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는 다른 사람을 통해 성과 내는 일에 몰두한다
시작, 결정, 끝내는 것이 리더의 몫
"구성원의 성장이 결국 조직의 성장"

지면으로 읽는 여섯 번째 강의
제9기 경남매일 CEO아카데미
강사 박찬구(박자문사무소 대표)
주제 리더는 어떻게 일하는가
16일 아이스퀘어 호텔 연회장에 모인 CEO아카데미 9기 원우 40여명의 시선이 단상으로 향했다. 강연자는 화려한 리더십 이론이나 성공담으로 말을 시작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오늘 리더십이라는 말은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식상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대신 그는 리더가 누구인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일해야 하는지 3가지를 주제로 이야기했다.
제9기 경남매일 CEO아카데미 여섯 번째 강연은 박찬구 박자문사무소 대표가 맡았다. 세방전지 대표이사와 도레이케미칼 대표이사 등을 지낸 그는 수십 년간 기업 현장에서 경험한 리더의 역할을 차분하게 풀어냈다.
박 대표는 자신이 최고경영자(CEO)가 된 첫 시절을 떠올렸다.
2011년, 47세에 처음 CEO가 됐을 때 한 코치에게 들은 질문이 있었다.
"리더는 어떤 사람입니까?"
그는 전략을 세우는 사람, 조직을 이끄는 사람, 직원을 돕는 사람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코치는 칠판에 한 문장을 적었다.
"리더는 다른 사람을 통해 성과를 내는 사람이다."
박 대표는 이날 강연 내내 그 문장을 반복했다.
그는 "리더가 해야 할 일은 결국 사람을 관리하는 일과 성과를 만드는 일 두 가지"라며 "직접 일을 잘하는 사람과 리더는 다르다"고 말했다.
직원에서 경영자가 되는 순간 시선이 달라진다고도 했다.

그는 실제 사례를 소개했다.
한 대기업 임원이 승진 후 리더십 평가 점수가 크게 떨어졌다고 상담을 요청했다. 직책만 바뀌었을 뿐인데 직원들의 평가는 달라졌다. 박 대표는 이유를 묻자 그 임원이 "바람이 들었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승진 이후 달라진 대우와 위치가 자신도 모르게 사람을 바꿨다는 이야기였다.
강연은 리더의 역할로 이어졌다.
박 대표는 조직의 업무를 일상적 업무와 비일상적 업무로 구분했다. 급여 정산이나 생산 관리처럼 매일 반복되는 일은 조직이 스스로 돌아간다. 그러나 새로운 사업, 투자, 위기 대응처럼 비일상적인 일은 누군가 방향을 정해야 한다.
이에 그는 리더가 해야 할 일로 다섯 가지를 제시했다. 시작하기, 직접 하기, 도와주기, 결정하기, 끝내기. 그리고 그 가운데 리더의 몫은 시작하기와 결정하기, 끝내기라고 말했다. 직접 하기와 도와주기에 매달리기 시작하면 조직은 성장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잘 나가는 조직일수록 리더는 일을 가져오고 방향을 정하며 끝을 선언한다"며 "실무는 구성원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끝내기'를 특히 강조했다. 조직에는 결론이 나지 않은 채 떠도는 일들이 많다. "조금 더 지켜보자"는 말은 때때로 책임을 미루는 표현이 되기도 한다. 그는 과거 신규사업 검토 경험을 소개하며 "할 사업도, 하지 않을 사업도 명확히 결정해야 한다"며 "끝났다고 말해야 끝난 것"이라고 했다.
강연 후반부에는 조직 운영의 현실적인 고민도 다뤘다.
왜 리더는 자꾸 구성원의 일을 대신하게 될까. 박 대표는 성취감 때문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더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 상사로서 무언가 해야 한다는 부담, 공을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리더를 실무로 끌어당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악순환이다. 리더의 개입이 많아질수록 구성원의 기회는 줄어들고, 구성원의 역량은 자라지 못한다. 역량이 자라지 못하니 다시 리더가 개입하게 된다.
그는 실제 코칭 사례를 소개하며 "일의 제목만 줬는데도 직원들이 80점짜리 결과를 가져왔다"며 "사람은 생각보다 성장할 수 있는 존재"라고 말했다.
질문의 힘도 강조했다. 답을 주는 리더보다 질문하는 리더가 조직을 성장시킨다는 것이다. 질문은 정보를 얻는 수단이면서 동시에 사람을 생각하게 만든다. 답을 찾는 과정에서 구성원은 스스로를 설득하고 스스로 움직인다.
그는 또 심리적 안전감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사람들은 무지해 보일까 봐, 무능해 보일까 봐, 부정적으로 보일까 봐 말을 아낀다. 리더가 먼저 자신의 약점을 드러내고 수용적인 태도를 보여야 조직도 입을 연다고 말했다.
강연 말미에 박 대표는 리더의 외로움도 언급했다. 리더는 본질적으로 혼자 결정해야 하는 순간을 마주한다. 모두의 동의를 얻을 수는 없다. 때로는 99명이 반대해도 결정해야 한다. 그러나 그는 그 외로움 또한 리더의 숙명이라고 말했다.
"리더십은 가르칠 수는 없지만 배울 수는 있습니다."
그의 마지막 문장이 강연장을 채웠다. 훌륭한 리더십의 순간을 목격하는 것. 박 대표는 그것이 리더십을 배우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강연이 끝나자 참석자들은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누군가는 메모를 정리했고, 누군가는 휴대전화에 남은 문장을 적어 내려갔다.
리더는 앞에 서 있는 사람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통해 성과를 내는 사람. 두 시간 가까운 강연은 결국 그 한 문장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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