 나오기 때문에 이것을 벗어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시공자의 인건비가 표준화돼 있고 시공자의 품질 또한 일정 수준의 능력을 갖고 있는 사람들만 회원사로 활동하게 하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구조이다.
이미 미국뿐만 아니라 호주, 뉴질랜드, 북유럽 등에서는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 이런 해외 선행 사례를 바탕으로 집을 레고처럼 지으면 모든 문제점이 사라질 것처럼 광고가 시작된 시절, 그 최전선에 필자도 있었다. 공장에서 집을 만들기 때문에 OSC(Off Site Construction)의 장점을 떠벌렸고 공장에서 전문가들에 의해 안정된 환경에서 만들기 때문에 비용이 절약되며, 기존 건축비의 절반 수준이면 공사가 가능하다고 마케팅을 했다.
그러나 사실은 그 이상이 실현되기까지는 과도기가 필요했고 우리나라는 극초기 상태이기 때문에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은 공사가 다 끝나 시행착오를 겪고, 정산하고, 하자를 보면서 느끼게 되었다. 무엇보다 이동비와 설치비 별도라는 말에는 일반의 건축공사 평당 단가에 당연히 들어가는 기초비용이 살짝 숨어 있었다. 조삼모사면 차라리 나은데 그보다 못한 경우도 허다했다.
실행 후 정산을 해보면 결코 싸다고 말하기 어려웠고, 공장에 고용된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은 한국어 도면을 읽을 줄 모르는 외국인이 태반이었다. 그마저도 일용직이어서 같은 건물에서 같은 공종의 품질관리가 엉망인 경우도 적지 않았다. 카라반을 하다가 넘어온 건축 인력들은 건축을 너무나 쉽고 만만하게 보는 나머지 하자 앞에서도 너무나 당당하여 대놓고 “이게무슨 하자냐”고 따져 묻는 경우가 많았다.
‘수직과 수평이 맞지 않는다’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들도, 개구부의 상부와 중간, 하부 사이즈가 다 다른데도 “이게 왜 문제냐”고 반문하는 것도, 임의 시공과 오시공, 미시공 등이 빈번하고 제품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스펙을 공개할 수 없다는 것도 결국 시장의 성장을 방해하는 요인이 되었다. 뿐만 아니다. 아무래도 작은 평수의 공사는 평당 단가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데 가격을 낮추려다 보니 혁신적인 모듈러 스타트업이라고 하면서 농가주택 지을 때나 사용하던 경량 철골에 샌드위치 패널을 사용하면서 평당 천만원을 요구하는 경우도 종종 나타났다.
도대체 뭐가 혁신인 걸까? 공장에서 만든다고 하면 최소한 자동화 설비가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공장이라기보다는 비를 가릴 수 있는 창고라는 표현이 적절하다. 물량이 많아지면 효율화가 되어야 하는데 물량이 많아지면 관리가 안 돼서 하자가 많아지는 아이러니가 발생했다. 모듈을 여러 개로 나눠 재조합할 경우 접합부의 이슈가 있는데 이런 건 아예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플랫폼에서 유통되려면 모듈러(프리패브)가 정답일 수밖에 없다. 인구는 계속 줄고 있고 현장은 고령화되고 있으며 인건비 문제로 국내 생산의 전 분야에서 외국인 노동인력 수입을 거부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이는 비단 대한민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의 미래 시장은 모듈러의 원래 취지대로 대량 생산을 해서 비용을 낮추고 안정적으로 공급을 할 수 있는 밸류체인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것이다. 중국은 전 세계의 제조국이 되었으며 우리가 그렇게 좋아하는 명품 브랜드들도 애플도, 테슬라도 다 중국을 기반으로 제조의 판을 짜고 있다. 그렇다면 여기서 중요한 경쟁력은 결국 기획, 설계, 디자인 감리, 유통관리, 품질관리가 되며 이 부분이 새롭게 플랫폼에서 보여줘야 할 요소가 될 것이다
어떤 방식으로 일을 해야 할까
적어도 소형 주택이라면 플랫폼에서 설계와 시공비를 일괄로 공급해야 할 것이며, 시공사는 표준화된 인건비를 표준화된 기성에 비해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구조가 돼야 할 것이다. 고객에 대한 계약 상담, 금융 상담, 하자 상담 등 CS는 플랫폼에서 일괄로 진행하는 방향이 바람직할 것이다. 다만, 자동차의 경우 수많은 자동차 모델이 플랫폼을 공유하듯 다양한 디자인과 설계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선보여야 고객의 관심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홍보와 마케팅을 통해 안정적인 일자리 공급을 함으로써 결론적으로 고객의 만족을 이끌어내야 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가져야 할 비전이고 실현해야 할 가치다. 어떤 경우에도 고객 만족이 최우선이다. 안정적인 환경 구축, 즉 영업 수수료 떼기가 아니라 시장의 체질 개선을 이루어내는 플랫폼이 시장의 승자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